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자인가요? 핸드볼 취재하러 왔어요?”
처음에는 그냥 으레 하는 서양식 인사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는 조금씩 가까이 기자에게 다가왔다.
그는 자신을 네덜란드에서 온 방송기자라고 소개했다. 이름은 리카르드 판데르 매드(Richard Vander Mad). 네덜란드 노스(NOS)라는 TV 채널에서 일한다고 했다. 올림픽 핸드볼을 조망하며 네덜란드와 같은 조에서 경쟁할 한국 팀을 들여다보고 싶어했다.
네덜란드 노스 채널의 리카드도 반데르 매드 기자가 한국 대표팀 소개집을 보고 있다. 안승호 기자
4일 브라질 리우의 올림픽파크 퓨처 아레나에서는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막바지 전술훈련을 하고 있었다. 한국 대표팀은 앞서 훈련한 러시아 대표팀과 달리 비공개 훈련을 요청한 터였다. 이 때문에 매드는 한국 대표팀의 훈련장면을 취재하지 못했다. 임영철 감독과 인터뷰도 시도했으나, 그 또한 이루지 못했다. 대신 한국팀에 대한 정보를 여러모로 얻어내고 싶어했다.
그는 “핸드볼이 한국에서 그렇게 인기 있는 스포츠가 아닌 것으로 들었다. 그런데 국제무대, 그것도 올림픽만 되면 한국 여자 핸드볼이 강해지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 것 같냐”고 재차 물었다. 기자가 들고 있는 대표팀 소개집을 열어 선수들 이름을 메모하기도 했다.
핸드볼 강국이 즐비한 유럽의 기자들 사이에서도 한국 여자핸드볼의 마력은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연속 금메달을 따낸 뒤 매번 메달권에서 싸운 한국 여자핸드볼의 이력을 외우듯 얘기했다.
대화가 오가던 중, 그에게 ‘귀인’이 나타났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오랫동안 여자 핸드볼 대표팀을 이끌었던 임오경 SBS 해설위원이 기자실에 등장했다. 그는 임 위원이 누구인지 정확히 모른채 같은 질문을 던졌다. 기자의 소개로 그가 핸드볼 스타라는 사실을 알고 반색했지만 시원한 대답은 얻지 못했다. 임오경 위원은 혹시라도 그가 알려주는 정보가 대표팀에 해가 될까 싶어 선수 이름을 확인해주는 선을 넘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이 올림픽에서 왜 강하냐”는 물음에 답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임 위원은 매드 기자가 자리를 떠나자 비로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조심스럽게 펼쳐냈다. 그 중 하나는 올림픽을 향한 집중도 차이였다. 한국은 세계선수권을 통해 올림픽 티켓을 다투는 국가들과 달리 아시아예선에서 미리 올림픽 출전권을 얻는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세계선수권대회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무리해서 전력을 모두 쏟아낼 필요가 없다. 이를테면 부상이 있거나, 몸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는 세계선수권에서 제외한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김온아·우선희 등 주력선수 4명이 빠졌다. 대표팀은 16강전에서 러시아에 졌다. 임 위원은 “이번 올림픽에서는 세계선수권에서 빠졌던 선수가 그대로 들어왔다. 그때와 전력이 다르다”고 말했다.
반대로 네덜란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세계랭킹 14위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위에 오른 강호로 부상했다. 이번 대회 기대가 큰 이유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11일 조별리그서 만난다. 그날 경기 뒤에 네덜란드 기자에게 똑같은 질문을 다시 듣고 싶다.
“한국 핸드볼은 어떻게 올림픽에서 그렇게 강합니까”라는 그 물음.
<리우데자네이루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