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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시청 임오경 감독과 MVP 권한나를 만나다

작성자
Handballkorea
등록일
2016.10.06
조회수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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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의 창단과 함께 초대 감독에 오른 임오경 감독. 남자 감독 일색이었던 핸드볼 코트 위에서 여자 감독으로 팀을 끌고 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8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이 지나고 드디어 임오경 감독은 SK핸드볼코리아리그 우승이라는 달디 단 열매를 수확했다. 이 과정에서 권한나라는 걸출한 스타까지 탄생시켰다. 이제는 서울시청을 함께 이끌어가는 사제지간이자 동지로 하나가 된 임오경 감독과 권한나를 만나 서울시청의 우승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국 여자핸드볼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릴 만큼 임오경 감독은 누구보다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그녀가 감독의 자리에 앉았을 때만 해도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선수 때처럼 따뜻하지 않았다. 스타 선수에서 감독으로 성공한 사례는 다른 종목에서도 흔한 사례가 아니었을 뿐더러 핸드볼계에서 성공한 여성 감독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임오경 감독은 이런 편견과 선입견을 깨고 싶어서 더 악착같이 팀을 이끌었다. 때로는 ‘독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서울시청의 우승만을 위해 노력했던 임오경 감독은 ‘핸드볼계의 돌연변이가 나타났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오경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여성 감독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서울시청만의 핸드볼을 완성시켰다. 

 

10월 3일, 서울시청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삼척시청을 23-22로 누르고 드디어 창단 첫 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2014시즌 처음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이후 세 번째 도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게 된 것이다. 임오경 감독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입지 못 했던 우승 티셔츠와 모자를 입고 좋아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며 “경기 전에 선수들에게 이번에는 꼭 우승 티셔츠를 입어보자고 강조하면서 서로를 믿으라고 이야기 했는데 그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면서 “한 때는 여자로 태어난 걸 후회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우승을 하니 여자로 태어나길 참 잘한 것 같다. 여자 핸드볼이 있기에 제가 있었고 서울시청이 있기에 제가 있을 수 있었다. 선수들에게 고마울 뿐이다”고 감독으로 리그 첫 우승에 성공한 소감을 전했다. 

 

정규리그 초반 부진했던 서울시청은 2라운드 들어 경기력을 되찾기도 했지만 올림픽 휴식기 이후 계속된 강호들과의 맞대결에서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오경 감독은 선수들을 믿었다. “우리 선수들은 초반보다는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력이 좋아진다”며 선수들을 믿고 기다렸다. “정말 힘든 고비가 많았다. 2라운드에 상승세를 탔지만 올림픽 브레이크 이후 4경기 연속 강호들을 만났고, 전국체전 예선 경기까지 치러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도 선수들이 잘 이겨내줬다”며 우승까지의 우여곡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임오경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서울시청은 권한나, 송해림, 최수민, 주희 등을 중심으로 되살아났다. 주전 선수들의 활약 뒤에는 숨은 공신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과 희생도 뒷받침됐다. 서울시청의 살림꾼으로 불리는 김이슬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의 활력소 역할을 다해냈고 이번 시즌 처음으로 주전 라이트윙이 된 송지영도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 출전 이후 더 다부진 모습을 보여줬다. 김선해의 부상으로 후반기부터 주전 피봇으로 뛰기 시작한 이한솔은 초반 임오경 감독의 질책도 받았지만 어느새 임오경 감독이 엄지를 들어 보일 만큼 성장했다. 코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우승을 향한 하나된 목표와 희생, 헌신이 있었기에 서울시청이 우승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임오경 감독은 말한다. 

 

이제는 도전자가 아닌 디펜딩챔피언으로 7개 팀의 도전장을 받아야겠지만 서울시청은 또 다른 의미의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지금껏 정상의 자리에 도전했다면 이제는 정상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또다른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임오경 감독으로서도 우승팀 감독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다. 임 감독은 “우리는 매 시즌 우승에 도전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내년에도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창단 첫 우승이자 여성 감독 첫 우승으로 새 역사를 써낸 서울시청이 다음 시즌에는 어떤 역사를 만들어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오로지 팀만 생각하며 뛰었다”

 

챔피언결정전 3차전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고 서울시청 선수들은 코트로 쏟아져 나와 어깨동무를 하고 코트를 돌았다. 그러나 마지막 7m 드로우를 던진 권한나는 기뻐하는 동료들에게 가지도 못 하고 그 자리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코트 위에서 늘 당당했던 권한나의 눈물에 동료들까지 눈시울을 붉혔다. 땀과 뒤섞인 눈물을 닦으며 권한나는 “2차전에서 제가 너무 못 했다. 그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서울시청의 주장이자 주득점원으로 그녀가 짊어져야 했던 책임감과 부담감이 우승과 동시에 눈물로 터져 나온 것이다. 

 

서울시청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승리하며 창단 첫 우승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2차전에서 삼척시청에게 역전패를 허용하며 3차전까지 끌려가게 됐다. 2차전을 마치고 임오경 감독은 권하나를 따로 불렀다. 평정심을 잃은 권한나에게 임 감독은 질책보다는 위로와 격려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게 만들었다. 힘을 내자고 말해주는 동료들도 권한나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다. 자신을 믿어주는 감독, 코치, 동료들을 떠올리며 권한나는 3차전에서 12골을 폭발시켰다. 이 활약으로 서울시청은 우승에 가까워졌고, 권한나는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수상하게 됐다. “말로는 표현 못 할 정도로 기쁘다.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과 팀만을 생각하면서 뛰었던 것 같다”며 첫 우승 소감을 밝힌 권한나였다. 

 

권한나는 2012시즌 리그 데뷔와 동시에 신인상을 수상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으며 성장해온 선수다. 2012 런던올림픽을 포함해 2016 리우올림픽까지 매년 국가대표에 차출되며 국제무대에서도 활약해왔다. 그러나 늘 리그 우승이 아쉬웠다. 2014시즌 정규리그 MVP를 수상하기도 했지만 리그 우승에 대한 갈증은 풀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리그 우승을 위한 최상의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리우올림픽에서 한국 여자핸드볼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며 주가를 올린 권한나는 이 기세를 몰아 리그에서도 엄청난 득점력을 선보였다. 한 경기에서 홀로 21골을 뽑아낼 정도로 권한나는 물오른 기량을 선보였다. 

 

권한나가 날자, 서울시청도 날았다. 여기에 이번 시즌 국내무대로 복귀한 송해림이 가세하면서 서울시청은 더욱 탄탄한 전력으로 우승에 도전할 수 있었다. 권한나는 “사실 가장 고마운 선수는 올해 팀에 들어와서 많이 고생한 (송)해림 언니다. 언니가 옆에서 격려도 많이 해주고 힘도 많이 주었기 때문에 늘 고맙다”고 송해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번 시즌을 마치고 권한나는 FA(자유계약) 자격을 얻는다. 그녀의 FA 소식에 리그는 술렁이고 있다. 권한나는 “지금 팀에 FA가 되는 선수들이 많다. 내년에도 이 멤버가 같이 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되도록이면 다 같이 또 한 번 우승에 도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번 서울시청의 우승은 팀에게도, 권한나에게도 한층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저 득점력과 공격력이 좋은 선수가 아닌 팀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할 줄 아는 책임감 있는 선수로 주위의 평가를 바꾼 권한나다. 

 

 

[대한핸드볼협회 윤초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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