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핸드볼협회 김종하 명예회장이 2009년 발간한 핸드볼 회고록 ‘당신들은 왜 핸드볼에 목숨을 거는가?’의 뒷면은 2008 베이징올림픽 동메달을 차지한 여자대표팀과 관련한 광고다. “금메달은 국민이 걸어 드리겠습니다. 미안합니다. 4년마다 보여준 반짝 관심을…. 감사합니다. 우리에게 전해준 큰 행복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14명의 오뚝이 여러분, 당신들의 금메달은 우리 국민이 걸어 드리겠습니다” 어느 순간에도 선수가 최우선이라는 김종하 명예회장의 회고록에는 온통 핸드볼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다.
양정고등학교 시절 맺은 핸드볼과의 인연은 김종하 명예회장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고등학교 때 처음 핸드볼을 접하고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한 후 4년 동안 핸드볼 선수로 활약했다. 전국체전에서 매년 우승을 차지했고, 임관 후 1973년에 대한핸드볼협회 부회장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핸드볼과 함께 하고 있다”며 핸드볼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1985년 러시아에서 열린 IOC주관 남북체육회담에 대표 사절단으로 참석한 김종하 명예회장 (사진제공_김종하 명예회장)
김종하 명예회장은 1981년 대한체육회장에 선임되었고 1986 서울아시안게임, 1988 서울올림픽 위원장으로 두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한국 선수단의 최고 성적을 이끌어냈다. 특히 여자대표팀이 1988 서울올림픽에서 구기종목사상 첫 금메달을 차지한 그날의 기억은 가장 행복한 날이자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처음 서울에서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고 과연 한국에서도 올림픽이 완성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그런 큰 대회에서 우리 여자핸드볼이 한 경기 한 경기 이겨가면서 결승까지 올라갔다. 수원실내체육관에 1만 여명의 관중이 꽉 차고, 고속도로에 차 한 대가 없었다. 동점에 동점, 엎치락뒤치락하며 마지막 1분을 남기고 1점차 승리를 거뒀다. 그때 진짜 많이 울었다. 나도 선수들도 많이 울었고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런 경험이 어디 있겠느냐? 내가 아끼는 내 종목이 금메달을 따고 내가 올림픽의 위원장이었다는 것은 내 인생에 영광의 순간이었다”며 김명예회장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1988 서울올림픽 여자핸드볼 결승전을 마치고 헹가레를 받으며 기뻐하는 김종하 명예회장 (사진제공_김종하 명예회장)
김 명예회장의 핸드볼 사랑은 핸드볼인이라면 누구나 알만큼 정평이 나있다. 그의 애칭이 ‘미스터 핸드볼’일만큼 초등학교 선수부터 중고등학교, 성인선수들까지, 코트에 서는 선수라면 김 명예회장에게는 소중한 존재이다. “성인 국가대표들은 덜한대, 청소년팀들은 전반전만 지면 라커룸에 들어와 막 울고 불고 한다. 그걸 고쳐주고 싶어서 애를 많이 썼었다. 선수들하고 혼연일체가 되려고 경기 내내 큰 소리로 응원하고, 선수들이 실수를 하면 일부러 안 쳐다봤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가장 먼저 코트에 내려간다. 내려가서 선수들에게 인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하이파이브를 하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밥 먹으러 가자’며 웃게 해주었다. 코트에서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과 편하게 이야기하고 친구처럼 지내는 것,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평생을 함께 한 핸드볼. 사랑하고 아끼는 만큼 쓴 소리도 전했다. "핸드볼은 실내경기 종목 중 가장 큰 코트를 쓴다. 40mx20m 코트에 골키퍼까지 7명의 선수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잘 뛰어야 한다. 거기에 빠르고 재미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핸드볼이 4년마다 올림픽에만 너무 관심이 집중돼 있다. 국내 핸드볼리그가 어려운 환경이지만 각 시도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고 결과와 상관없이 꾸준한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라며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핸드볼로 시작하여 핸드볼로 끝나는 이야기. 그래도 김 명예회장은 아쉬운 듯 핸드볼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핸드볼의 종주국인 독일은 저녁에 경기를 한다. 성인 경기가 저녁에 있으면 5시부터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대학생들의 경기가 먼저 치러진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가족 단위 팬들이 가득 찬 경기장에서 경기를 한다. 각 지역마다 핸드볼을 보며 맥주파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참 부러웠다.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핸드볼, 핸드볼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맘이 컸다”며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남은 핸드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010년 SK핸드볼경기장 건립공사 기공식 및 VISION2020 선포식에 참석한 김종하 명예회장 (사진제공_김종하 명예회장)
오는 11월 김종하 명예회장의 이름을 딴 제1회 김종하배 전국꿈나무대회가 제주도에서 펼쳐진다. “참 고맙다. 초등핸드볼협회에서 주관하는 대회에 내 이름을 붙여 개최한다고 한다. 11월 17일부터 제주도에 가서 초등학교 아이들과 놀아주려 한다. 무척 재미난 경험일 것 같아 기대된다”며 시종일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핸드볼이라는 단어 하나로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지는 김종하 명예회장. 인터뷰에 함께한 가족들이 “가끔은 핸드볼만 너무 사랑하셔서 서운하다. 가족들보다 핸드볼이 먼저이신 분이다”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자 김종하 명예회장은 “그게 즐거움이고 낙인데 얼마나 행복해”라며 당연한 듯 대답했다. 그의 바람은 딱 하나다. 온 가족이 즐기는 핸드볼, 경기장 가득 관중이 들어찬 핸드볼 경기장. 김 명예회장의 바람이 하루 빨리 이뤄지길 바라본다.
[대한핸드볼협회 이정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