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있어 세번째 도전입니다. 어렵지만 잘 헤쳐나갈 자신이 있습니다\"
2004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 은메달 감동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주인공
임오경(37) 여자실업 핸드볼 서울시청 감독이 오랜 일본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완전히 돌아왔다.
임 감독은 지난 15일 일본으로 건너가 히로시마 집을 모두 정리했다. 1994년 한국체대 졸업과 동시에 일본 여자실업 히로시마 메이플레즈의 플레잉 코치로 건너갔으니 딱 14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것.
남편인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 박성우(37)는 일본 대표팀 코치 겸 주니어대표 감독직을 접고 올 초부터 나가노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클럽을 운영하기로 했고, 9살배기 딸 세민이는 은퇴한 일본인 제자에게 맡겨 히로시마에서 당분간 학교를 계속 다니게 했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지만 한국에서 다시 이뤄야 할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임 감독은 서울시청팀 사령탑을 맡기로 지난달 초 계약을 했고, 6월 창단까지 선수 수급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 국내 실업 지휘봉을 잡고도 팀을 최고로 만들어 보겠다는 나름의 목표도 정했다.
전북 정읍 동신초교 4학년때 처음 코트에 발을 들여놓은 임 감독의 핸드볼 인생에 있어 세번째 도전.
첫번째와 두번째는 모두 성공을 거뒀다.
임 감독은 한국 여자핸드볼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에 1995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낼 때 주역으로 활동했다. 국내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룬 것.
또 일본 여자 실업팀 가운데서도 꼴찌나 다름없었던 히로시마를 10여년간 8차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강팀으로 만들어놨다. 실업종합선수권대회나 전국체전 등 각종 대회까지 합하면 임 감독이 히로시마를 정상에 올려놓은 건 스무 번이 넘는다.
엘리트 코스를 거쳐 탄탄대로를 달려왔지만 국내 실업팀 지도자의 길은 시작부터 난관이다.
일단 선수수급부터 문제다. 올림픽공원 옆에 팀 숙소까지 마련해 놨지만 시즌이 이미 시작한 뒤라 스카우트할 선수가 없는 데다, 운동을 그만둔 선수를 끌어 모아도 이들을 쓰려면 국내 실업 규약상 전 소속팀에서 이적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여자이기 때문에 겪는 편견도 벽이었다. 여자가 실업팀 지휘봉을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임 감독은 벌써 \"일본에서 잘 살다가 왜 돌아와서 넘쳐나는 남자 지도자들의 밥그릇까지 빼앗으려 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주변으로부터 심심찮게 듣는다.
이 때문에 지난 주 히로시마에서 짐을 정리하면서 고민도 많았다.
\"한국에 돌아오기가 겁이 났습니다. 한국 핸드볼을 위해 뭔가 좋은 일을 해보려고 하는데 정작 그동안 국내에서 핸드볼을 지켜온 분들은 내가 오는 게 전혀 탐탁하지 않은 눈치입니다\"
그래도 임 감독이 돌아온 건 책임감과 자존심 때문. 한번 결정한 일이니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책임감 하나로 인생을 살아왔다. 주어진 일을 똑 부러지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성격이다. 그동안 성공을 거둔 것도 이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17일 전국실업핸드볼대회가 열리고 있는 강원도 홍천을 찾았다. 실업무대에서 계속 마주칠 다른 실업팀 감독들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서였다.
그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한국에 왔다. 여자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되는 데까지 해보겠다. 국내에서도 멋지게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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