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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16 리우올림픽 여자부 최종예선에 가다

작성자
Handballkorea
등록일
2016.04.05
조회수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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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핸드볼연맹(International Handball Federation, 이하 IHF)에서 주관하는 이벤트 중, 그 중요성 만큼은 단연 최고로 손꼽는 대회인 올림픽 최종예선, 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각 대륙별 예선에서 아쉽게 탈락한 국가에게는 올림픽으로 향하는 마지막 기회이므로 그 중요성과 의미는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2016 리우올림픽 여자부 최종예선은 프랑스 메스(Metz), 덴마크 오르후스(Aarhus), 러시아 아스트라한(Astrakhan) 등 3개 국가에서 3월 18일 ~ 3월 20일까지 3일간 진행되었습니다. 저와 구본옥 심판은 러시아로 배정되어 폴란드, 러시아, 스웨덴, 멕시코 간의 혈전을 담당하였습니다. 

 

볼가강 하류를 끼고 있는 도시 아스트라한의 첫 느낌은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잔뜩 찌푸린 날씨, 추 은 자동차들, 온 도시를 잿빛으로 만들어 버린 먼지와 오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우울함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조용하고 음산한 분위기는 마치 결정적인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듯 했으며, 그러한 적막이 깨어진다면 그 폭발의 시작점은 대회가 열리는 즈베즈니 경기장(Sport Arena Zvezdny)이 될 것이었습니다.

 

올림픽으로 가는 최종 관문

 

사실 올림픽 최종예선은 해당 국가만큼이나 배정된 심판에게도 매우 중요한 대회입니다. 올림픽으로 가는 최종 관문의 성격을 띄우고 때문입니다. 4개 국가 간의 풀리그 경기를 통해 상위 2개 국가가 올림픽 진출권을 획득하는 만큼, 매 경기가 결승전과 같았고 이는 심판에게 최고의 판정과 공정한 경기운영을 요구했습니다. IHF에서 보내온 공식 심판초청장에도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심판 능력 및 그 평가에 따라 2016 리우올림픽 심판초청이 취소될 수도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을 정도였습니다. 실례로 2012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에 배정받은 리투아니아 심판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판정과 경기운영으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고, IHF는 이들의 올림픽 심판초청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즉, 최고의 심판들도 한 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예선전이 열리는 3개 국가에 각 3커플의 국제심판이 배정되었습니다. 노르웨이, 리투아니아, 마케도니아, 체코, 독일, 러시아, 프랑스, 슬로베니아 그리고 대한민국까지 총 9커플이 올림픽으로 향하는 최종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각지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이미 올림픽을 경험한 심판들도 있었고,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을 경험한 심판들도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리를 제외한 8커플 모두 유럽 심판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대회의 중요성만큼이나 원활한 경기 운영을 위해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심판들로 최종예선을 운영한다는 극도로 보수적인 IHF의 방침을 비추어 볼 때, 유일한 비유럽출신으로 대한민국 심판이 그 무대에 섰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심판, 감독관, 진행요원 하물며 참가 국가까지 대한민국 심판과 멕시코 팀만 제외하면 유럽인들의 잔치 속에서 외롭지만 떳떳하고 명예로운 경쟁을 펼쳐나가리라 다짐했습니다. 

 


 

6,000명의 관중들 앞에 서다

 

공교롭게도 저와 구본옥 심판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러시아와 폴란드의 개막 경기에 배정되었고, 이 경기는 최종예선에서 최고의 명승부로 기록되었습니다. 정말 깜짝 놀랄만한 배정이었습니다. 사실 러시아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저와 구본옥 심판은 유럽 국가들 간의 경기는 매우 치열할뿐더러, 최종예선이라는 대회의 성격상 혹시나 있을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중요 경기에 유럽심판이 배정받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실력차이가 확실한 멕시코의 경기에 연속적으로 배정받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다짐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대회 전날 밤 심판회의에서 만프레드 프라우제(Manfred Prause) IHF 심판위원장으로부터 경기 배정을 통보받았을 때 놀라움과 기쁨, 당황스러움과 부담감이 교차되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경기 시작 1시간 반 전부터 관중들이 길게 줄을 서더니 6,000석의 경기장이 꽉 들어찬 것은 물론, 통로 계단까지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심판을 본다는 것은 정말 꿈같은 일이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핸드볼 국가, 핸드볼 선수들 사이에서 아시아에서 날아온 대한민국 심판이 그 중심에 서 있는 광경은 지금까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뿐 이렇게 현실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직도 6,000여명의 관중이 질러대는 함성의 여운이 가시질 않습니다. 

 

경기는 시종일관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습니다. 모두들 러시아의 우세를 점쳤지만, 후반전 중반까지 폴란드가 2점을 앞서갈 정도로 예측이 불가능한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후반전 1분을 남겨두고 러시아가 기어코 동점을 만들더니, 결국 폴란드의 실책을 틈 타 27-25로 역전에 성공했고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결국 러시아는 개막전의 어려운 승리를 발판삼아 남은 두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습니다. 

 

심판위원장은 다음날 열린 심판회의에서 우리의 경기에 대해 “몇 차례의 잘못된 판정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운영을 하여 만족스러웠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자체적으로 경기를 분석해 보았을 때에도 긴장한 나머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어느 정도 기대치를 충족시킨 것 같아 위안을 삼을 수 있었습니다. 

 


 

리우행 열차를 탄 사람들

 

여자부 최종예선을 통하여 러시아, 스웨덴, 네덜란드, 프랑스, 루마니아, 몬테네그로 총 6개 국가가 올림픽 행 마지막 열차에 승선하였습니다. 이로써 2016 리우올림픽은 앞서 열거한 6개 국가를 포함하여 브라질, 노르웨이, 스페인, 아르헨티나, 앙골라, 그리고 대한민국 총 12개 국가가 명예와 메달을 놓고 싸우게 됩니다. 

 

저와 구본옥 심판은 지난 3월 5일에 IHF로부터 2016 리우올림픽 공식 심판지명과 관련된 초청장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국제심판들과의 연락을 통해 누가 올림픽 심판의 명예를 얻었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한 상황이지만, 4월 중순에 열리는 남자부 최종예선이 종료 되는대로 2016 리우올림픽 심판 리스트가 공식적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그 이후에 올림픽 심판 지명과 관계된 그간의 과정과 행보, 노력들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이번 여자부 올림픽 최종예선을 통하여 한 단계 더 성장한 것은 물론, 리우올림픽 무대에 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꿈을 현실로 바꾸는 일은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있음이 더욱 분명해 졌습니다. 

 

 

글 : 대한핸드볼협회 국제심판 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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