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은 덴마크와 결승전에서 승부던지기 끝에 뼈아픈 패배를 당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투혼, 집념으로 울림을 줬던 그 스토리는 이후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으로 제작돼 또 한 번 큰 감동을 던졌다.
그 때 그 주역 오영란(44·인천시청)이 다시 올림피아드를 밟는다. 2008년 베이징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골문에서 물러났지만 임영철 여자대표팀 감독의 간곡한 요청으로 8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1972년생. 리우데자이네루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 중 최연장자로 주장도 맡았다. 2000년생인 기계체조의 이고임(인천체고)과 나이차는 무려 28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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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흔넷 나이에 올림피아드에 출전해 ''우생순''의 완성판을 쓰려는 오영란이 훈련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스포츠Q DB] |
임영철 감독은 “기량이 여전해 다시 불렀다. 솔선수범하는 오영란이 앞장서 뛰고 소리를 지른다. 후배들이 안 따를 수가 없다”며 “구심점인 오영란에 우선희까지 뒤를 받치니 팀이 좋아지고 훈련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 5번째 올림픽, 핸드볼 인생의 마지막 미션은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 대회를 시작으로 벌써 5번째 올림픽이다. 이번 참가로 동갑내기 오성옥 핸드볼 청소년대표팀 전임지도자와 함께 한국 여자선수 최다 올림픽 출전 타이기록을 세우게 됐다. 지난 4차례 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1996, 2004년), 동메달 1개(2008년)를 땄으니 이번 목표는 오로지 금메달이다.
베테랑 수문장 오영란은 “선생님께 연락이 왔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다. 얼마나 고심 끝에 부르셨을까란 생각에 복귀를 결정했다”며 “나이가 많아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 같다. 이 나이로는 들어오기 힘든 태릉선수촌이다.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 내 핸드볼 인생의 마지막 목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전 4번과는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오영란은 “예전엔 아무 것도 모르고 운동이 힘들고 하기 싫다는 생각만 들었다. 여전히 힘은 들지만 지금은 하루하루가 새롭고 하나하나 모든 것이 소중하다”며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더는 주어지지 않는 기회다. 체력은 못하지만 끝까지 따라가려 한다”고 의지를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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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언니 오영란(오른쪽) 24년 후배인 유소정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웃고 있다. [스포츠Q DB] |
조연 역할, 궂은일도 자처한다. 모두가 오영란과 3번째 올림픽에 나서는 우생순의 또 다른 주역 우선희(38·삼척시청)를 주목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스스로를 낮춘다.
오영란은 “나는 골키퍼이고 선희는 윙일 뿐이다. 정말 중요한 건 후배들”이라며 “벤치에서도 훈련장에서도 파이팅을 외치고 보조 역할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한다.
◆ 전력 열쇠 만회 키는 체력, 전술 완성도
한국 여자핸드볼은 구기 중 단연 효자종목이다. 1984년 LA 올림픽 은메달을 시작으로 1988년 서울 금메달, 1992년 바르셀로나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 은메달, 2004년 아테네 은메달, 2008년 베이징 동메달 등 6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4년 전 런던 대회에서는 센터백 김온아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4강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한국이 리우에서 정상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 세계랭킹 10위인 한국은 12개 국가가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 러시아(2위), 프랑스(9위), 네덜란드(14위), 스웨덴(19위), 아르헨티나(29위)와 함께 B조에 묶였다. 조별리그부터 혈전이 예상된다. 아르헨티나를 반드시 잡고 유럽 4개국 중 한 팀을 꺾어야 4위 안에 들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다.
□ 2016 올림픽 여자 핸드볼 본선 조편성 (한국 기준, 역대 전적) *최근 올림픽 성적 △ A조 - 노르웨이 = 세계 4위 (8승 1무 8패) *2008, 2012년 금메달 - 루마니아 = 세계 5위 (2승 2무 3패, 한국 열세) *2008년 7위 - 스페인 = 세계 15위 (4승 4패) *2012년 동메달 - 브라질 = 세계 16위 (3승 1무 2패, 한국 우세) *2012년 6위 - 앙골라 = 세계 18위 (8승 1패, 한국 우세) *2012년 10위 - 몬테네그로 = 세계 27위 (1승 1패) *2012년 은메달 △ B조 - 러시아 = 세계 2위 (4승 1무 8패, 한국 열세) *2008년 은메달, 2012년 8위 - 프랑스 = 세계 9위 (4승 2무 3패, 한국 열세) *2012년 5위 - 한국 = 세계 10위 *2008년 동메달, 2012년 4위 - 네덜란드 = 세계 14위 (2승 1패, 한국 우세) *본선 첫 진출 - 스웨덴 = 세계 19위 (3승, 한국 우세) *2012년 11위 - 아르헨티나 = 세계 29위 (2승, 한국 우세) *본선 첫 잔출 |
임영철 감독도 전력 열세를 인정한다. 그는 “코치 시절을 포함해 4번째 올림픽 출전인데 이번 선수단이 구성이 가장 약하다”고 시인했다. 정신력과 체력, 전술로 이를 만회할 참이다.
