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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마치며

작성자
Handballkorea
등록일
2015.08.10
조회수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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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국제심판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로 매해 여름은 긴장과 경쟁의 연속이었다. 국제핸드볼연맹(이하 IHF)이 주관하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가 매해 7월·8월에 열리고 있어 해마다 여름이면 우리(나와 구본옥 심판 커플)도 어김없이 초청을 받아 코트 위에서 휘슬을 불었다. 2012년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대회(몬테네그로), 2013년 세계남자청소년선수권대회(헝가리), 2014년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크로아티아) 등에 참가하며 레벨도 높여갔다.

 

 

브라질에서 광주로

 

올 여름 사실 우리의 목적지는 브라질이었다. 지난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세계남자선수권대회 당시 IHF 심판위원장으로부터 ‘7월에 브라질에서 열릴 세계남자주니어선수권대회을 준비하라’는 특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흥분과 동시에 ‘2016 리우올림픽 사전답사(?)를 미리 다녀오자’며 들뜬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그런데...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앞두고 심판 지명 공식 문서가 전달되었다. 전 세계 12개국의 심판 커플(24명)이 초청을 받았는데 그 안에 한국 심판은 없었다. 자국 심판 없이 열리는 국제대회도 종종 있어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안방에서 개최되는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상당히 비중 있는 시각으로 바라보았고, 대표팀의 성적에 대한 기대도 높았던 터라 대한핸드볼협회에서는 이례적으로 IHF에 자국 심판의 초청을 요청했다. 그리고, 브라질로 향할 생각에 들떠 있던 우리는 13번째 심판 커플로 2015 하계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국제경기에서 자국 심판이 있느냐 없느냐는 정보전달, 심판들 간의 견제 등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었기에 아쉬운 마음을 달랬고, 그렇게 우리의 여행 가방은 브라질이 아닌 대한민국 광주로 향했다.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가한 심판진

 

보통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심판들이 짊어져야 하는 부담감과 스트레스는 실로 엄청나다. 규칙테스트, 비디오테스트, 체력테스트 등 각종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하는 부담감, 배정된 경기를 훌륭하게 운영하여 감독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야하는 부담감은 물론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하여 심판들 간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8강·4강 같은 주요 경기에 배정될 수 있었기에 대회가 열리는 약 3주간의 기간은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생활한다. 게다가 매 경기 심판회의에서 편집된 경기장면을 보며 발표와 토론을 하며 칭찬과 질책을 받는 시간들까지 이어지기에 심판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노르웨이, 이집트, 체코, 몬테네그로, 브라질, 일본, 루마니아, 아스라엘,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코트디부아르 그리고 대한민국까지 총 13개 국가를 대표하여 26명의 심판이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위해 광주를 찾았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휘슬을 불었던 코트디부아르 심판, 각급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휘슬을 불었던 루마니아, 체코 심판도 있었지만 참가한 심판들의 능력이나 명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아무래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핸드볼이 처음 열린 탓에 IHF에서는 본 대회에 대한 비중을 크게 두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더불어 7월 중순부터 세계남자주니어선수권대회가 열린 탓도 있었을 것 같다. IHF에서는 경기 및 심판을 총괄할 감독관 1명을 파견했다. 지위 및 활동범위나 역량에 있어 핵심적인 인물이 아니었기에 심판이 갖는 부담감은 덜했고 우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유니버시아드대회는 심판들에게는 오아시스와도 같은 대회였다. 늘 심판을 괴롭히던 각종 테스트와 매 경기를 평가하고 채점하던 감독관도 없었다. 항상 심판을 궁지로 몰았던 심판회의도 없었다. 물론 공식적인 대회기간이 짧은 탓에 휴식일 없이 매일매일 휘슬을 불어 체력적인 부담감은 있었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적었다는 것은 13커플이 이구동성이었다. 

그렇다고 심판들이 본분을 망각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배정된 매 경기에 집중력을 발휘하여 휘슬을 불었고, 경기 후에는 자발적으로 모여 판정에 대한 회의를 갖기도 했다. 아침마다 주변 학교 운동장을 뛰며 체력 및 컨디션을 조절하는 심판도 있었고, 다른 종목을 관전하며 긴장을 해소하는 심판도 있었다. 모두 프로페셔널했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 또한 여느 세계선수권대회 못지않았다.

 

공식적인 심판회의가 없었기에 심판배정은 매일 밤 자정 이메일을 통해 전달됐다. 자정이 되길 기다리며 내일은 어떤 경기에 배정될까 예측해보는 것도 이번 대회 재미 중 하나였다. 심판배정 확인 후, 치열한 경기에 배정된 심판은 일찍 잠자리에 들기도 했고, 실력차이가 두드러진 경기에 배정된 심판들끼리는 한결 여유 속에 늦게까지 맥주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국제 대회에서 처음 결승전 휘슬을 불다 

 

대회 마지막 날이었던 7월 13일, 심판배정을 확인하기 위해 메일함을 열었고, 결승전 옆에 ‘KOREA’라는 글자가 적혀있는 것을 봤을 때 깜짝 놀랐다. 국제심판 데뷔 5년만의 일이었다. 

