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네덜란드와의 경기가 있는 날이다. 어제의 경기 내용은 빨리 잊자는 임영철 감독의 주문대로 코칭스태프도 선수들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등 전체적으로 분위기 전환에 신경을 썼다. 선수들도 어제 경기는 잊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훈련에 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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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가이드를 맡고 있는 가가도 어제 경기를 본 후 직접 썼다며, 편지를 읽어주며 분위기 전환에 함께 동참했다. 점심은 맏언니 송미영 골키퍼가 손수 김치찌개를 끓였다. 역시 한국 아줌마의 손맛은 어디 가나 최고였다. 다들 먹는 내내 감탄을 연발했고 원기 보충 또한 제대로 했다.
네덜란드는 이번 세계선수권 유럽예선에서 러시아를 이긴 신흥 강호다. 세계선수권 본선에 빠짐없이 진출했던 러시아에 첫 예선 탈락의 굴욕을 안겨준 팀이 바로 네덜란드다. 네덜란드는 그 동안 베일에 싸여 왔던 팀으로 그래서 지난 노르웨이 4개국 대회는 어느 경기보다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경기 분석에 들어갔다. 경기가 끝났으니 하는 말인데 김진이는 사실 오늘 경기를 위해 숨겨둔 임영철 감독의 전략적 히든카드였다. 네덜란드는 8강이 목표인 우리 팀에 반드시 잡아야 할 팀이었다. 네덜란드에 만약에 질 경우 예선을 통과하더라도 8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임영철 감독은 노르웨이 4개국 대회에서도 김진이를 기용하지 않으며 철저하게 베일에 감췄다.
우리 선수들은 경기 시작 후 0:3으로 끌려갔다. 경기 초반 답답한 흐름에 작전타임을 부른 임영철 감독은 김진이를 바로 투입했고 김진이의 과감한 중거리 슛으로 우리 팀은 공격의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김진이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던 네덜란드는 김진이의 슛을 전혀 막지 못했다. 박미라 골키퍼의 연속된 노마크 찬스 선방을 속공으로 연결하며 동점을 만든 우리나라는 이은비의 슛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7:7 상황에서 내리 5득점하며 12:7까지 달아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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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을 17:11로 마친 우리나라는 후반 들어서도 계속해서 몰아붙여 9점 차까지 점수 차를 벌리며 사실상의 승부를 결정지었다. 후반 막판 선수들이 방심한 탓에 추격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비록 더 많은 점수 차로 이기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번 예선 첫 승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16강으로 가기위한 중요한 경기였고 어제의 패배를 깨끗이 씻을 수 있는 경기였다. 경기 MVP 역시 김진이가 뽑혔다. 패한 어제 경기에서도 우선희가 경기 MVP에 뽑히는 등 두 경기 연속해서 우리 선수가 경기 MVP에 뽑혔다. 김진이는 난생처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받는 MVP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임영철 감독은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후반 5분을 남겨놓고 벌써 승리의 기쁨에 졌었던 것 같다. 오늘 저녁 선수들과 경기영상을 보면서 반성을 해야겠다”며 승리 소감보다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또, 노르웨이 4개국 대회가 유럽선수들과의 경험이 적었던 우리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고 네덜란드를 이길 수 있던 원인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상대가 김진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고 노르웨이 대회에서 출전한 선수들만 가지고 분석을 한 것 같다. 우리의 전략과 전술의 승리였다”고 했다.
경기 후 기쁜 나머지 한국에 경기결과를 바로 문자로 전송했는데, 한국 중계방송은 1시간 지연 중계 되어서 본의 아니게 김빠지게 한 결과가 되어버렸다. 현지에서 경기가 끝났을 때에 한국에서는 전반초반 우리선수들의 답답한 경기가 진행될 때였다고 한다.
이로써 1승 1패를 기록한 우리나라는 도미니카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네덜란드와 승점 2점으로 공동 3위가 됐다. 내일은 하루 휴식이 있는 날이다. 오전에는 선수단 모두 휴식을 취할 예정이고 오후 훈련 후 세르비아 대사관에서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김광근 대사 부부는 두 경기 모두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해주었다.
내일과 모레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콩고 민주공화국과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경기가 있다. 승점이 동률일 경우 골득실을 따져야 할 수도 있어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경기들이다. 두 경기는 이른 시간에 열리는 만큼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선전하는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봤으면 좋겠다.
[대한핸드볼협회 차병기 객원기자 : jan35@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