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남녀를 막론하고 국제 핸드볼 무대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국가는 단연 프랑스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앞세워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심판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 심판들은 각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수한 역량을 바탕으로 꾸준히 자신들의 능력을 펼쳐 왔다. 프랑스는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부터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한 차례도 빠짐없이 올림픽 심판을 배출했다. 특히, 런던올림픽 때는 예외적으로 남·녀 각 1커플, 총 2커플이 초청되어 휘슬을 불었으니 국제무대에서 프랑스 심판들의 위상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런 프랑스로부터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프랑스핸드볼리그(LNH, League Nationale de Handball) 운영위원회가 2016년부터 직업심판제도를 도입하여 3커플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사실 유럽에서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심판의 직업화에 대한 논의가 계속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운영과 재정적인 문제, 이해당사자들의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실제로 도입되지는 못 했는데 프랑스가 그 스타트를 끊은 것이었다. 처음 관련 기사가 보도됐을 때 여자세계선수권대회가 진행 중이었고, 따라서 현지에서도 큰 화두가 되기 충분했다.
사실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심판에 대한 처우가 좋기로 유명한 국가다. 일례로 기사에서도 언급되지만, 리그 경기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심판들이 받는 수당은 교통비와 숙식비를 제외하고 700유로(한화 약 92만원)나 된다. 국내 핸드볼코리아리그 한 경기 수당과 단순비교하면 10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의견은 분분했다. 그 실효성의 여부부터 직업심판과 비-직업심판 간의 구분에서 오는 문제, 심판 활동에 대한 평가 등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가 오갔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동의한 부분은 심판을 최우선(Referee-oriented)으로 고려한 제도라는 점과 심판의 처우개선에 대한 확실한 지표를 제시했다는 점이었다.
프랑스에서 직업심판제도를 도입하고자 한 데는 다음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심판의 전문화, 즉 직업선수, 직업지도자의 발전 속도를 심판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선수/지도자-심판 간의 수준차이 문제와 안정적인 심판 수급 문제, 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마침 이와 관련하여 좋은 인터뷰 기사가 있어 소개할까 한다. 다음의 기사를 통해 프랑스가 직업심판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 목표, 기대를 확인하고, 우리나라 핸드볼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없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프랑스, 직업심판제도 시행: “경기 수준과 심판판정 수준의 격차”
프랑스에서 역사적인 결정이 내려졌다. LNH(League Nationale de Handball, 프랑스 프로리그)는 2016년부터 3커플의 직업심판(professional referee)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Étienne Capon_ LNH 운영위원장은 “그동안 경기 수준과 심판판정 수준간의 큰 차이를 목격하여 왔다”고 언급하면서, 직업심판제도의 시행은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리그조직위원회, 프랑스핸드볼협회, 클럽 팀들 간 합의의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선수, 감독, 코치 심지어 팀 매니저까지 모두 직업으로 핸드볼계에 몸을 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그들 중 아마추어는 사실상 심판뿐이다. 이번 결정은 큰 혁신임이 분명하며, 각 이해당사자들 모두에게 결국 큰 이득이 될 것이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다음은 에티엔느 카퐁(Étienne Capon) LNH 운영위원장의 인터뷰 전문이다.
Q. 2016년 프랑스 프로리그에서 직업심판제도를 시행하는 배경엔 무엇이 있는가?
A. 심판이 없다면 경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심판이 경기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들의 역할과 임무는 결코 쉽지 않으며, 때로는 그들의 판단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결정적일 때가 있다. 선수, 감독, 코치 심지어 팀 매니저까지 모두 직업으로 핸드볼계에 몸을 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그들 중 아마추어는 사실상 심판뿐이다. 과연 이러한 현상이 올바르다고 할 수 있는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직업심판제도의 시행을 통해 지난 몇 년 간의 시즌동안 우리가 접한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1부리그(Division 1)를 예로 들면, 우리는 그동안 경기 수준과 심판판정 수준간의 큰 차이를 목격하여 왔다. 과거와 비교해 볼 때, 선수들의 기술과 스피드 등의 전반적인 능력은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경기 내용 또한 많은 전술을 바탕으로 보다 기술적으로 변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심판도 많은 준비를 통해 보다 정확하고 세밀한 판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경기 수준의 발전 속도와 비교해 볼 때, 심판판정 수준의 발전 속도는 매우 더디며,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접한 가장 큰 문제이다.
