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때는 많이 실망시켜 이번에야말로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다.”
새롭게 남자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상섭 감독이나 2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강일구 골키퍼나 약속이나 한듯 같은 다짐의 말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대한민국의 남자핸드볼대표팀이 1월 11일(이하 한국 시간)부터 스페인에서 열리는 제23회 세계남자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남자대표팀은 세계선수권 준비를 위해 전국체전이 끝난 10월부터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석 달 넘게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영하 20도의 강추위로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남자대표팀이 훈련 중인 오륜관만큼은 대표선수들의 투지와 열정으로 한껏 달아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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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대표팀은 여자대표팀과 동반 메달이라는 목표를 안고 런던 행에 올랐지만 5전 전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안고 쓸쓸히 귀국했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며 온 국민에 여자핸드볼의 입지를 다시 한 번 재확인시킨 여자대표팀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남자대표팀은 위기 속에 4년 연속 두산을 남자 실업 최강으로 이끈 이상섭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혔다. “남자핸드볼은 여자핸드볼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우리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게 가장 크다. 선수들 스스로도 그것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회에 임하는 자세가 비장하기까지 하다.” 이번에 새로이 대표팀을 맡게 된 이상섭 감독의 말이다.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된 이상섭 감독이 이번 대표팀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남자핸드볼의 색깔 찾기였다. “올림픽을 보면서 대한민국 핸드볼의 색깔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스피드를 끌어올리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실제로 대표팀은 개별 체력훈련에는 소집 후 2주 정도밖에는 할애하지 않았다. 그 외에는 코트 위에서의 훈련에 모든 것을 집중했다.
1월 4일 대표팀의 훈련장을 찾았을 때 대표팀은 두 팀으로 나뉘어 프런트 코트와 백 코트를 쉴 새 없이 달리고 있었다. 이상섭 감독 또한 하프 코트에서 휘슬을 불어가며 선수들과 한 몸이 되어 훈련에 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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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이 들어가고 하프 코트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그 찰나가 선수들에게는 유일한 휴식 시간이었다. 그 틈을 이용해 코트 밖에 마련된 종이컵의 물로 간단히 목을 축이고는 다시 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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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선수들은 달리고 또 달렸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훈련은 끝날 줄 몰랐다. 선수들의 모습에서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상섭 감독의 휘슬은 멈출 줄 몰랐다. 그리고, 그제야 왜 체력 훈련을 따로 하지 않았는지 알게 됐다. 그렇게 공수를 쉼 없이 반복하다보니 체력 또한 자연스레 올라오고 있었다. 선수들은 이런 훈련을 벌써 몇 달째 오전과 오후에 나눠 실시하고 있었다. 훈련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여기저기서 거친 호흡과 함께 그 자리에 주저앉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남자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며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12월에는 브라질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해 실전 대비 훈련도 마쳤다. 조 편성의 대진운도 좋은 편이다. 런던올림픽에서는 조 편성의 운도 따라주지 않아 더욱 어려운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첫 경기를 치르게 될 세르비아와도 올림픽에서 대등한 경기를 폈고 그 외 슬로베니아, 벨라루스,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 등 올림픽에서 맞붙었던 팀들보다는 한결 수월한 팀들과 예선을 치르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예선 결과에 따라서는 1997년 일본에서 열린 제 15회 대회 후 15년 만에 8강 진출에 대한 기대도 흘러나오고 있다. |
 이번 대표팀의 단장을 맡은 한정규 부회장이 훈련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
하지만, 이상섭 감독은 섣부른 판단은 자제했다. 목표를 묻는 질문에 정보가 부족한 팀들과 붙기 때문에 더 어려움이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번 대표팀이 갖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이상섭 감독을 더욱 고민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이번 대회는 남자핸드볼의 아이콘과도 같았던 윤경신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반납하며 윤경신이 없이 치르는 첫 국제대회가 됐다. 윤경신과 백라인에서 균형을 맞추던 레프트백 백원철도 국가대표를 은퇴했다. 게다가 이재우, 정수영, 유동근, 고경수 등 런던 올림픽에서 활약했던 주축 선수들이 대다수 빠졌다. 이재우, 정수영, 유동근 모두 왼손 자원이어서 레프트와 라이트의 전력 불균형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상섭 감독에게는 또 다른 숙제거리가 됐다. 그럼에도 핸드볼코리아리그의 활성화와 더불어 올림픽으로 인해 대중의 관심 속에 있는 지금이 남자대표팀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2010년 후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던 강일구 골키퍼의 각오는 더욱 남달랐다. 어느덧 대표팀의 최고참이 되어 있었고 주장까지 맡게 되었다. “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대회에 임한다. 어쩌면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 세계대회일 거 같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 올림픽의 아쉬움 또한 한 번에 털어버리려고 한다.”고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대표팀은 모든 준비를 끝내고 1월 8일 대회가 열리는 스페인으로 향한다. 이상섭 감독은 핸드볼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했다. 아시아선수권 3연패의 위업을 넘어 세계대회에 도전장을 내민 남자대표팀에 승전보를 기대해 본다. |
 남자대표팀 출국장에서 |
[대한핸드볼협회 차병기 객원기자 : jan35@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