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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 심판의 눈] 대회의 큰 오점 남긴 비디오판독시스템

작성자
Handballkorea
등록일
2015.12.11
조회수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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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 온 지도 벌써 일주일이 훌쩍 지났습니다. 저와 구본옥 심판은 B조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네스트베드라는 매우 작은 도시에 있습니다. 오전 8시가 넘어서야 해가 뜨고(그마저도 해를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후 4시가 되면 해가 지는 이곳의 생활은 겉으로는 상당히 무료해 보이지만, 배정되는 매 경기에 대비하고 집중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말이 정답인 것 같습니다.

 

어느덧 제22회 세계여자선수권대회 조별 예선전 종료가 단 하루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본선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16개 국가와 프레지던트컵으로 떨어지는 8개 국가가 결정됩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윤곽은 결정된 상황이지만, 16강전에서 어느 팀을 만나느냐에 따라 최종 성적이 다르기 때문에 각 팀들간의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입니다.

 

한국에 계시는 많은 핸드볼 관계자, 팬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그리고 분노하시는 것처럼, 지난 127일에 벌어진 대한민국:프랑스의 C조 예선 2차전 경기에서 매우 심각한 오심이 발생하였습니다. 전반 중반 유현지 선수가 시도한 슈팅이 골대를 맞고 득점이 되었지만, VIDEO FROOF SYSTEM(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통한 재심 끝에 득점이 취소되었습니다.

 

이 경기는 양 팀의 치열한 공방전 끝에 22:22 동점이 되었고, 경기 후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통한 득점 취소가 오심으로 확인되어 큰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오심이 아니었다면 대한민국이 23:22로 승리를 차지했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덴마크 언론이 공식적으로 뉴스에서 이 문제를 다루면서 전 세계 언론매체로 빠르게 전달되었고, 각종 SNS에서도 이 문제를 쉴 새 없이 퍼 나르며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습니다.

 


 

결국 국제핸드볼연맹(IHF)에서는 공식문서를 통해 오심을 인정하였고, 하산 무스타파 회장은 직접 대한민국 대표선수단을 찾아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본 대회에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사용 중단과 함께 해당 경기를 관장했던 아이슬란드 심판 커플과 경기감독관 및 계시원, 기록원을 대회에서 곧바로 퇴출시키는 전례 없는 징계를 내리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징계와 관련하여 덴마크 현지 및 전 세계에서는 올바른 결정이다’, ‘심판의 잘못이 아닌데 잘못된 결정이다라는 의견으로 양분되어 또 다른 논란을 낳았습니다.

 

이 문제를 기사로 다룬 한국의 주요 언론매체와 이를 접한 팬 여러분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시각을 대한민국 스포츠 외교력의 부재, 협회의 행정적인 무능, 대한민국 여자핸드볼대표팀에 대한 고의적인 견제, 고의적인 오심 등으로 집중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사실 IHF가 이러한 공식 의견을 내고 하산 회장이 직접 방문해 사과까지 한 데에는 현지의 여론 못지않게 대한핸드볼협회 직원들이 발로 뛴 노력도 한몫했습니다.

 

그동안 한국핸드볼은 국제대회에서 다양한 오심 논란을 겪어 왔습니다. 대부분 우리에게 불리하게 불리한 심판 판정으로 인해 한국은 여러 번 눈물을 머금고 억울함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오심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핸드볼협회와 선수단은 공식 비공식적으로 대회 주최측과 국제연맹에 다양한 방식의 문제제기와 항의를 통해 오심 논란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국민들이 아실만한 대표적인 오심 논란만 해도 이와 같습니다.

 

아테네올림픽

- 2004829일 한국 VS 덴마크 (여자핸드볼 결승전)

도하아시안게임

- 20061212일 한국 VS 카타르(남자핸드볼 4강전, 쿠웨이트 심판의 편파판정)

베이징올림픽

- 2008821일 한국 VS 노르웨이 (여자핸드볼 4강전, 노르웨이 결승골 오심)

 

심지어 위에는 열거하지 않았지만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예선에서는 노골적인 편파판정에 국제스포츠중재위원회에 제소했고 재경기라는 전무후무한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했었습니다.

