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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선 남자핸드볼, 감독 용병술 빛났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8.02.27
조회수
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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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선수 누가 나오는가보다 어느 나라 심판이 휘슬을 잡느냐가 더 중요한 경기였다.

 

\'이고르 체르네가, 빅토르 폴라덴코\'

 

국제핸드볼연맹(IHF)이 배정한 러시아 출신의 두 심판이 결승전을 맡았다. 그리고 \'여섯 경기 모두 이긴 한국의 우승\',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스포츠의 아름다움에는 공평하고 올바름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려준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러웠다.

 

김태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핸드볼대표팀은 우리 시각으로 26일 늦은 밤 이란 이스파한에 있는 탈라레 피루지 경기장에서 벌어진 제13회 아시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대회 3연패에 빛나는 쿠웨이트를 27-21로 물리치고 감격적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문지기 강일구의 선방과 스물 셋 막내들의 깜짝 활약

 

  
한국 선수단의 우승 기념촬영(대회 공식 누리집asianhandball2008.com)
ⓒ 아시아핸드볼연맹
핸드볼

모험을 걸지 않고 새로운 결과를 이끌어낼 수 없듯이 승부사 김태훈 감독은 결승전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어린 선수들을 맨 앞에 내세웠다. 여섯 골 차 완승이라는 결과가 말해주듯 이 판단은 특효약이었다.

 

아무리 아시아핸드볼연맹(AHF)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등에 업고 뛴 쿠웨이트 선수들이었지만 실질적인 승부를 펼치기 위해서는 상대 팀 핵심 선수들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쿠웨이트 수비 전술의 중심은 한국의 레프트백 \'백원철 묶기\'로 보였다. 준결승전까지 다섯 경기 결과만 놓고 봐도 그 판단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의 경기를 꾸준히 지켜본 사람이라면 한국 득점(결승전 빼고 5경기 164득점 129실점)의 절반 가까이가 백원철의 오른손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결승전에 임한 김태훈 감독은 지켜보는 이들이 무릎을 칠 정도로 색다르게 나왔다. 소속팀 일정 때문에 이번 대표팀에 동행하지 못한 세계적인 센터백 윤경신(독일 함부르크), 조치효(바링겐) 등의 빈 자리를 \'정의경-고경수-정수영-유동근\'에 이르는 스물 셋 동갑내기 대표팀 막내들로 대신하게 했던 것이었다. 국제 무대에서는 비교적 낯선 얼굴들을 왜 데려갔는가를 잘 알게 해 준 결승전이었다.

 

쿠웨이트 수비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레프트백은 물론 레프트 윙, 센터백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낸 한국의 간판 백원철을 찾았지만 좀처럼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그는 체격 조건이 뛰어난 윤경민과 함께 주로 수비에 치중했다. 하루 전 열린 개최국 이란과의 준결승까지 백원철과 이재우가 주도했던 한국의 공격과는 딴판이었던 것이다.

 

한국이 \'정의경(레프트백)-고경수(센터백)-유동근(라이트백)-정수영(라이트윙)\'에 이르기까지 그 핵심 선수들을 막내들로 꾸려서 내보낼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실제로 쿠웨이트는 정의경이나 고경수에게 찰거머리처럼 따로 한 명을 붙일 정도로 적극적인 수비 방법을 택했지만 나머지 소띠 선수들의 빠른 연결은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한 마디로 고경수가 잡히면 정의경에게서, 정의경이 잡히면 고경수의 손끝에서 골이 터진 것이었다.

 

물론, 이렇게 완승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문지기 강일구의 눈부신 선방은 더 돋보였다. 방어율이 30%가 넘을 경우 제몫을 충분히 다했다고 평가할만한 자리가 핸드볼 경기의 문지기이지만 결승전 강일구의 성적은 상대 선수들 입장에서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21실점에 선방 20개, 방어율 48.8%에 이르는 놀라운 성적이었다. 쿠웨이트의 키다리 센터백 파이살 알무타이리가 분전했지만 각도를 잘 잡고 몸을 아끼지 않는 강일구 앞에서는 작게 느껴질 정도였다.

 

가깝게는 지난 해 9월 열린 올림픽 예선전 패배와 2006 도하아시안게임의 터무니 없는 판정들이 떠오르지만 아시아핸드볼연맹(AHF) 회장국 쿠웨이트는 1977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에서 최근 세 번의 우승 경력(2002년 10회, 2004년 11회, 2006년 12회)을 자랑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13회) 우리 선수들이 당당하게 치켜든 우승 트로피에 담긴 뜻은 더욱 남다르다고 할 것이다.

 

모쪼록 이를 계기로 \'한데 볼\' 또는 \'한 때 볼\'이라는 별명을 훌훌 털어버렸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 제13회 아시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 결승전 결과, 26일 이란 이스파한

★ 한국 27-21(전반 15-9) 쿠웨이트

◎ 이 대회 한국팀 경기 결과
한국 36-27 아랍에미리트
한국 33-25 일본
한국 31-30 사우디 아라비아
한국 31-23 카타르(이상 B그룹 리그)
한국 33-24 이란(준결승)

■ 역대 결과
제12회(2006년 타이, 방콕) 1위 쿠웨이트 / 한국 2위
제11회(2004년 카타르, 도하) 1위 쿠웨이트 / 한국 기록 없음
제10회(2002년 이란, 이스파한) 1위 쿠웨이트 / 한국 4위
제9회(2000년 일본, 구마모토 ) 1위 한국
제8회(1995년 쿠웨이트) 1위 쿠웨이트 / 한국 2위
제7회(1993년 바레인) 1위 한국
제6회(1991년 일본, 히로시마) 1위 한국
제5회(1989년 중국, 베이징) 1위 한국
제4회(1987년 요르단) 1위 한국
제3회(1983년 한국, 서울) 1위 한국
제2회(1979년 중국, 난징) 1위 일본 / 한국 기록 없음(불참)
제1회(1977년 쿠웨이트) 1위 일본 / 한국 2위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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