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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15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를 마치며

작성자
Handballkorea
등록일
2015.10.29
조회수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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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시작으로 2015 서울컵 국제핸드볼대회를 거쳐,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까지... 국내에서 개최된 크고 작은 국제대회가 유달리 많았던 2015년은 다소 빽빽한 일정으로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심판으로서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사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좀 낯선 대회였다. 기껏 전 세계 몇몇 국가들이 참여하는 체육대회 정도로 생각했을 뿐이었지만, 심판으로 참여하면서 물론 질적인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규모나 운영 면에서 ‘군인 올림픽’이라는 말이 이해가 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축제였다. 그 가운데 핸드볼이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동심판 제도, 6개국에서 모인 14명의 심판들

 

전 세계 군인들의 축제라는 대회 성격에 맞추어 핸드볼 종목은 대동심판 제도로 운영됐다. 즉, 대회조직위원회 또는 해당 종목 국제연맹에서심판을 초청하는 일반적인 대회와는 달리, 참가국에서 소정의 자격을 갖춘 심판(국제심판 또는 대륙심판)을 자체적으로 파견하는 형태였다. 

 

핸드볼 종목의 참가국은 대한민국, 리투아니아, 카타르, UAE, 브라질, 리투아니아, 이집트 총 7개 국가였고, 브라질을 제외한 6개국에서 자국 심판을 파견했다. 우리나라는 대동심판 외에 이은하/이가을 여성 대륙심판 커플을 초청심판으로 파견하여 국제대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심판으로서 다른 참가국 심판진의 수준을 논하는 것은 다소 실례일 수도 있으나, 이력만 놓고 볼 때 심판진의 수준은 높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가가 국제대회 경험을 목적으로 파견한듯 국제대회 경험이 전무한 심판들이 대부분이었고 이미 은퇴한 심판도 있었다. 물론 이런 가운데 이집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휘슬을 분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국제심판을 파견하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삐걱거렸던 출발

 

심판부의 시작은 그리 좋지 않았다. 개막식을 보기위해 국군체육부대 메인스타디움에 도착한 우리들은 큰 난관에 부딪혔다. 심판 및 임원들을 위한 별도의 출입구와 좌석이 있다는 안내를 받고 왔는데 아무도 우리의 입장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각 출입구 담당 안내자들에게 물어도 서로에게 떠넘기기만 할 뿐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았다. 나와 같은 내국인이야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외국의 손님들을 초대해서 미숙한 운영으로 결례를 보여야 함이 매우 안타까웠다. 

 

외국심판들의 불만은 터져 나왔고 심지어 호텔로 다시 돌아가자는 요구를 진정시키고, 높은 계급의 군복을 입은 사람을 붙잡아 애원하다시피 한 끝에 도착 1시간 30여분 만에 메인스타디움으로 입장 할 수 있었다. 얼마나 진땀을 뱄는지 그 당시에는 너무 화가 나 꼭 민원을 넣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물론 실행으로 옮기진 않았다. 

 

두 번째는 대회조직위원회로부터 지급받은 피복이 문제였다. 트레이닝복, 티셔츠, 바지 등의 지급품의 사이즈가 대부분의 심판이 맞지 않았다. 대회 개막 전에 사이즈 조사를 하지 않은 미숙함이 원인이었고, 수량부족으로 교환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난 심판들은 비난의 일부를 자국심판인 나에게로 돌렸다. 나도 일개 심판일 뿐이라고 항변 해봐도 소용없었다. 그들을 어르고 달래느라 경기가 열리기도 전에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조차도 자국심판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었다. 

 

심판부에도 밀려든 축제의 물결 

 

앞서 말한 것처럼 대회가 전 세계 군인들의 축제인 것처럼, 심판부의 운영 및 활동 또한 축제와 다름없었다. 각종 테스트도 없었고, 경기 전·후 일상적으로 갖는 심판회의도 없었으며, 심판부의 규율 또한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전날 밤에 공지되는 심판배정에 따라 움직이고 그 외에는 자유롭게 대회를 즐길 수 있었다. 

 


 

우리와 리투아니아 심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슬림(이슬람교도)이라 음식도 까다로운 편이었고 술에는 일절 손도 대지않았다. 따라서 경기를 마친 저녁시간 자연스레 리투아니아 심판들과 어울릴 시간이 많았다. 그들이 직접 가져온 전통주를 음미하기도 했고, 답례로 우리나라 전통주를 대접하기도 했다. 그러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경기를 잘 부탁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기도 했고, 또한 그들 중 한명은 곧 국제핸드볼연맹 심판감독관으로 역할을 한다기에 적당한 아부(?)를 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그들과 한 시간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즐길 땐 즐기더라도 막상 휘슬을 입에 대는 순간부터 우리는 달라졌다. 국제대회에 처음 데뷔한 신진 심판들의 경우,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을 알리려는 양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판정을 내렸고, 베테랑 심판들은 그들이 그동안 쌓아온 역량과 노하우를 여유 있게 경기장 안에서 펼쳐보였다. 경기 후에는 삼삼오오 모여 그들의 판정과 특수한 상황에 대해 서로 자유롭게 논의하고 올바른 판정을 위해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대한민국, 그 문화를 보여주다

 

세계 어느 나라를 다녀 봐도 우리나라처럼 외국인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요구를 최대한 충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했고, 대부분 성공적인 결실을 거둬왔다. 