임 감독은 “부족한 부분이 있어야 선수들의 정신 무장이 더 잘 된다”며 “전술 완성도는 높다. 체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자 대표팀은 지난 4월 초 포항 해병대 극기훈련을 시작으로 5월 유럽 전지훈련, 6월 일본대표팀과 평가전 등을 통해 전력을 끌어올렸다. 특히 유럽전훈에서 폴란드, 우크라이나, 슬로베니아 등 체격이 좋은 유럽 선수들과 10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임영철 감독은 “힘을 바탕으로 한 유럽 스타일의 핸드볼과 붙어 소기의 성과는 갖고 온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인다.
확실한 카드인 김온아와 새로운 피가 공격에서 활로를 열어야 한다. 임영철 감독은 “김온아가 모든 경기를 주도하고 어린 선수들과 손발을 맞춰야 한다”고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다.
또한 “유소정(SK슈가글라이더즈), 김진이(대구시청) 등 어린 선수들이 많이 발전했다. 국제 무대에서 덜 알려진 선수들이기 때문에 상대 국가들이 생소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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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번째 올림픽에 출전하는 오영란(왼쪽)이 3번째 올림픽 도전에 나서는 6년 후배 우선희와 강훈현을 이겨내고 있다. [스포츠Q DB] |
■ 2016 올림픽 출전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 골키퍼 오영란 (44 인천시청) *1996, 2000, 2004, 2008 올림픽 출전
- 골키퍼 박미라 (29 삼척시청)
- 레프트윙 이은비 (26 부산시시설관리공단) *2012 올림픽 출전
- 레프트윙 최수민 (26 서울시청)
- 라이트윙 우선희 (38 삼척시청) *2004, 2012 올림픽 출전
- 라이트윙 정유라 (24 대구시청) *2012 올림픽 출전
- 피봇 유현지 (32 삼척시청)
- 피봇 남영신 (26 부산시시설관리공단)
- 레프트백 심해인 (29 삼척시청) *2012 올림픽 출전
- 레프트백 김진이 (23 대구사청)
- 라이트백 류은희 (26 인천시청)
- 라이트백 유소정 (20 SK슈가글라이더즈)
- 센터백 김온아 (28 SK슈가글라이더즈) *2008, 2012 올림픽 출전
- 센터백 권한나 (27 서울시청) *2012 올림픽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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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 핸드볼 사상 최다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룬 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이 리우의 선전을 다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스포츠Q DB] |
■ [Q] 아시나요? 올림픽 핸드볼에서 한국이 세운 3개의 최다 기록을
핸드볼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처음 열린 뒤 폐지됐다가 36년 뒤인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부활했고 여자 종목은 1976년 도입됐다.
한국은 뒤늦게 1984년 LA 올림픽부터 본선에 참가하고도 역대 최다 메달을 따낸 핸드볼 강국이 됐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남자가 따낸 유일한 메달인 은메달을 포함해 금 2, 은 4, 동 1개로 모두 7개의 메달을 획득, 소련(금 4, 은 1, 동 1), 유고(금 3, 은 1, 동 1), 노르웨이(금 2, 은 2, 동 1)를 제쳤다. 금메달 수로는 소련, 유고, 덴마크(금 3)에 이어 4위.
한국이 역대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 1위 국가에 올라 있는 종목은 모두 3개다. 동계 종목 중 빙상 쇼트트랙(금 21, 은 12, 동 9), 태권도(금 10, 은 2, 동 2)과 함께 핸드볼이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로 주목받아왔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첫 출전부터 리우 대회까지 32년 동안 최다 9회 연속 본선 진출 타이기록을 세웠다. 남자 종목에서 스페인이 리우행에 실패함으로써 2012년까지 기록한 9회 연속 본선기록과 동률을 이루게 된 것이다. 여자 종목에서 이번까지 6회 연속 출전한 앙골라가 한국 아래의 버금자리다.
한국의 연속 기록은 본선에 출전한 전 대회에모 모두 4강 이상을 거둔 성적으로 빛난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첫 출전인 LA 대회부터 은메달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최다 8회 연속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1988, 1992년 연속 금메달, 1996, 2004년 은메달, 2008년 동메달을 따냈고 2000, 2012년엔 4위를 기록했다. 1988년 데뷔한 노르웨이는 2004년 본선에 오르지 못해 6개 대회 4강 성적에 그쳤다. 금 2, 은 2, 동 1개에 4위 1회를 기록했다.
한국과 노르웨이는 올림픽에서 서로 악연이 엇갈렸다. 한국이 1988년 노르웨이를 제치고 첫 우승을 달성한 뒤 4년 뒤에도 결승서 만나 한국이 28-21로 낙승을 거두며 사상 첫 2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2000년 3위 결정전에서 22-21로 석패해 메달을 놓친 것을 시작으로 노르웨이는 한국의 천적이 됐다. 한국은 2008년 준결승에서 노르웨이에 29-28, 1점차로 분패하는 바람에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고, 2012년에도 준결승서 다시 만나 설욕을 노렸지만 31-25로 패해 4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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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에 출전해 한 번도 4강 아래로 성적이 내려가지 않았던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8년 만에 메달에 도전한다. [스포츠Q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