또 다른 문제는 심판 가용인원의 부족이다. 지난 2년 간, 1부리그의 경기는 수요일(6경기), 목요일(1경기)에 진행되었다. 다시 말해 심판은 이동 시간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볼 때, 최소한 일주일에 2일은 직장에 출근하지 못한다. 따라서 별도의 직업을 갖는 동시에 심판으로 활동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개인적인 휴가를 사용해야 하는 등 직업과 심판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선수 및 지도자와 비직업 심판간의 인식 차이에서 발생하는 의사소통의 부재도 큰 문제이다. 그들 간의 상호 이해적인 원활한 의사소통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심판이 현실적인 직업에서 발생하는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판정 및 경기운영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선수 및 지도자는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또한 몇몇 클럽 팀은 그들이 직면한 상황(재정, 마케팅, 중계 등)을 심판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선수 및 지도자와 심판들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상호 이해는 필수적이며, 서로간의 그릇된 인식을 새롭게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기존의 심판(Top class)에 대한 세대교체 문제에 직면해 있다. 나날이 증가하는 심판 활동의 제약과 여러 가지 부담에 대한 압박 속에서, 현재 리그에서 활동하는 심판의 은퇴에 따른 확실한 세대교체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심판 활동에 대한 직업적인 보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수많은 압박과 어려움 속에서 의무감과 사명감을 갖고 심판활동을 해나갈 젊은 인원을 찾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Q. 이러한 혁신적인 결정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A.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심판판정 수준의 질적 향상이다. 확신컨대, 직업심판이 된다면 많은 시간을 비디오분석, 체력훈련, 심리훈련 등의 개인 연구 및 경기 준비에 할애할 수 있고, 경기를 위한 이동도 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심판 판정의 질적 향상이 뒤따를 것이다. 또한 선수 및 지도자들과 함께하며 지속적으로 대화 및 토론을 이어갈 수 있고, 때로는 클럽 팀을 방문하여 그들의 환경을 파악하고, 훈련을 참관하는 등 상호 이해를 위한 기회를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활동들이 심판들로 하여금 경기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직업심판의 연봉은 어떻게 마련되며,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A. 현재 구체적인 연봉수준이 결정되지는 않았다. 단, 협회와 리그 및 남자 1부리그, 여자 1부리그, 남자 2부리그 클럽 팀에서 연봉의 일정부분을 감당할 것이다. 현재, 리그에서 활동하는 심판에게 매 경기수당으로 교통비 및 숙식비를 제외하고 700유로(한화 약 92만원)가 지급된다. 현재와 마찬가지로 직업심판에게도 연봉 외에 기존의 경기수당을 지급하여 그들이 심판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한 프랑스핸드볼협회에서는 직업심판들을 위하여 운영팀장, 지도강사, 심리전문가, 체력트레이너 등으로 구성된 별도의 전담 운영 팀을 신설할 것이다. 다시 말해, 전문 운영부서의 체계적인 관리 하에 심판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직업심판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협회와 리그, 각 클럽 팀들이 함께 노력할 것이다.