 

이번 IHF 하산 회장의 한국팀 라커룸 방문과 공식 사과, 심판과 감독관에 대한 잔여 경기 배정 취소, 비디오판독 시스템 전면 중단 같은 결정은 다른 종목을 찾아봐도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발 빠르고 파격적인 사례였습니다.

 

저는 국제핸드볼연맹과 대회 주최측에서 이처럼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결정을 한 배경에는 그동안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오심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결정을 번복하기 위해 국제스포츠중재위원회 제소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항의의 뜻을 분명하게 밝혀온 대한핸드볼협회와 선수단의 조치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판단하는 일이다 보니, 오심은 어느 종목에서나 늘 문제가 돼 왔습니다. 얼마 전에는 신의 손논란을 빚었던 마라도나가 당시 심판과 재회를 했던 일이 해외 토픽으로 기사화되기도 했었지요. 어느 종목이든 명백한 오심에도 불구하고 판정이 번복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이는 그 스포츠의 위신과 관련된 사항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한국과 프랑스를 둘러싼 오심에 대한 결정과 공식화, 회장의 사과 등 일련의 조치들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며, 한국 핸드볼이 그만큼 국제적 위상을 인정받고 있는 것의 반증이라고 생각돼 실망과 아쉬움 속에서도 위안을 갖게 됩니다.

 

더불어 이번의 오심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심판부에 소속되어 활동하면서, 현장에서 지켜본 가장 객관적인 상황과 사실들을 여러분들에게 전달해 이번 사태에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요.

 

VIDEO PROOF SYSTEM(비디오 판독 시스템)이란?

 

이번에 큰 논란을 낳은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경기 중 특수한 상황에서 심판의 올바른 판정을 돕기 위한 장치로 심판 또는 경기감독관의 요청에 의해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2014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IHF SUPER GLOBE(슈퍼글로브)에서 시범적으로 첫 선을 보였으며, 이듬해 동일 장소에서 열린 2015 세계남자선수권대회에서 공식적으로 적용되어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물론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경기 중에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대해서 사용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항과 판독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슈팅을 한 공이 골라인에 걸쳤을 때의 득점 여부

2. 경기 종료신호와 동시에 골라인을 통과한 슈팅의 득점 여부

3. 심판이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선수 및 임원의 심각한 비신사적 행위

4. 심판이 규칙을 위반한 해당 선수가 아닌 다른 선수에게 실격을 선언한 경우

5. 다수의 선수들이 뒤엉켜 몸싸움 또는 폭력상황을 연출한 경우

6. 규칙 8:5를 위반한 실격인지, 규칙 8:6을 위반한 실격 및 보고서인지 심판이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

7. 교대위반의 경우가 불명확한 경우

 

상기에 열거한 7가지의 상황에서만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프랑스의 경기에서 발생한 상황은 1번에 해당하는 경우였습니다. 유현지 선수가 슈팅한 공이 골대 크로스바를 맞고 바닥에 튀었고, 재차 떠오른 공이 다시 크로스바를 맞은 후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 골대를 2번이나 맞고 바닥에 바운드 된 공이 과연 골라인을 통과하였느냐의 문제였습니다. 득점의 여부를 확신하지 못한 아이슬란드 심판은 타임아웃 후, Official(경기 감독관)에게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득점 여부의 정확한 판정을 위하여 골대 크로스바 뒤편에 3대의 카메라가 부착되어 경기 내내 촬영을 합니다. 여기서 별도로 촬영된 영상은 Video Technician(분석 전문가)에게 송출되고, 그가 편집을 통해 경기 감독관석에 마련된 화면에 영상을 보내게 됩니다. 경기 감독관은 이 영상을 기준으로 득점의 여부를 판단한 후, 심판에게 알리게 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슈팅을 한 공이 골대를 2번 맞고 바닥에 2번 바운드 되었지만, 분석 전문가는 첫 번째 바운드 된 영상은 생략한 채 두 번째 바운드 된 영상만 경기 감독관에게 보낸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두 번째 바운드 된 공은 골라인을 통과하지 않았기에, 경기 감독관은 득점 취소를 심판에게 알렸고, 이를 전달받은 심판은 공식적으로 득점을 취소하게 된 것입니다. , 분석 전문가가 첫 번째 바운드 된 영상을 경기 감독관에게 보냈다면 득점은 인정되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잘못은 분석 전문가에게만 있는 것일까요? 해당 심판 및 경기 감독관에게 내려진 징계는 잘못된 결정일까요?

