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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인 드래프트, 치열했던 그 현장 속으로

작성자
Handballkorea
등록일
2012.11.03
조회수
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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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SK 핸드볼경기장 보조구장에서는 2013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가 있었다. 이미 언론에 많이 알려진 바대로 여자부의 경우 2013년 신인부터 선발 방식을 드래프트제로 바꾸기로 합의가 이루어졌고 이날 핸드볼 사상 첫 드래프트가 실시됐다.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 한 시간 남짓... 앞으로의 운명이 걸린 자리였음에도 참가한 34명(1명 자진 포기)의 드래프트 대상자는 아직까지는 서로 모여 수다 떠는 게 더 좋은 열여덟 사춘기 소녀들이었다.
 
이런 자리가 마냥 신기한 듯 사진도 찍어도 보고
 
카메라를 보고 활짝 웃으며 V자도 해보였다.
 
아이들과 달리 학부모들은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알기에 잔뜩 긴장된 모습으로 어서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다.
 
학부모들은 드래프트 내내 내 자식의 이름이 호명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고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다른 선수의 이름이 호명되더라도 내 자식의 일처럼 기쁨으로 축하해주었다.
 
전 여자 국가대표 강재원 감독과 황보성일 코치 또한 객석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오후 2시! 화려한 영상과 함께 드디어 드래프트가 시작됐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는 핸드볼 사상 첫 드래프트답게 여타 종목의 신인 드래프트보다 훨씬 큰 규모로 열렸다.
다수의 취재진도 몰렸다.
 
신문기자뿐만 아니라 사진기자, 카메라기자 등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고 케이블과 종편, 지상파 채널 등 방송국에서도 영상을 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각 팀 감독들의 책상에는 유니폼과 꽃다발이 제 주인을 기다리며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감독들은 작은 것 하나까지도 꼼꼼하게 챙겨가며 제 자식을 맞을 준비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중 유독 여유로운 모습의 한 감독이 있었다.
 
경남 개발공사 박영대 감독이었다. 올 시즌 핸드볼코리아리그 순위의 역순으로 진행되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경남 개발공사는 광주 도시공사에 이어 2순위 지명권을 얻었지만 광주 도시공사가 예산상의 문제로 드래프트를 포기하며 1순위의 자격이 주어졌다. 박영대 감독의 머리에는 누굴 뽑을지 이미 구상이 끝난듯 했다.

진행자의 안내 멘트가 있고 드디어 첫 지명이 시작됐다.
 
첫 지명을 앞둔 박영대 감독의 얼굴에서는 상기된 표정과 기쁨의 미소가 오묘하게 교차했다. 그리고, 박영대 감독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모두의 예상대로 휘경여고의 센터백 이효진이었다. 이효진은 이미 많은 언론들로부터 이번 드래프트 1순위 지명이 유력시 되던 고교 최대어였다. 이효진은 7월에 체코에서 열린 세계 여자 주니어 선수권에서 우리나라가 6위에 머물렀음에도 뛰어난 활약으로 대회 MVP에 뽑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휘경여고를 협회장배 대회, 종별선수권 대회, 한중일 주니어 종합 경기 대회, 그리고, 전국체전까지 올 시즌 4관왕의 자리에 올려 놓기도 했다.
당초 도는 소문에는 경남 개발공사가 왼손 선수를 지명할 거라는 소문이 있기도 했지만 1순위의 자격이 주어진 이상 이효진이라는 대어를 그냥 흘려보내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로써 경남은 레프트백 김은경과 라이트백 정소영에 이어 고교 최대어 이효진을 센터백으로 영입함으로써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백 라인을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국가대표 문경하 골키퍼의 팀 복귀 후 서울시청과 무승부를 거두는 등 후반기 대약진을 거두었기에 다음 시즌 경남의 행보를 예의 주시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이효진은 드래프트 후 모든 언론의 집중 인터뷰 대상이 됐다. 처음 접한 상황이 낯설은 듯 당황하기도 하고 수줍어하며 제대로 말을 이어가지 못 했지만
 
이내 당찬 포부로 내년 시즌 경남의 성적에 이바지하겠다며 신인다운 패기를 보였다.
 
2순위 지명권을 얻은 부산 비스코는 인천 비즈니스고의 김진실을 선택했다.
 