 

 

결승전!

 

결승전 배정의 의미는 모든 심판에게 최고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나에게는 영광 그 이상이었다. 물론 유니버시아드대회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와 같은 메이저대회보다는 그 무게감이 덜할지라도 말이다. 국제심판으로 활동하면서 비유럽출신이라는 보이지 않는 편견 속에 싸워야했는데, 이번 결승전 배정으로 어느 정도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했다. 

 

IHF가 주관하는 모든 국제대회를 통틀어 비유럽출신 국제심판이 결승전 휘슬을 분 기록은 손에 꼽을 정도다. 결승전 배정소식을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알리자 전 세계에서 200여명이 넘는 핸드볼 친구, 동료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세르비아와 포르투갈의 남자부 결승전은 굉장히 치열하고 박진감 넘쳤다. 유럽팀 간의 경기인 만큼 실력도 매우 뛰어났고 60분 내내 거친 몸싸움이 이어졌다. 경기 시작 휘슬을 불었을 때의 긴장감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해소됐고, 선수들과, 관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경기 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 경기 후, 모든 심판들이 찾아와 좋은 경기였다고 박수를 보내줬을 때 그 뿌듯함은 대회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우리는 한 가족

 

세계선수권대회와 같은 핸드볼 단일대회에서는 심판 및 감독관들을 위한 호텔이 별도로 준비된다. 그러나 종합대회인 유니버시아드대회는 참가 인원이 워낙 많아 분양이 완료된 신축아파트를 선수촌 및 심판촌으로 활용했다. 덕분에 우리는 새 아파트의 첫 거주자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선수촌 입구. 심판들과 선수들의 선수촌은 분리되어 있다.

 

식당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식사를 했고, 자주 만나는 타 종목의 심판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었다. 

 

대한핸드볼협회가 준비한 2차례의 공식만찬은 심판들에게 대한민국 식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메뉴는 소고기와 삼계탕이었는데, 대부분의 심판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맛있게 먹는 모습에서 흐뭇하기까지 했다. 젓가락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도, 끝끝내 젓가락에 적응하지 못하고 포크를 찾아대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처음 먹는 소주 맛을 즐겁게 음미했고, 몇몇 심판은 숙소로 돌아와 소주를 대령(?)해 올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공식적인 식사 이외에도 심판들과 여가를 즐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대부분은 심판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였지만, 가족, 직업, 정치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의 꽃을 피웠다. 특히 결승전이 끝난 마지막 밤에는 새벽 4시가 넘도록 수다를 떨며 대회 종료와 곧 있을 작별을 아쉬워했다. 

 

 

대회 중간에는 노르웨이 여자 심판 중 한 명의 생일이 있었는데, 심판회의를 가장하여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불 꺼진 회의실에 등장한 케잌과 함께 울려 퍼진 생일축하 노래에 감동하여 일일이 포옹해주던 모습,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며, 정말로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연신 해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대회 자체, 휘슬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심판들 간에 쌓아올린 끈끈한 유대감, 가족과 같은 친밀감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외교의 바탕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심판들이 평가한 최고의 대회

 

대부분의 심판들은 이번 대회의 조직과 운영이 그 어느 대회보다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숙소, 음식, 교통, 청결, 사람들의 친절과 환대 등 모든 것이 최고였다고 말했다. 특히 교통편을 많이 언급했는데, ‘광주에서 핸드볼경기가 펼쳐진 나주·고창·구례로 이동하는 동안 한 차례도 버스가 늦은 적이 없고 매우 편안했다’며 칭찬을 거듭했다. ‘대한민국대표팀의 결과가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이들도 많았다. 물론 그 아쉬움은 우리가 더 하겠지만 말이다.  

 

사실 자국에서 하는 대회는 자국 심판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나는 자국 핸드볼 관계자들이 보는 앞에서 최고의 판정 및 경기 운영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 다른 하나는 초청받은 타국 국제심판들이 머무는 동안 다양한 경험과 만족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그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런 결과를 받은 것 같아 다행이다. 

국제심판이 되고 국내에서 이렇게 많은 타국 심판을 대접(?)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해외 출장 시 자국의 자랑을 늘어놓으며 대접하던 심판들이 내심 부럽기도 했고, 그 위치에 내가 있었다는 것에 세삼 감사했다. 그래서 더욱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자 했고,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했다. 

 

어쨌든, 심판으로서 좋은 여운을 남기며 대회를 마무리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다음 여정의 도착지는 어디가 될지 궁금하다.

 

 

글 : 대한핸드볼협회 국제심판 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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