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말 온 국민을 기쁘게 한 부부가 있었다. 일본을 물리치고 2008베이징 올림픽 티켓을 따내는데 결정적 노릇을 한 남자핸드볼 국가대표팀 GK 강일구(32·인천도시개발공사)와 여자대표팀 GK 오영란(36·벽산건설)이 그들이다. 하지만 21일 이들 부부는 원통하고 허탈함에 속을 끓였다.
재경기끝에 따낸 올림픽 출전권을 남자만 인정받고 여자는 무효처분 받았기 때문이다. 분함을 속으로 삼킨 채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땀을 흘린 강일구가 재경기를 위해 오는 25일 유럽으로 떠나는 아내 오영란에게 꼭 이기고 돌아오라는 편지를 썼다.
To. 최고의 골키퍼 오영란에게.
자기야. 나야 서희 아빠.
갑자기 재경기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황당해했는지 몰라. 내 마음이 이런데 자기는 오죽하겠어.
힘들때 곁에서 위로를 해줘야하는데 대표팀 소집때문에 함께하지 못해 미안해. 하지만 당신은 충분히 잘해낼 수 있을꺼라 믿어.
일본전을 앞두고 당신이 \'정의는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투지를 불태웠던 대표팀 골키퍼 오영란이니깐.
발목도 안좋고 팔꿈치 부상도 있지만 자기는 충분히 잘해낼꺼야. 벌써 태능밥만 몇년이야. 상대 공격수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잖아.
같은 핸드볼 골키퍼로 내가 자기를 보면서 항상 부러워 했던게 뭔지 알아. 바로 위기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과 노련미야.
프랑스·코트디부와르·콩고와 한조에 속해 있다고 들었어. 자기 정도의 실력이면 한쪽눈 감고도 막을 수 있을 꺼야.
훈련하러갈때면 헤어지기 싫다고 자기 품에서 우는 서희를 뿌리치고 뒤돌아 눈물을 흘리는 자기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는지 몰라.
자기야~그 눈물이 헛되지 않게 반드시 베이징 올림픽 티켓을 안고 돌아오길 바래.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지 말고 당장 눈앞에 있는 베이징올림픽 티켓만 생각하자.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때 함께 땀을 흘렸지만 메달은 따지 못했잖아.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꼭 함께 메달을 따서 우리 서희 목에 걸어 주자.
서희에게 남들처럼 풍족하게 해주지는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성실한 엄마, 아빠였다는 걸 보여주자.
말안해도 잘하겠지만 이번에도 죽기 살기로 뛰어 주길 바래. 자기에게 말은 안했지만 몸에 멍든 자국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속생했는지 알아. 볼이 얼굴에 맞을땐 당장이라도 쫒아가 상대 선수를 한대 때리고 싶더라. 코트에선 강해보이지만 나한테는 항상 여리고 자상하기만한 우리 자기. 자기야 힘내고 다시 웃는 얼굴로 만나자. 아자! 아자 ! 여자 핸드볼 파이팅. 우리 자기 파이팅! 자기야 사랑해~~.
From. 항상 곁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신랑 강일구가
<일간스포츠 문승진 기자 [
tigers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