 

대한핸드볼협회에서 마련한 저녁만찬의 메뉴는 소고기였는데, 모든 임원 및 심판들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우리에겐 일반적인 소고기 구이, 쌈 채소들, 그 외의 밑반찬 등이 외국인들 눈에는 마냥 새로웠는지 만찬 내내 맛있다를 연발하며 사진 속에 추억을 담기 바빴다. 젓가락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우리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결국엔 포크를 요구하는 모습에서 다 같이 웃을 수 있었다. 

 


 

경기가 없는 휴식일에는 다함께 안동 하회마을에 다녀왔다. 대회를 떠나 우리의 값진 문화를 그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들은 한국 고유의 전통 주거문화를 매우 흥미롭게 바라봤고, 각양각색의 탈들을 보며 신기해했고 때로는 착용해보기도 하면서 마냥 신기해했다. 1시간짜리 탈춤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는데, 비록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탈을 쓴 배우들의 익살스런 모습과 연기만으로도 웃고 즐기기에 충분했다. 점심으로 대접한 안동찜닭은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아 몇 번을 더 추가해야했다. 

 

숙소로 돌아온 후,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해와 내심 뿌듯했다. 몸과 마음은 피곤했지만, 그러한 말 한마디에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자국심판의 역할은 단순히 대회에 참가해 휘슬을 부는 것을 너머 타국의 국제심판이 국내에 머무는 동안 최고의 컨디션으로 심판 역할을 수행하고 우리나라에 대해 긍정적 인상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정말 최선을 다해 그들의 손발이 되어주었다. 

 


 

이  석/구본옥 국제심판, 결승전 휘슬을 불다  

 

영광스럽게도 결승전의 기회가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이어 다시 한 번 주어졌다. 어떠한 연유를 막론하고 결승전 휘슬을 분다는 사실은 심판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이며 큰 기회이다. 

 

결승전은 이집트와 카타르의 대결이었다. 국가대표급 선수단을 파견한 이집트와 대다수 외국 용병들로 구성된 카타르의 자존심 대결이었다. 더군다나 대회 전부터 우승을 장담한 두 국가의 대결이라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경기였다. 그런 만큼 심적 부담은 컸지만 경기 운영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더군다나 예상과 다르게 전반전에 이집트가 큰 스코어 차이로 앞서 나가 부담감을 한층 떨쳐버릴 수 있었다. 후반전에는 카타르가 무섭게 점수 차이를 좁히며 따라붙었지만 전반 열세를 극복해내지 못 했고, 결국 29-26 이집트의 승리로 끝이 났다.

 

경기 종료 후, 이집트 감독 및 선수들뿐만 아니라, 카타르 감독 및 선수들까지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좋은 경기를 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심판으로서 최고의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이었으며, 심판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남자부 대회에서 당당하게 휘슬을 분 여성 대륙심판

 

핸드볼 종목에서 여성심판이 남자경기 심판을 보는 경우는 국제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현재 세계최고의 여성심판 중 하나인 프랑스의 Bonaventura 쌍둥이자매 또한, 프랑스 자국 리그 및 챔피언스리그에서 1년에 불과 10경기 정도의 남자경기를 소화할 뿐이다. 그만큼 남자경기는 빠르고 격렬해서 쉽게 통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대회에 초청심판으로 참여한 이은하/이가을 대륙심판은 오만 : UAE, 브라질 : 오만의 2경기에 배정되어 날카로운 판정과 함께 무리 없는 경기운영 능력을 보여주었다. 매 경기마다 자신 있게 휘슬을 불어 판정을 내렸으며, 남자 선수들 사이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핸드볼 관계자는 ‘국내경기보다 국제경기를 더 잘 본다’며 국제용 심판이라는 농담 섞인 말을 전해오기도 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통해 아시아무대에 데뷔한 이은하/이가을 심판은 국제핸드볼연맹의 여성심판 배출 계획에 발맞추어 대한핸드볼협회에서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심판 커플로, 2016년에 예정된 국제심판자격검정을 통해 국제심판 자격을 취득한다면 국제무대에서의 활약이 매우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번 대회에서의 경험이 그들이게 값진 자산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 : 대한핸드볼협회 국제심판 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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