 

판정의 최종 근거는 심판의 관찰, 그리고 경기 감독관의 역할

 

규칙 17-11심판의 관찰과 그에 따른 결정을 기초로 한 판정이 최종적이며, 번복할 수 없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심판은 경기 내내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며, 이를 토대로 판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심판의 역할이며, 여기에 심판의 의무와 책임이 뒤따르게 됩니다. 그렇기에 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사용은 말 그대로 최소한으로 제한적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실, 유현지 선수가 슈팅한 공의 득점 여부는 매우 명확했습니다. 골라인에 걸친 것이 아닌, 골라인에서 20cm나 안쪽으로 바운드가 된 완벽한 득점이었습니다. 심판도 득점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매우 정확한 위치에 있었기에, 비디오 판독 요청 없이 득점을 인정했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프랑스 선수들조차 실점을 인정하고 드로오프를 위해 하프라인에 대기하고 있던 상태였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이 확실하게 판정하지 못하고, 비디오 판독 시스템에 의존했다는 것은 결코 이번 오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경기 감독관에게도 있습니다. 경기를 총괄해야 하는 경기 감독관이기에 경기의 모든 상황을 지켜봤을 것입니다. 그리고 유현지 선수의 슈팅이 골대에 맞고, 바닥에 2번이나 바운드 된 상황을 분명히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분석 전문가가 두 번째 바운드 된 영상만 보내왔다면, 첫 번째 바운드 된 영상도 요청하여 판독을 하는 것이 그의 역할입니다. 결국, 경기 감독관 또한 이번 오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뜻하지 않은 오심, 그리고 그 결과

 

어떻게 보면 정말 뜻하지 않은 오심이었고 그 결과는 너무나 참담했습니다. 대한민국 팀은 승리를 빼앗겼고, 심판, 경기 감독관 및 해당 경기 관련자들은 오심이라는 낙인과 함께 대회에서 퇴출되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동료의 아픔을 옆에서 지켜보며 저희 또한 가슴이 아팠습니다.

 

심판 판정의 공정성을 위해 국제핸드볼연맹에서 야심차게 도입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결국 그들을 위기에 빠트리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기술의 무분별한 그리고 잘못된 사용이 독이 되어 돌아올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입니다.

 

심판의 중요성, 그리고 그 역할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위기 뒤에 기회가 오는 것처럼, 이번의 사건을 교훈 삼아 발전적인 토대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도 이러한 오류의 가능성을 보완하여 취지에 맞게 제한적으로 사용된다면, 심판 판정의 질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안정장치가 될 수 있음이 분명합니다.

 

 

오늘 대한민국 대표팀은 독일 대표팀에게 뜻하지 않은 일격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남은 아르헨티나 전을 승리로 장식하여 16, 8, 4, 결승전까지 승승장구 할 수 있길 기원합니다. 저와 구본옥 심판도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는 심판으로서 좋은 평가와 함께 좋은 경기에 배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51210, 덴마크 네스트베드에서

 

 

: 대한핸드볼협회 국제심판 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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