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의 햇살이 내리쬐던 3월
28일 오후, 경상북도 포항에 위치한 해병대교육훈련단 신병1교육대 앞 연병장에 임영철 감독을 포함한 여자대표팀이 소집됐다. 코트
위에서 공을 던지고 있어야 할 이들이 왜 해병대 신병 교육장에 나타난 것일까. 그것도 ‘귀신 잡는 해병’이라 불릴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으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해병대에 말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정신무장과 체력을 단련시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여자대표팀은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아시아여자선수권, 아시안게임, 리우올림픽 아시아지역예선 등 아시아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의 우승을 석권했다.
아시아 최강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행보였지만 지난해 12월 열린 세계여자선수권대회에서는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돌아왔다. 이에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해병대 극기훈련으로 정신 무장을 새로이
하고, 올림픽 메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지자는 의미에서 이번 해병대 극기 훈련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이번 훈련은 3월 28일부터 4월 1일까지 4박5일간 진행되었으며 실제 해병대 신병들과 같은 일정을 소화했다. MBC 예능프로그램인 ‘진짜사나이’ 해병대 편에서 출연진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켰던 송곳 교관, 원동현 소대장이 훈련 내내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다. 선수들은 원동현 소대장의 송곳 같은 날카로움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아무리
운동선수라고 해도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진행되는 강한 훈련에 몇몇 선수들은 “태릉이 더 편하다”는 말을 내뱉기도 했으며, 임영철 감독을 향한 미움(?)의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공수훈련, 훈련, 상륙기초훈련 등 고된 훈련을 받으며 서로에 대한 믿음과 협동심을 쌓은 여자대표팀을 사진으로 만나보자.
입소식으로 여자대표팀의 해병대 극기 훈련이 시작됐다. 유현지와 권한나가 선수단을 대표해 선서문을 낭독했다.
송곳 교관의 날카로운 지적에 선수들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생활관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언제나 선수들을 지켜보는 ''매의 눈''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해병대의 기초! 제식훈련으로 몸을 풀었다. 핸드볼선수로 엄격한 규율과 규칙 속에 살아온 선수들에게도 제식은 쉽지 않은 훈련이었다.
해병대 입소 후 첫 식사시간. 낯선 환경과 훈련으로 허기진 선수들에게는 ''꿀''같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을 방해하는 것은? 후식으로 받은 음료수의 ''오와 열''을 맞추지 않은 전우를 무섭게 째려보는 선수들의 표정에서 살기(?)까지 느껴졌다.
천신만고 끝에 해병대의 첫 식사를 마친 선수들. 식사시간에서야 선수들의 웃음을 볼 수 있었다.
생활관으로 돌아와 최고참 오영란, 우선희의 주도로 분대별 자기소개의 어색한(?) 시간을 가졌다. 대대장 포스(?)를 풍기며 선수들을 살피러 들어온 임영철 감독은 "거봐, 내가 얼마나 잘해주는지 알겠지?"라는 명언을 남기고 돌아갔다.
휴식시간이 끝나고, 해병대 박수와 해병대 군가를 배우는 시간. 송곳 교관의 지도 아래 선수들은 뼛 속까지 해병대로 거듭나고 있었다.
새벽 5시부터 다시 훈련이 시작됐다. 목봉과의 떨리는 첫 만남. 목봉이 선수들에게 ''어서와, 목봉훈련은 처음이지?''라는 말을 건네는 듯 했다.
145kg의 목봉은 선수들에게 좌절을 맛 보여줬다. 선수들이 지쳐가자 임영철 감독이 슬며시 뒤로 다가와 목봉을 들어주기도 했다.
공수기초훈련을 앞두고 잠깐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임영철 감독이 나타나자 "선생님이 진짜 엔젤, 천사였어요!"라는 김선화의 한 마디에 선수들은 잠시나마 웃을 수 있었다.
선수들의 웃음은 공수기초훈련을 앞두고 사라졌다. 사람이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는 10m 높이에서 뛰어내려야 하는 아찔한 훈련이었다. 서로의 장비를 챙겨주며 공수기초훈련이 무사히 끝나길 바랐다.
막타워 안에서는 사뭇 다른 장면이 연출됐다. 다정하게 장비를 챙겨주는 정유라와 권한나의 모습 그리고 공소공포증으로 인해 두려움의 눈물을 흘리는 원선필의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원선필은 극한의 공포에서도 언니들의 응원을 받아 멋지게 훈련을 마쳤다.
공소공포증을 호소했던 원선필과 한미슬을 제외하면 모든 선수들이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공수기초훈련을 마무리했다. 몇몇 선수들은 해병대 입대 제의를 받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선수들의 협동심을 볼 수 있었던 팀 리더십훈련. 분대원 모두가 미션을 통과해야 하는 목표 앞에 선수들은 다같이 머리를 모아 고민했다. 이 훈련을 통해 올림픽에서도 하나된 선수들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었다.
4km의 행군으로 상쾌하게 아침을 시작한 선수들. 이날은 선수들을 긴장하게 만든 상륙기습기초훈련이 예정된 날이었다. 아직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담궈야 하는 선수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인지 날씨는 화창하고 맑았다.
육상에서 먼저 훈련이 진행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고무보트를 대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마치 ''군인체질'' 마냥 평온하기만 했다.
고무보트가 있어야할 바다로 나가자 선수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햇살이 따뜻하다고는 하지만 3월의 바다는 차갑기만 했다. 물공포증이 있는 손민지는 얕은 물에서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훈련을 힘들어했다. 그때 옆에 있던 권한나가 손민지의 손을 꽉 잡아주며 언니를 달랬다.
여자대표팀을 취재하기 위해 수십명의 취재진들이 훈련 현장을 찾았다. 뜨거운 취재열기만큼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했다.
차가운 바다에서 서로를 믿고 견뎠던 이때를 기억하며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올 여자대표팀을 기대해본다.
힘든 훈련으로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선수들은 걸어서 부대로 돌아왔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해병대 극기훈련은 선수들에게 또 다른 경험이 되었다. 임영철 감독은 "오래 생각한 끝에 선수들의 동기유발을 위해 이번 훈련을 선택했다. 나 역시 이번 훈련을 반신반의하고 걱정했다. 첫 날은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적응을 한 것 같다. 동료애가 좋아졌고, 본인을 희생하고 명령에 잘 따르는 모습을 보면서 만족했다"라며 선수들의 달라진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대한핸드볼협회
윤초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