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시즌은 유독 하위권팀들의 돌풍이 거셌다. 상무의 경우 국가대표 선수들이 입대하며 어느 정도 성적이 예상된 부분이지만, 지난 시즌 여자부 7위와 8위에 머물렀던 광주도시공사와 부산비스코의 선전은 순위싸움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었다.
광주에서 시작된 꼴찌들의 대반란
첫 경기에서 지난 시즌과는 전혀 다른 경기력으로 부산비스코에 21:20의 승리를 거둔 광주는 다음 경기 인천시청과의 경기에서 후반 중반까지 오히려 앞서는 선전을 폈다. 그리고, 급기야 5월 1일 서울시청과의 경기에서 경기 종료 막판 강경민이 7미터 던지기를 얻어내며 무승부를 거두는 대형 사고를 쳤다. 서울시청은 이날 무승부로 순위싸움에서 끝까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최강 인천시청과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인천시청의 정규리그 우승이 결정된 5월 25일, 광주도시공사는 전반을 6:13으로 크게 뒤졌지만 후반전 무섭게 따라붙으며 경기종료 7초를 남겨두고 강경민의 골로 23:23 기어코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비록 류은희 골로 승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광주도시공사의 끈질긴 추격은 여자부 최강 인천시청도 간담을 서늘케 하기에 충분했다.
사실 광주도시공사에는 아무 의미 없는 경기들이었다. 소위 져도 그만 이겨도 그만인 경기였다. 하지만, 광주도시공사 선수들은 마지막 1분 1초까지 악착같이 달라붙으며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것이 광주도시공사가 지난 시즌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광주도시공사의 가장 큰 문제는 선수들이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다는 점. 황보성일 코치가 광주도시공사 부임 후 가장 신경 쓴 부분도 이 부분이다. “지금의 우리 아이들은 등치로는 밀릴지 몰라도 정신력으로는 어느 팀 못지않다. 옛날 생각은 하지 말자고 했다. 선수가 바뀌었으니까 팀도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팀을 만들어보자 수없이 강조했다.”
광주도시공사의 개막전 멤버를 보면 기존 선수들이 하나도 없었다. 조효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신인들로 꾸렸다. 이는 선수들에게 패배의식을 잊게 함과 동시에 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어넣어줬다.
특히 신인으로 당찬 활약을 보이며 신인상을 차지한 강경민은 광주도시공사와 더할 나위 없는 공생관계였다. “선수가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팀을 만나느냐도 중요하다. 경민이처럼 신인이 바로 뛰면서 게임을 조율할 팀이 별로 없다. 하지만, 우리 팀과 경민이의 개인 기량이 잘 맞아 떨어졌다.”

광주도시공사는 그동안 신인드래프트에서 불참하거나 1, 2 라운드를 포기하며 불청객 아닌 불청객 신세에 놓였다. 하지만, 올해는 7명의 선수를 뽑아 완전 새로운 팀으로 변모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황보성일 코치는 이를 두고 작은 변화가 회사를 움직인 것 같다고 했다. “지난 해 2승을 했던 것이 회사에서도 투자를 하면 결실이 오는구나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는 모든 요구를 들어주셨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투자는 계속 해주신다고 하셨으니 2, 3년 뒤에는 더욱 좋은 팀이 되어 있을 것 같다.”
강팀 킬러로 거듭난 부산비스코
부산비스코는 1라운드에서 1승 1무 5패를 기록하며 최약체 경남개발공사 바로 위에 위치했다. 그런 부산비스코가 2라운드 시작과 함께 대반전을 이루어냈다.
2라운드 시작과 함께 SK슈가글라이더즈와 경남개발공사를 연파한 부산비스코는 원더풀삼척을 27:24로 이기며 대회 최대 이변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다음 경기에서 컬러풀대구마저 27:23으로 이기며 더 이상 이변이 아님을 증명해냈다.
비록 인천시청에 아쉽게 패하기는 했지만 서울시청과 광주도시공사에 승리를 거두며 2라운드 최종 성적 6승 1패를 기록 최강 인천시청과 2라운드 동률 1위에 오르는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냈다.

강재원 감독에게 대놓고 물어봤다. 2라운드에 달라진 게 무엇인지... “변화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우선 첫 경기에서 광주에 패하면서 선수들이 의기소침해 했다. ‘우리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구나’ 좌절했고 이 부분을 끌어올리는데 많이 힘들었다. 두 번째는 집중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뒀다. 마지막으로 개인플레이를 지양하고 우리 팀만의 포메이션에 맞춘 맞춤형 훈련을 시켰다. 이런 점이 변화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한다.”
선수 하나하나도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이은비는 대표팀에서는 윙어로 활약했지만 팀에서는 센터백을 소화해야 하다 보니 팀원들과 손발이 맞지 않았는데 경기를 치르며 본연의 임무를 되찾아 갔다.
이세미는 이수정이 갑자기 부상으로 경기에 뛸 수 없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생소한 피봇에 위치시켜야 했다. 하지만, 이세미는 전문 피봇이 아니었음에도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며 최종적으로 피봇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가 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손 등뼈가 부러진 상황에서 끝까지 시즌을 완주했다고)
권근혜는 늦게 팀에 합류하며 체력적으로 뒤쳐졌지만 2라운드 막판에는 60분 풀타임을 소화할 체력을 길러냈다.
신인 전체 1순위 박준희도 큰 힘이 됐다. 강 감독이 제2의 류은희로 키우고 있는 박준희는 신장은 좋지만 아직까지 수비 자세나 footwork 등 기본기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강 감독은 “슈팅 시 타점교정이나 스냅교정을 시켜주고 있고 하체운동, 근력운동을 꾸준히 시켰는데 2라운드 접어들면서 효과가 나타났다. 슛 타이밍이나 빈 공간을 파고드는 부분이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소속팀의 보다 먼 곳을 바라본 투자도 긍정적 효과로 이어졌다. “회사에서는 너무 빨리 가는 것보다 한국 핸드볼 발전을 위해 선수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또한 요즘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재미,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에 빠져 있다.”
강재원 감독과 황보성일 코치가 런던올림픽의 여자대표팀 감독과 코치였던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들이 런던의 감동을 뛰어넘어 핸드볼 코트에 신선한 자극을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구단의 통 큰 투자가 한몫하고 있기도 하다.
대한핸드볼협회는 신인드래프트의 취지로 전력평준화를 1차 목표로 삼았다. 그 1차 목표는 서서히 눈에 나타나고 있다. 2015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팀간 전력이 줄어들며 박빙의 승부가 연이어 펼쳐졌다. 어쩌면 2015시즌은 2016시즌에 대한 예고편일 지도 모른다. 리그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안된 시점에서 벌써부터 다음 시즌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대한핸드볼협회 차병기 객원기자 : jan3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