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31일, 핸드볼코리아리그 최초 여성 심판 커플이 등장했다. 이은하 · 이가을 심판은 2012년, 2013년 심판강습회에서 심판 자격을 획득했으며 2013년 9월 아시아 대륙심판강습회에 합격해 한국 최초 여성 심판 커플로 당당히 첫 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2014 인천아시안게임과 2015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 등 국제대회 출전 경험을 쌓아 국제심판에 도전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월 핸드볼코리아리그에 첫 배정되며 국내 실업 무대에 데뷔했다. 여성 심판이라는 편견 속에서도 한국 첫 여성 심판커플의 책임감과 포부를 안고 살아가는 이은하 · 이가을 심판을 만나봤다.
Q. 심판이 된 이유는?
이은하_ 초등학교 6학년 때 소년체전에 나갔는데 선생님이 판정에 불만이 있으셨는지 저희를 경기장 밖으로 못 나가게 하셨어요. 그때부터 심판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 일찍 핸드볼을 그만두고 대학에 입학했죠. 대학교 4학년 때 협회 인턴을 하면서 국내에는 여성 국제심판이 없다는 걸 알고 관심이 생겼어요.
이가을_ 대학교 때까지 선수를 하다가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이 있어서 선수를 그만뒀어요. 그리고 리그를 구경하고 다녔는데 그때 이은하 심판과 다른 심판 분이 심판을 보는 게 너무 멋있어 보였죠. 그때부터 관심이 가서 심판이 됐어요.
Q. 심판이 된 후 어떻게 활동했나?
이은하_ 자격증을 땄는데 어떻게 활동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던 중 협회 인턴을 하게 됐어요. 인턴을 하면서 많은 분들을 알게 되면서 기회가 생겼어요. 때마침 핸드볼아카데미 여성 심판 양성 사업이 생겨서 선생님들이 제 이름을 기억해주시고 연락을 주셔서 심판 활동을 시작했고요.
Q. 심판 커플로 움직이는데 서로 잘 맞나?
이은하_ 주변에 심판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협회에서 직접 커플을 찾아주셨죠. 처음에는 가을이가 아닌 다른 분이랑 1년 정도 활동했어요. 그러다가 가을이를 만났죠. 저희가 워낙 출장이 많아서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어요. 이제는 서로 잘 아니까 안 맞는 부분도 이해하고 넘어가죠.
이가을_ 잘 몰랐던 사이여서 불편하기도 했죠. 아직 눈빛만 봐도 아는 그런 사이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잘 맞아요. 판정을 하다 보면 의견이 어긋날 때도 있지만 잘 맞춰가고 있어요. 둘이 쌍둥이나 자매가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아요. (웃음) 그럴 때마다 핸드볼 심판은 커플이니까 둘이 하나로 봐주시는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Q. 국제대회 출전하며 느낀 점은?
이은하_ 사실 심판을 보는 것보다는 영어가 더 걱정이었죠. 체육인육성재단에서 하는 영어교육이 있어서 교육을 받았어요. 핸드볼아카데미에서도 지원을 받았고요. 덕분에 미국으로 연수도 갔다 와서 영어에 대한 두려움은 많이 떨쳐냈어요. 그래도 심판회의를 앞두고는 많이 긴장해요. 영어만 아니라 저희가 뛰었던 경기에 대해 토론하는 거라서 내용도 부담스러워요.
이가을_ 저도 영어가 가장 어려워요. 체육인재육성재단에서 영어 교육을 받고, 인터넷강의도 듣고 있어요. 그래도 이석•구본옥 심판님들이 국제대회나 강습회에서는 어떻게 하라고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두 분 보다 훨씬 수월한 것 같아요.
Q. 핸드볼코리아리그 심판으로 데뷔한 소감은?
이은하_ 리그에서 뛰는 제 모습을 상상만 했거든요. 아직은 그 무대를 뛰고 있다는 게 실감이 안나요. 경기에 배정될 때마다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책임감과 부담감도 있지만 행복합니다. 아직 리그 경기를 많이 뛰지 않아서 치열한 경기에 배정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격렬한(?) 항의는 받아보지 못했지만 감독님들이 많이 이해해주시는 것 같아요.
이가을_ 매 경기마다 설레요. 아무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떨렸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실수할가봐 조마조마했죠. 앞으로는 스스로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는 게 목표입니다.
Q. 여성 심판으로 애로사항은?
이은하_ 처음에는 여자 심판실이 따로 없어서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이제는 심판실도 하나 더 마련해 주시려고 하고, 담배도 심판실 밖에서 피우셔서 여성 심판에 대한 대우가 좋아지는 걸 느끼고 있어요. 상임심판제도가 생기기 전에는 심판 수당으로 생계가 유지되지 않았어요. 1년 동안 심판 활동만 한 적도 있는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2014년에 사우디아라비아 여자대학에 체육 강사로 파견돼서 돈을 모아서 다시 심판 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근데 지금은 상임심판제도 덕분에 생계 걱정 없이 심판만 하고 있죠.
이가을_ 심판을 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반대는 없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가 걱정이었죠. 저는 아직 상임심판이 아니라서 심판 수당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힘든 상황이에요. 그래도 협회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잘 지내고 있죠. 사실 여자라서 안된다는 편견이 아직 있어서 그런 편견을 깨고 싶기도 해요.
Q. 국내대회 심판을 보면서 느낀 점은?
이은하_ 초중고 대회의 경우에는 하루에 2~3경기를 뛰는데 경기 운영 능력을 키울 수 있어 좋아요. 다음날 미팅을 하면서 분석도 하니까 판정도 정확해지고요. 좋은 판정을 이끌어낼 수 있어서 질 높은 경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인 거 같아요.
Q. 선구자로서 책임감과 심판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이은하_ 심판은 여성들이 기피하는 직업인 것 같아요. 더 열심히 해서 그런 생각을 바꾸고 싶죠. 선수들한테 꿈이 뭐냐고 물었을 때 심판이 되고 싶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멋있게 하고 싶어요.
이가을_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힘들지 몰랐어요. 만만한 직업은 아니더라고요. 심적으로도 부담이 되고 고통스럽고요. 체력적으로도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아요. 영어 공부도 해야 되고요 그저 마음만 가지고 할 게 아니라 많은 준비를 하고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Q. 최종목표는 무엇인가?
이은하_ 올림픽이요. 당장 리우올림픽은 힘들겠지만 IHF 자격을 따서 2020년 도쿄올림픽에 가고 싶습니다. 적어도 올림픽 두 번 출전이 목표인데요. 그러려면 체력관리도 해야 되고 더 많이 성장해야 될 것 같아요.
이가을_ 저도 가깝게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나가고 싶어요. 지금은 대륙심판이지만 앞으로 국제심판을 목표로 세계대회에 많이 출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같이 노력해서 심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바꾸고 싶고 가능하다면 심판이라는 직업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대한핸드볼협회 윤초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