Q. 직업심판의 주 업무와 활동내용은 무엇인가?
A. 물론 배정된 경기에서의 심판 활동이 주 업무이다. 그 외에 체력, 심리, 기술 향상을 위한 훈련, 연구 및 교육 이수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또한 매 경기 후, 정기적인 비디오 분석, 발표 및 토론을 통해 역량 강화에 힘써야 한다. 그리고 각 클럽 팀을 방문하여, 선수 및 지도자들과 규칙 설명, 규칙의 해석과 적용, 판정 및 경기운영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된다. 이러한 클럽 팀 방문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심판들은 그동안 접근하지 못했던 클럽의 조직, 훈련방법, 새로운 지도법, 발전적인 전술 등의 경험을 통해, 그들을 이해하고 경기장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선수 및 지도자들 또한 심판의 입장과 시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이러한 계획은 클럽 팀들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다.


Q. 심판이 직업화된다면 열정, 열광, 헌신 등 심판 활동 고유의 가치가 퇴색되거나 위협받지는 않을까?
A. 그 반대로, 직업심판제도 시행의 목적은 그들의 일(직업)과 열정(심판) 사이의 간극(갈등)을 최소화시키는데 있다. 직업심판 중 일부는 심판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고, 다른 일부는 공식적인 업무 및 활동을 고려하여 일정 조절을 통해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다. 물론, 기존의 심판들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모두 다 직업심판이 될 의무는 없다. 더욱이 열정, 열광, 헌신의 가치를 추구하며 업무를 해 나가는 것은 어느 분야에서나 가능하다. 모든 스포츠 분야가 그렇듯, 핸드볼계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 분모는 매우 열정적이라는 점이다. 선수 및 지도자들 또한 경기 중에는 매우 열정적이며, 열광적이며, 헌신적이기까지 하다. 심판 활동을 하지 않거나 중도에 일찍 포기하는 이유는 삶의 기본적인 요소가 충족되지 않았기에,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우, 심판 활동의 여러 가치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거나, 가치 추구만으로는 그들을 충분히 안심시킬 수 없기에 결과적으로 심판 활동 포기라는 선택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Q.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소속 심판들이 직업심판의 지위를 원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을 이해하는가? 이러한 관점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나?
A. 충분히 이해한다. 몇몇 프랑스 심판들조차 직업심판이 되는 것에 반대한다. 일부는 직업심판이 되어 심판 활동에만 전념하고 싶어 하며, 또 다른 일부는 반-직업심판(Semi-professional referee)으로서 심판 활동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길 원한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만일 누군가가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고 풍족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면, 본래의 직업을 관두고 직업심판이 되는 것을 당연히 원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직업심판제도의 도입은 단순히 현재 활동하고 있는 심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보고 있다. 현재의 몇몇 심판들이 그들의 직업, 생활수준, 연령 등의 이유로 직업심판으로의 전환을 반대한다 하더라도, 미래를 위하여 직업심판 운영 및 전문심판 양성은 필수적이다. 또한 이는 은퇴선수의 진로에도 큰 도움이 되는 등 여러 사람들에게 다양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개개인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여 4가지의 조건을 제시, 심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단순히 직업심판이냐 아니냐의 2분법적인 시스템이 아닌 보다 정교하고 체계적이며, 수준 높은 조건이 마련될 것이다.

Q. 직업심판제도 시행이 미래의 핸드볼 종목 전문화에 중요한 롤 모델이 되리라고 생각하나?
A. 아마도 좋은 선례가 되겠지만 결코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프랑스 럭비는 벌써 몇 년 전에 직업심판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해 오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직업심판을 운영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는지 연구해 왔으며, 이를 통해 큰 영감을 받았다. 현재 프랑스 럭비 심판은 전 세계에서 최고의 심판으로 손꼽힌다. 물론 이러한 제도가 최고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는 특별한 제도가 결코 아니며, 현재도 직업심판과 비-직업심판은 공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럭비 챔피언쉽(TOP14)은 세계 최고의 대회로 손꼽히지만, 대회를 운영하는 모든 심판은 비-직업심판이다.
▪ 출처
http://www.handball-world.com/o.red.c/news-2-1-1-766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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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lia Nikoleit(독일), http://www.handball-world.com 전속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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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대한핸드볼협회 국제심판 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