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이 창단 5번째 SK핸드볼코리아리그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2011시즌 SK핸드볼코리아리그가 시작된 이래 2014시즌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무서운 막내’ SK호크스의 반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킨 두산. 10월 2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 짓고 한껏 우승의 기쁨에 고조된 두산 윤경신 감독과 MVP 윤시열에게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것에 대해 물었다.
두산은 2009년 SK핸드볼코리아리그의 전신이었던 슈퍼리그 때부터 지금까지 2014년을 제외하면 모두 우승을 일군 남자부의 절대 강호다. 윤경신 감독은 지난 2013년 1월 ‘전통의 명가’ 두산의 감독으로 선임되었다. 두산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명예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윤경신 감독은 부임 첫 해 통합 우승을 이뤄내며 감독으로서 성공적인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평탄한 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감독 2년 차였던 지난 2014년, 지금은 해체한 코로사의 돌풍에 휘말려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준우승 역시 값진 결과였지만 단 한 번도 우승을 놓쳐본 적 없는 두산이라는 팀에게 준우승은 너무나 뼈아픈 시련이었다.
그러나 그 시련이 약이 된 것일까. 두산은 그때의 준우승을 발판으로 2년 연속 통합 우승에 성공했다. 그리고 윤경신 감독도 명장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지난 시즌에는 신협상무가, 이번 시즌에는 SK호크스가 두산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두산은 견고한 조직력과 그동안의 우승 경험으로 맞섰다. 특히 이번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났던 SK호크스는 2014시즌 두산의 우승을 저지했던 코로사 선수들이 주축이 된 팀이라 두산으로서는 더 면밀하고 세밀하게 SK호크스를 대비했다. 또한 정규리그 3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SK호크스의 의외의 반격에 놀라 정규리그 무패 우승 도전에 실패했던 터라 두산은 SK호크스와 만날 챔피언결정전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번에도 정규리그 마지막 패배의 아픔은 두산에게 약이 됐다. 두산은 3라운드 패배를 설욕이라도 하듯이 1차전부터 준비했던 모든 걸 쏟아냈다. 1차전에서는 SK호크스보다 강한 집중력으로 리바운드를 장악해 후반 9분 이후 점수 차를 벌리며 승기를 잡았고, 2차전에서는 SK호크스에 맞춤 수비를 들고 나와 두산만의 조직적인 핸드볼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특히 SK호크스의 골키퍼 이창우에 대한 경계를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 윤경신 감독은 “정규리그 3차전에서 패배한 경험도 있어서 많은 분석을 했다. 이창우 선수가 방어율이 좋아서 그 부분을 공략하려고 노력했는데 2차전에서 그 부분이 잘 들어맞아 우리 선수들이 높은 골 성공률을 기록했다”며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진 것이 우리에게는 약이 됐고, 2차전으로 끝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주위에서는 두산의 우승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지만 직접 경기를 뛰어야 하고 이끌어야 하는 감독과 선수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인지 두산은 몇 번의 우승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2차전 종료 버저가 울리고 우승이 확정되자 코트로 뛰어나와 첫 우승을 달성한 것처럼 기뻐했다. 기뻐하는 선수들 뒤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 윤경신 감독은 “이번 시즌은 올림픽 휴식기도 있어서 다른 시즌에 비해 기간이 길었다. 거기에 이번 여름이 유독 더웠던 탓에 훈련을 하는데 힘들기도 했지만 선수들이 정말 묵묵히 이겨냈기 때문에 우승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며 “베테랑 선수들이 궂은일을 잘해준 것도 있지만 조태훈, 김세호, 황도엽 등 신인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된 것이 이번 시즌 가장 큰 수확”이라며 2년 연속 통합 우승의 공을 모두 선수들에게 돌렸다.
이번 통합 우승으로 두산은 다음 시즌에도 다른 4개 팀으로부터 거센 도전장을 받게 될 것이다. 윤경신 감독은 “다음 시즌부터는 이번 시즌처럼 우리의 독주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내년에는 SK호크스도 좋은 선수들을 영입할 것이고 다른 팀들도 전력을 보강해 리그가 평준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미 그들의 도전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는 듯 했다. 길고 길었던 시즌을 마치고 잠깐의 휴식 뒤 다시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윤경신 감독의 마지막 대답에서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정상에 도전하는 것만큼 쉽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멤버가 좋아서 우승한다고요?”
정규리그 MVP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동시에 석권하며 지금이 자신의 전성기임을 증명한 윤시열은 ‘큰 경기에 강한 비결이 무엇인가’라고 묻는 기자의 물음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정규리그 MVP도 그렇고 챔프전 MVP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받은 상이지만 우리 팀 선수들이 없었으면 이런 상은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선수들과 감독님, 코치님께 감사하다”고 겸손하게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의 겸손함과 달리 그의 기록은 겸손하지 않았다. 윤시열은 정규리그 동안 48골,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두산의 공격을 주도했다. 특히 2라운드 때는 경기당 5.7골을 득점하며 4경기 중 3경기에서 MVP에 선정될 정도로 맹활약했다. 그럼에도 윤시열은 만족하지 못 한 눈치였다. “사실 정규리그 MVP에 뽑힌 것은 창피하다. 그 정도로 잘하지 못 했기 때문에 그냥 팀을 대표해서 받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윤시열의 말처럼 두산은 3라운드 첫 경기 승리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이후 흔들리기도 했다. 특히 SK호크스와의 정규리그 세 번째 맞대결 패배가 두산의 당시 상황을 대변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두산은 이 패배로 SK호크스가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직시했다. 윤시열도 마찬가지였다. 윤시열은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안일했던 자신을 채찍질했다. 이 채찍질 덕분에 챔피언결정전에서 에이스 본능을 되찾은 윤시열은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을 뽑아내며 두산을 통합 우승으로 견인했다. 윤시열은 “정규리그 3라운드 때 부진해서 감독님께 질책도 듣고 개인적으로도 마음을 다잡고 챔프전을 뛰었는데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고 말하며 “친구 (정)의경이한테 고맙다. 센터백에서 선수들에게 찬스를 내주는 역할을 했는데 힘든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의경이가 도움을 줬기 때문에 골을 더 많이 넣을 수 있었다”고 자신 혼자서는 이와 같은 활약을 펼칠 수 없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번 시즌 윤시열은 정규리그 MVP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포함해 2라운드 MVP, 베스트 7 레프트백상 등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MVP 이후 1년 만에 3개나 많은 상을 거머쥐며 리그를 호령하는 최고의 스타로 거듭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시열은 다음 시즌이 걱정이다. 매년 두산은 공공의 적이 된다. 최고의 선수로 최고의 팀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자리에 선 윤시열은 “시즌을 준비하면서 모든 팀들이 우리를 목표로 많은 훈련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팀들이 하는 것만큼 우리도 많은 훈련을 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가 멤버가 좋아서 우승을 한고 생각하지만 우리 팀이 정말 운동을 많이 한다. 절대 놀다가 경기를 뛰는 것이 아니다”며 두산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어 했다. 이어 “내년에도 많은 훈련을 하고 준비를 잘 해서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마지막 질문에 윤시열은 “부담이다. 매 경기마다 항상 부담감을 갖고 뛰어야 하는 것이 정상의 자리인 것 같다”고 정상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지를 알게 했다.
[대한핸드볼협회 윤초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