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채널산책] 반갑다! 핸드볼 중계… 비인기 종목에 더 많은 관심을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8.02.13
조회수
704
첨부

몇 년 전, 휴먼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 핸드볼 선수를 취재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어머니를 애타게 찾는 여자핸드볼 선수와 남매들의 이야기였다. 당시 그 선수의 사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대낮에 우연히 핸드볼 중계를 보다가 중계카메라에 비친 관중석에 어머니를 찾는 현수막을 보고서였다. 그녀는 팀을 승리로 이끌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고, 텅 빈 관중석에 애처롭게 걸려있던 현수막이 자꾸 눈에 밟혔었다.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 방송사들에선 이틀에 걸쳐 저녁시간에 이례적으로 핸드볼 경기를 중계했다. 흥행대박을 터뜨린 핸드볼을 소재로 한 영화의 여파도 있었을 테고, 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전이 편파판정 속에 진행돼 국민들의 감정이 한껏 격앙됐던 터에 이뤄진 재경기여서 열기는 올림픽 결승전을 방불케 할 만큼 뜨거웠다. 덕분에 남녀 재경기 모두 정규방송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심지어 남자 핸드볼 재경기는 같은 날 벌어진 축구국가대표 평가전보다 시청률이 더 높았다. 그리고 시청자들도 핸드볼이 항상 보는 축구나 야구 못지않게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리는 김연아 선수가 얼음판 위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연기를 펼치는 모습과 박태환 선수가 힘차게 물살을 가르는 모습을 TV중계를 통해 지켜보면서 그전엔 관심도 없던 피겨 스케이팅과 수영 종목을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됐다. 몇 가지 한정된 스포츠를 제외하고는 어쩌다 스타선수가 하나 나와야 그 종목이 인기를 얻게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방송사들의 스포츠 중계는 왜 먼저 비인기종목에 눈을 돌리지 못하는 것인지,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스포츠를 접하게 하고, 관심을 갖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다보면 지독하게 편향돼 있는 인기종목과 비인기종목의 격차가 지금보다는 훨씬 줄어들 것 같은데 말이다.

어쩌면 이번 핸드볼 중계는 언제나처럼 일회성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올림픽 때만 반짝 효자 효녀라며 칭찬하는 민망함이 또 반복될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제는 시청자들이 나서서 \'비인기종목의 중계방송을 허락하라\'고 요구라도 해야 할까? 언제까지나 비인기종목이라는 이유로 우리 선수들이 응원하는 이 없는 텅 빈 경기장에서 외롭게 달리도록 놔둘 수는 없지 않겠는가.

<쿠키뉴스  최경 방송작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