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한국시간) 한국-아르헨티나의 리우올림픽 여자 핸드볼 B조 예선 5차전이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의 푸투루경기장에서 브라질 관중이 한국을 응원하고 있다.
韓·日 비유될만큼 최고 라이벌
팬들 “아르헨 싫어” 한국 응원
한국선수 득점하면 열렬 환호
아르헨 팬들과 응원대결 과열
15일(한국시간)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핸드볼 조별리그 B조 예선 마지막 5차전이 펼쳐진 리우 바하의 푸투루경기장은 마치 한국 같았다. 푸투루경기장을 가득 메운 500여 명의 브라질 응원단이 모두 “오∼ 코레아”를 외치며 일방적으로 한국을 응원했다. 우리 선수들도 브라질 관중의 응원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브라질 팬들이 열성적인 ‘한국 응원’을 펼친 이유는 한국의 상대가 아르헨티나였기 때문. 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 국제대회를 포함한 모든 스포츠 경기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한국과 일본에 비유될 만큼 최고 라이벌 관계다. 이날은 브라질 경기가 없었을 뿐 아니라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B조 최하위권으로 이미 8강 진출이 좌절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 경기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브라질 팬들은 남미의 ‘적수’ 아르헨티나를 조롱하고 한국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이날 브라질 팬들은 경기 내내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퍼부었고, 한국이 득점에 성공하면 경기장이 떠나갈 듯 환호했다. 일부 팬들은 흥분해 상의를 벗어 던지며 열정적인 응원을 펼쳤다. 관중석 곳곳에서는 태극기를 흔드는 브라질 팬들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 응원단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을 하자 이를 그대로 따라 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브라질 관중은 리우를 연고로 하는 브라질 프로축구팀 플라멩구의 응원가 가사를 플라멩구 대신 “코레아”로 바꿔 부르는 등 축구 응원가로 한국 대표팀을 응원했다. 경기장 한편에 앉은 아르헨티나 관중을 향해서는 “1986년 이후 우승을 한 번도 못 해 본 불쌍한 나라 아르헨티나” “마라도나보다 펠레가 위대하다” 등을 외치며 험한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관중은 이에 손가락 욕을 하는 등 경기장 분위기는 60분 내내 과열됐다.
예상하지 못한 열렬한 응원에 힘을 낸 한국 선수들은 아르헨티나를 28-22로 누르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대표팀은 1승 1무 3패로 B조 5위를 기록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열렬한 성원을 보낸 브라질 응원단 앞으로 다가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에 브라질 팬들은 “오브리가도(감사합니다) 코레아”를 연발하며 환호를 보냈다. 한 브라질 자원봉사자는 “브라질 사람들은 아르헨티나와 붙는 모든 팀을 이렇게 응원한다”며 “아르헨티나가 이기는 꼴을 절대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팬들은 이번 대회에서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테니스 남자 단식 1회전에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물리치며 이변의 주인공이 된 아르헨티나의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를 둘러싼 양국 팬들의 신경전이 과열됐기 때문.
지난 9일 델 포트로와 주앙 소사(포르투갈)의 단식 2회전 경기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팬들이 충돌해 경기가 중단됐다. 브라질 팬들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소사를 응원하기 위해 델 포트로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한 아르헨티나 팬이 야유를 참지 못하고 브라질 관중석으로 뛰어들었다. 안전요원이 말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쟁의식을 여실히 보여줬다.
리우 = 글·사진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