부산 비스코는 이은비, 원미나, 윤아름 등 레프트 라인은 국가대표급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남기은 혼자 지켜내야 하는 라이트 라인의 빈약으로 전력 불균형이 심각했지만 김진실의 가세로 좌우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제 30대에 들어선 남기은의 이후를 준비할 수 있게 된 것도 또 다른 소득으로 받아들여진다.
김진실은 주니어 국가대표로 올 시즌 국내 경기에서는 협회장기 대회의 왼손 부상으로 모교를 태백산기 한 개 대회의 우승에 만족하게 했지만 그의 다재다능함은 이효진 못지않다는 게 주변의 평이다. 특히나 라이트백이면서도 오른손까지 자유자제로 구사할 수 있어 김갑수 감독의 전술 운영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3순위의 지명권을 얻은 컬러풀 대구는 의정부여고 김수정을 선택했다.
 
사실 이번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얻은 팀은 경남이었지만 최대 수혜 팀은 대구나 다름없다. 광주 도시공사의 드래프트 포기로 3순위 지명권을 얻으며 김수정을 픽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김수정은 주니어 국가대표로 이효진, 김진실과 더불어 이번 드래프트 빅 쓰리로 주목되던 선수다. 174의 장신에서 내뿜는 파워넘치는 플레이는 당장 실업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게 실업 감독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구는 기존의 최임정과 김진이에 이어 장신의 김수정마저 손에 넣으며 국내 여자팀 최장신의 팀 칼라에 김수정의 높이를 더할 수 있게 됐다. 과연 김진이와 김수정의 포지션 중복을 어떻게 해결할지 벌써부터 이재영 감독의 선수 운영이 기대가 된다.

이후에도 드래프트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각 팀 관계자들도 직접 나서 내 식구가 된 선수들을 아낌없이 축하해 주었다.
 
각 팀들은 취약 포지션을 이번 드래프트를 통해 메우며 팀 전력의 향상을 꽤했다. 서울시청은 권한나, 최수민의 성공으로 참가 팀 중 유일하게 다시 한 번 한체대 박이슬 카드를 빼들었고, SK는 레프트백에 치중하는 한편 휘경여고의 엄지희를 1라운드에 뽑으며 국가대표 피봇 김정심 이후를 대비했다. 원더풀 삼척은 주전들의 연령대가 높은 점을 감안 해 미래를 대비하는 눈치였고 인천체육회는 주전 피봇 김경화의 연령대를 감안해 황지정산고 피봇 원선필을 1라운드에 뽑았다.


모든 드래프트 결과 1라운드 7명, 2라운드 8명, 3라운드 7명 ,4라운드 6명 등 총 28명이 실업팀의 선택을 받았다.
 
감독님, 선배 언니들과도 사진 한 장 찰칵!
 
한솥밥을 먹게 된 동료들과도 한 장 찰칵!!!
 
그동안 잘 길러주신 부모님과의 기념 촬영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드래프트는 82% 높은 지명도를 기록해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초 실업 팀의 지명 포기를 우려해 1, 2라운드 의무 지명이라는 구제 장치도 마련했지만 3, 4라운드에서도 13명이 뽑히는 등 그동안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느끼게 했다. 높은 지명도에 협회 관계자들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나 상위 픽이었던 경남 개발공사, 부산 비스코, 컬러풀 대구에서 총 지명자 중 50%가 넘는 16명이 뽑혀 그들이 그동안 선수 수급으로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느낄 수 있게 했다. 부산 비스코와 컬러풀 대구는 한번의 패스없이 6명씩을 지명해 학부모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아울러 2014년 프로화를 목적으로 팀간 전력 불균형을 최소화한다는 대의적 취지 아래 리그 상위 순위 팀들이 한 발짝 양보함으로써 홀수라운드와 짝수라운드의 드래프트 순위가 역순으로 진행됐던 여타 드래프트와 달리 전 라운드 하위 팀 우선 지명으로 선수 선발이 이루어진 것도 그들의 지명을 도운 것으로 평가됐다.

처음 열리는 드래프트이고 구단과 학부모들과의 입장 차로 일부 유망주들이 대학으로 진로를 변경하며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이번 드래프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며 내년 드래프트에서는 다수의 유망주들이 신청을 하지 않을까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다.

참가교 중에는 서울의 휘경여고가 3명의 선수 모두를 10위 안에 지명시키며 전국대회 다관왕의 위력을 과시했다. 포지션별로는 1라운드에 지목된 7명의 선수 중 3명이 라이트백일 정도로 왼손에 대한 지명도가 높았다.


모든 드래프트는 끝났다. 누구는 선택을 받았고 누구는 그렇지 못 했다. 또, 누군가는 첫 번째로 이름이 불렸고 누군가는 28번째로 이름이 불렸다. 하지만, 그것이 끝까지 이어지란 보장은 없다.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섰을 뿐이다. 그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선택받은 28명, 아니 드래프트에 참가한 34명 전원에게 핸드볼 선수로서 희망찬 내일이 있기를 바라본다.
 



[대한핸드볼협회 차병기 객원기자 : jan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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