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쿠웨이트여, 지옥을 보았느냐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8.02.29
조회수
614
첨부

한국 남자 핸드볼, 편파 판정 설욕
김태훈 감독, 신인중심 용병술 선보여

  • 김태훈(45) 남자핸드볼대표팀 감독은 선수들 사이에서 큰 형님으로 통한다. 권위적인 \'빅 브라더\'가 아니라 깊은 정으로 동생들을 감싸주는 그런 \'큰 형님\'이다. 그는 선수시절 태극 마크를 달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평범했지만, 핸드볼 스타들인 대표선수들과 동료 지도자들이 모두 인정해주는 특별한 지도자가 됐다. 26일 밤 쿠웨이트와의 경기는 김태훈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베이징올림픽에서 \'용꿈\'을 꿔 볼 만한 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벤치 멤버들을 대거 내세워 체격조건이 유럽과 비슷한 쿠웨이트를 간단하게 제압한 것이다. 한국은 이란 이스파한에서 열린 제13회 아시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쿠웨이트를 27대21로 누르고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되찾았다. \'적지\'인 중동에서 6전 전승으로 정상에 오르며 그간 터무니 없는 편파판정으로 물의를 일으켜 온 아시아핸드볼연맹(AHF) 회장국 쿠웨이트에 \'누가 진정한 아시아 최강\'인지를 실력으로 보여줬다. 게다가 AHF는 한국이 지난달 국제핸드볼연맹(IHF)의 주관으로 일본에서 열렸던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 재경기를 통해 티켓을 따낸 데 불복해 국제스포츠중재법원(CAS)에 제소하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 ▲ 김태훈 감독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우승)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8위)을 거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 선배 감독들이 김태훈을 다시 봤다는 말이 나올 만큼 경기 내용도 좋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핸드볼 금메달을 이끌었던 고병훈 핸드볼협회 사무국장은 \"사실 꼭 이겨야 하는 부담스러운 경기였는데 젊은 선수들을 대거 내세우는 대담성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한국은 주전 공격수 윤경신(독일 함부르크)이 대회에 합류하지 못했고, 주전인 백원철과 이재우(이상 일본 다이도스틸)가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김태훈 감독은 백원철과 이재우를 수시로 교체하며 체력을 안배하게 했고, 신예 트리오 고경수(하나은행)와 정수영(코로사), 정의경(두산)을 앞세워 다양한 득점 루트로 쿠웨이트를 공략했다. 1992년 올림픽과 1995년 세계선수권에서 여자대표팀을 금메달로 이끌었던 정형균 핸드볼협회 부회장은 \"대표팀 감독의 주 기능 가운데 하나가 세대교체인데, 기존 선수들에 비해 손색없을 만큼 탄탄하게 키워냈다\"고 흐뭇해 했다.

    김태훈 감독은 \"편파판정으로 쌓였던 체증이 확 뚫린 것도 기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베이징 올림픽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 핸드볼은 \'찬밥 신세\'인 핸드볼 중에서도 화려한 성적을 일궜던 여자대표팀의 그늘에 가려 있는 편. 김태훈 감독은 \"베이징에서 메달을 따내 남자 선수들을 주제로 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속편을 찍고 싶다\"고 농을 던졌다.

<조선일보  민학수 기자 haksoo@chosun.com>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