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막을 내렸다. 전 세계 대학선수들의 축제답게 빛고을 광주는 젊은 선수들의 땀과 열정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핸드볼은 유니버시아드대회 사상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선정되어 젊음의 축제에 동참했다. 비록 대회 전 목표로 했던 남녀 동반 금메달의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젊은 선수들이 코트에서 보여준 투지와 열정은 그들이 주전으로 활약할 근미래의 핸드볼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넘어지고 쓰러지고... 코트 위에서 온몸을 불살랐다
남자대표팀의 최종 성적은 4위. 하지만, 그들이 코트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메달의 가치로는 평가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남자대표팀은 대회 시작부터 모든 게 꼬였다. 당초 남자대표팀은 세르비아와 멕시코, 미국 등과 한 조에 속했고 4개 조가 예선을 펼쳐 8강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팀을 가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부 국가가 불참하면서 두 개조로 축소되게 되었고 그 결과 세르비아, 러시아, 리투아니아 등 강팀과 한 조에 묶이게 됐다. 일정은 더욱 험난해서 남자대표팀이 취한 휴식은 하루에 불과했고, 뒤에 벌어진 5경기는 하루의 휴식도 없이 치러야 하는 살인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대표팀의 경기 중 가장 극적이었던 경기는 러시아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 예선성적 4전 전승으로 순항하던 대표팀은 전날 벌어진 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 30:33으로 패하며 자력으로 결승 진출이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남아있는 경기는 유럽 최강 중 한 팀인 러시아.
러시아는 이날 경기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결승에 오르는 유리한 상황이었고 대표팀은 무승부 혹은 패하게 되면 5, 6위전으로 추락하고 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더군다나 결승 진출이 어려워지며 또 다른 목적이었던 군 면제의 혜택도 사라진 상태였다.
목표도 의지도 없어졌을 상황. 하지만, 어린 남자대표팀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넘어지고 쓰러지기를 반복하며 코트 위에서 온몸을 던졌다. 그 결과 전반 11:13의 열세를 뒤집고 24:21의 승리를 거두는 반전을 만들어냈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선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코트로 뛰쳐나와 얼싸안고 기뻐했다.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 마냥 흥분을 감추지 못 했다.
스위스와의 경기는 말 그대로 혈투였다. 5경기를 연달아 치르며 선수들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전후반을 27:27로 승부를 내지 못했고 경기는 연장으로 돌입했다. 연장 전반 상대의 슛이 연달아 골망을 가르며 전반을 3:4로 뒤졌다. 그리고, 후반 시작과 함께 한 골을 더 실점하며 두 점 차로 벌어져 패색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하지만, 심재복(인천도시공사)과 장동현(한체대)의 골로 다시 균형을 맞췄고, 종료 20여 초를 남기고 스위스가 실책을 범하며 대표팀에 마지막 공격권이 주어졌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가장 중요한 한 골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파울로 저지하는 스위스에 결국 골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진 7미터 승부던지기. 대표팀은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이현식(코로사)의 슛이 골키퍼 맞고 골대에 맞으며 아쉽게 실패했고 이는 끝까지 이어져 승부던지기 결과 3:5으로 패하고 말았다.

길고 길었던 두 시간의 혈투가 끝나는 순간, 정대검(코로사)은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고, 주장 심재복은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경기장을 찾은 1,000여명의 관중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한 남자대표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관중 중에는 지금까지 핸드볼은 여자만 생각했었는데 남자핸드볼도 재미있다며 관심을 가져봐야겠다고 말을 하는 관중들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12점 차,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여자대표팀은 결승에서 동유럽의 강호 러시아에 막혀 아쉬운 은메달을 목에 걸어야 했다. 금메달을 못 따 아쉬운 것이 아니라 충분히 금메달이 가능했기에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여자대표팀은 승승장구하며 결승까지 진출했다. 예선 마지막 경기도 치르기 전에 결승행을 확정짓는 등 상대팀들을 압도했다. 김온아, 류은희(이상 인천시청), 권한나(서울시청) 등 성인국가대표 주전들이 대부분 유니버시아드대표팀에 합류하며 기대를 높였고 이는 그대로 결과로 드러났다.
너무 긴장을 한 탓일까? 아니면 그동안 강팀을 만나지 못한 탓일까? 여자대표팀은 결승전에서 예선과는 전혀 다른 몸놀림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전반 스코어 15:22. 힘으로 밀어붙이는 러시아 공격에 제대로 반격 한 번 해보지 못하며 끌려갔다.
그리고, 후반 9분. 점수는 더 벌어져 18:30 12점 차로 벌어졌다. 게다가 전반 가장 많은 득점을 했던 류은희가 속공 과정에서 다치며 코트를 떠나고 말았다. 경기장의 모든 사람들이 끝났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반전이 일어났다. 수비 포메이션을 변경한 대표팀은 상대가 당황한 틈을 타 무섭게 따라붙었다. 대표팀의 한 골 한 골에 조용했던 관중석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기 종료 2분여를 남겨두고 구예진(대구시청)의 골로 34:36 두 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이어진 수비도 막아낸 대표팀은 빠르게 공격을 전개했고 정유라(대구시청)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정유라가 슛한 볼은 상대 골키퍼에 막히며 무의로 돌아갔고, 이어진 수비에서 골을 허용하며 다시금 점수 차가 벌어지며 끝내 경기를 뒤집는데 실패했다.

류은희가 부상으로 코트를 떠났고, 김온아와 최수민(서울시청)마저 부상으로 벤치를 지키는 암울한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13분 이후에는 15:6의 압도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경기를 지켜본 대다수의 팬이라면 수비 포메이션을 좀 더 일찍 변경했더라하면 하는 아쉬움이 가슴 속에 가득했으리라.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모습에서 한국핸드볼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경기였고 그래서 더욱 값진 은메달이었다.
[대한핸드볼협회 차병기, 윤초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