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국내 초중고대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황지여중, 황지정산고, 전북제일고 등 전통의 강호들의 강세였다. 특히 전북제일고는 박종하 감독이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출전으로 팀을 비우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우승 행진을 이어가 많은 박수를 받았다. 올 한해 남고부를 평정한 전북제일고의 진정한 힘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시스템 핸드볼의 진수를 보여준 전북제일고
전북제일고는 지난 3월에 끝난 협회장배전국중고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시작으로 전국체전 우승까지 참가한 국내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전북제일고가 올해 이런 성적을 내리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전북제일고는 2014년 마지막대회이자 2015년 각 팀의 전력을 예상해볼 수 있는 2014 핸드볼코리아 전국중고선수권대회에서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 했다. 박종하 감독은 “3월 협회장배대회에서 어렵게 어렵게 예선을 통과하고 우승을 했던 게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올 한 해 전북제일고가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를 분석했다. 하지만, 단순히 자신감만으로 강호들이 득실대는 남고부를 평정한 것은 아닐 터. 전북제일고의 우승행진에는 분명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 보였다.

제96회 전국체육대회 단체사진 촬영에 임하는 전북제일고 선수단
전북제일고는 전신인 이리상고 때부터 이어진 강호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1964년 창단되어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한다. 전북제일고를 거쳐 간 유명 선수도 많다.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 중에는 이재우(두산), 백성한(인천도시공사)이 전북제일고 출신이며 국가대표 출신이자 지금은 정읍여고의 코치를 맡고 있는 박민철 코치 역시 전북제일고 출신이다. 이밖에도 대한핸드볼협회 최병장 상임부회장과 원광대 김종순 감독, 일본 모모야마대학 핸드볼팀 김남균 감독도 전북제일고 출신으로 핸드볼부의 명성과 명예를 드높이고 있다. 전라북도 지역 핸드볼 지도자 대부분이 전북제일고 출신일 정도로 전북제일고는 전라북도 핸드볼 발전에 있어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동안 선수 진학률이 높지 않아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우승 무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것. 이러한 결과는 선수들의 상급학교 진학과도 연결되었다. 하지만, 이런 시절에도 끈질긴 모습으로 명문의 명맥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였다. 또, 2001년부터는 일본 명문 모모야마고와 핸드볼 교류전을 시작해 올해로 16회째 교류전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으면 접하기 힘든 외국 선수와의 교류전을 통해 선수들은 견문을 넓혔다. 일본어를 배우려 한다거나 일본대학으로 진학을 결정하는 등의 핸드볼에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경험 또한 교류전의 성과였다. 이처럼 성적과 상관없이 핸드볼 명문의 명성을 지키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이어진 덕분에 전북제일고는 전라북도에서 유일한 선진 핸드볼 선수 육성 현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1990년 11월 박종하 감독이 전북제일고로 부임한 후에는 더욱 강팀이 됐다. 박종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전북제일고는 전국체전 우승 7회, 전국대회 우승 20회를 기록하는 엄청난 기록을 써냈다. 박종하 감독은 25년 동안 재임하면서 체계적으로 훈련시스템을 다듬었다. 지도자가 자주 바뀌게 되면 선수들은 새로운 지도자의 스타일에 매번 적응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25년간 박종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전북제일고는 그렇지가 않았다. 전통을 지키며 박종하 감독 자신만의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훈련시스템을 체계화시켰고 이는 전북제일고 핸드볼의 가장 큰 차별점이 됐다. 박종하 감독이 학창시절 고교진학을 앞두고 있을 때도 전북제일고는 ‘체계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팀이라고 한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핸드볼을 배우고 싶어 하는 선수들은 전북제일고로 진학을 원하곤 했다는 것.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지역방어, 3-2-1 대인방어, 변칙방어 등 다양한 수비전술과 공격전술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학교는 많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체계화를 바탕으로 전북제일고는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하지 않는 것, 빠르게 치고 나가는 속공, 끈질긴 공격, 그리고 강한 수비 등을 강조한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전 선수가 하나 되어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것, 강한 수비가 기본이 된 공격... 이것이 바로 전북제일고가 20여 년을 강자로 군림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계열화가 잘 이루어진 것도 하나의 비결이다. 최근 핸드볼 명문으로 발돋움한 고장은 대부분 초등학교부터 실업까지 계열화가 잘 이루어져 있다. 전라북도도 마찬가지여서 이리송학초, 이리중학교, 전북제일고, 원광대로 이어지는 계열화를 통해 호남지방의 핸드볼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계열화는 핸드볼의 명맥을 잇는다는 표면적인 장점 외에도 지도자간 정보 공유가 용이해 선수 파악이 수월하고, 그에 따른 선수의 성장도 도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이 특징인 박종하 감독. 하지만, 코트에 들어서면 진지하고 냉정하게 지도자로 변신한다. “아이들은 나를 무섭게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한 박종하 감독은 “교사라는 직업은 제자를 잘 지도해서 유망한 선수로 육성해냄으로써 핸드볼을 빛내는 것이 최종 꿈이고 목표일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금의 자리에서 전북제일고를 지킬 것이고, 더불어 전북제일고가 침체한 남자핸드볼의 또 다른 힘의 원천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대한핸드볼협회 윤초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