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철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이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고 무사히 돌아왔다.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일본 나고야 아이치현 체육관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아시아지역예선 최종전에서 개최국 일본을 35-21로 꺾고 리우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대표팀은 26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승전고를 울린 대표팀은 1984년 LA올림픽에 첫 출전한 후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세웠고, 구기 종목 중 가장 먼저 리우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또한 단체 구기팀이 9회 연속 올림픽에 진출한 것 역시 국내 올림픽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대표팀은 이번 예선을 전승으로 장식하면서 여자 핸드볼의 ''아시아 맹주'' 타이틀을 굳건히 지켰다. 이번 아시아지역예선은 한국, 일본, 카자흐스탄, 중국, 우즈베키스탄까지 5개국이 출전, 1위를 차지한 팀에게 올림픽 진출권이 주어졌다. 대표팀은 지역예선 첫 상대였던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일본까지 상대팀들을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점수 차로 꺾는 한 수 위의 실력을 선보였다.
사실상 일본과의 최종전을 제외하면 경계할만한 팀은 없었다. 예상대로 대표팀의 앞길은 탄탄대로였다. 우즈베키스탄전 직전까지는 일본과 공동 1위를 달렸지만 우즈베키스탄에게 56-15로 크게 이기며 골득실에서 일본에 앞서며 단독 1위로 올라섰다. 덕분에 일본과의 최종전에서 최소한 무승부만 거둬도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는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그러나 여자대표팀이 어떤 팀인가. 아시아 최강팀으로서의 자존심, 한일전이라는 특수성과 7,000명에 달하는 일본 응원단에 맞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대표팀은 에이스인 김온아(인천시청)가 13골을 퍼부었고 류은희(인천시청)도 9골을 넣으며 힘을 보탰다. 또, 정유라(대구시청)도 7골을 보태며 뒤를 받쳤고, 박미라(삼척시청)골키퍼는 50%에 육박하는 방어율을 기록하며 뒷문을 책임졌다. 결과는 14점 차의 대승. 일본 원정에서 홈팀 일본을 꺾고 따낸 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에 대표팀 모두가 벤치에서 뛰어나와 기쁨을 나눴고, 원정 응원단의 열기는 수배에 달하는 홈 관중의 그것을 압도하고도 충분했다.

올림픽은 이제 시작이다
대표팀이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완벽한 세대교체다. 지난해 열린 인천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우선희(삼척시청)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며 여자대표팀은 ‘우생순’ 멤버가 모두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그동안 여자대표팀은 이른바 ‘줌마파워’로 대변됐다. 하지만, 이제는 남의 일이 됐다.
이번 여자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5.9세(한국나이)로 대폭 낮아졌다. (런던올림픽 당시 대표팀은 평균 25.6세였지만 한국나이가 아니었고, 30대 선수가 5명 포함되어 있었다.) 7명의 선수가 80년대 생으로 30대 선수는 유현지와 정지해(이상 삼척시청)에 불과하다. 80년대 생보다 90년대 생이 많다는 것도 긍정적 요소다. 앞으로 10년 이상 대표팀을 이끌 젊은 선수들이 주축으로 성장했다는 의미다. 런던올림픽 출전 선수는 절반에 가까운 8명이나 된다.
그중 정유라의 성장에 가장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런던올림픽 당시 대부분의 포지션에서 두 명씩 선발했지만 라이트백만 류은희, 최임정(서울시청), 정유라 3명의 선수를 선발했다. 4년이 지난 현재, 정유라는 그때의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실력으로 증명해냈다. 대표팀에서도 체력왕으로 통하는 정유라는 주포지션이 아닌 라이트윙으로 활약하며 매 경기 고감도 득점력을 뽐내 김온아와 류은희에 이은 제 3공격 옵션을 충실히 해냈다.
김온아와 류은희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것도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또 하나의 성과다. 런던올림픽 때만해도 첫 올림픽이나 다름없었던 두 선수는 (김온아는 베이징올림픽에 뽑혔지만 후보에 불과했다.) 4년 전과 비교해 확실히 농익은 플레이를 선보이며 한국여자핸드볼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둘의 존재감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김온아는 체력안배를 이유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일본전에서 13골로 팀 내 최다를 기록하는 등 명불허전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류은희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과 오른쪽 어깨 탈골로 훈련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하는 등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았지만,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중심을 확실히 잡아줘 대표팀의 손쉬운 승리를 이끌어냈다.
두 선수는 대회 내내 현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대표팀의 중심에서 아시아의 중심으로 성장한 둘에게 아시아의 무대는 너무 좁기만 하다. 12월 덴마크세계선수권이 설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선결과제도 안았다. 김온아와 류은희와 호흡을 맞출 레프트백 포지션의 발굴이다. 정유라를 포함해 현재 대표팀의 공격은 오른쪽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 줄 레프트백 포지션의 발굴이 시급하다.
골키퍼도 여전한 숙제다. 이번 대회 주전으로 활약한 박미라골키퍼는 리우올림픽이 첫 올림픽이기도 하다. 박미라골키퍼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골키퍼임에는 틀림없지만 아직 국제대회 경험이 적다. 그래서, 12월 덴마크세계선수권이 박미라골키퍼에게는 어느 대회보다 중요한 경험의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지역예선을 통과하며 여자대표팀은 1차 목표를 이룬 셈이다. 하지만,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여자대표팀의 최종목표는 올림픽 메달 이상을 너머 금메달이다.
여자핸드볼은 1984년 LA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8차례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 2개(1988년 서울, 1992년 바르셀로나), 은메달 3개(1984년 LA, 1996년 애틀랜타, 2004년 아테네), 동메달 1개(2008년 베이징)를 따는 등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그러나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노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대한핸드볼협회는 올림픽 메달 그것도 금메달을 목표로 대표팀 역사상 첫 전임감독제를 도입하고, 이를 위해 임영철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앉혔다. 임영철 감독 또한 한국여자핸드볼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임에는 분명하지만 아직까지 올림픽 금메달은 없다. 임영철 감독에게도 커다란 동기부여가 되는 올림픽이 바로 리우올림픽이다. 과연 임영철호가 24년 동안 금메달에 목말라 있는 한국핸드볼에 금메달을 안길까. 일단 그 첫 단추는 잘 끼운 셈이다.
[대한핸드볼협회 차병기, 윤초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