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관계자들 사이에는 여자 대표팀이 올림픽 4강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여자 핸드볼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부터 2012년 런던까지 8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고 4위를 2회 차지할 만큼 성적이 좋았다. 여자 대표팀이 지난 8월 리우 올림픽 예선에서 탈락한 것은 핸드볼계에 큰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대한핸드볼협회는 혁신 없이는 핸드볼의 재도약도 없다고 진단하고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 쾌거를 이뤘던 고병훈 전 여자 대표팀 감독(68)을 이달 초 경기력향상위원장에 위촉했다.
지난 8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만난 고 위원장은 대표팀의 선수 선발 과정부터 지원 방식까지 두루 쇄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그 첫걸음으로 대표팀 선발권을 갖고 있는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실업팀 감독을 모두 배제했다. 종전에는 실업팀 감독들이 경기력향상위원으로서 대표팀 선발에 참여했다.
대한핸드볼협회 고병훈 경기력향상위원장.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고 위원장은 “실업팀 감독이 소속 선수를 대표팀에 추천할 때 선수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전력분석원, 국제 심판, 중계방송 해설위원 등 젊은 전문가 위주로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선수 이름만 보고 대표팀을 선발하던 관행도 바꾸기로 했다. 고 위원장은 “대표팀 감독이 예비 엔트리를 2~3배수 추려내면 이들을 대상으로 공개 테스트를 열어 선수의 기량과 컨디션을 직접 점검한 뒤 선발할 계획”이라며 “선발 후에는 선수들이 긴장감을 갖고 훈련할 수 있도록 국가대표 상비군을 만드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껏 대표팀은 연습 상대가 마땅치 않아 실업팀이나 고등학교 선수들과 경기를 치러왔다.
이와 함께 선수 관리를 대표팀 감독에게 맡겨두던 데서 탈피해 선수 체력관리, 전력분석 등에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앞으로는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선수 체력과 컨디션을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함께 관리하고 국제 경기의 트렌드를 분석해 대표팀에 제공하게 된다.
고 위원장은 “리우 올림픽 예선 당시 대표팀이 후반전에 역전 당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전술이 다양하지 못했고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이런 문제점을 새로운 대표팀 감독이 잘 보완할 수 있도록 성심껏 돕겠다”고 말했다.
핸드볼협회는 내년 1월 중 여자 대표팀 전임 감독을 공개 선발할 계획이다. 전임 감독은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대표팀을 지휘하게 된다.
지난 5월 남자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조영신 감독은 지난 10일 대표팀을 이끌고 유럽 전지훈련을 떠났다. 남자 대표팀은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 정상을 탈환하는 게 당면 목표다. 여자 대표팀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고 위원장은 “한 초등학교 교사에게서 ‘리우 올림픽에서 예선 탈락하는 바람에 핸드볼 선수를 꿈꾸는 어린이가 100명은 줄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당장의 메달 색깔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선수 저변 확대를 위해 대표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올라가겠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