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9일.
2017년 남자세계선수권대회 관계로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습니다. 운 좋게도 방 발코니로 나서면 바로 오른편으로 에펠탑이 지척에 놓여있는 통에 파리에 왔음을 충분히 실감케 합니다. 국제심판으로서 그간의 여정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건 이런 분위기 탓인지도 모릅니다.
핸드볼도 여느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올림픽이라는 거대 이벤트를 중심으로 4년 주기의 움직임을 갖습니다. 따라서 2016년 리우올림픽 이후, 새로운 4년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 남자세계선수권대회의 의미와 중요성은 그만큼 엄청납니다. 특히 심판에게는 새로운 4년의 종착지인 2020년 도쿄올림픽에 도착하기 위한 첫 관문이기에 그 긴장감과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지난 4년 동안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각 급별 아시아선수권대회, 세계선수권대회, 슈퍼글로브를 거쳐 리우올림픽까지, 단기간의 성과라고 하기엔 지나칠 정도였습니다. 특히, 올림픽 무대에 선 것도 모자라, 비유럽출신 국제심판 중 최초로 올림픽 4강전 경기(여자부 프랑스 : 네덜란드)에 배정받아 8,902명의 관중 속에서 휘슬을 불었던 순간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구본옥 심판과 리우올림픽에서
2016년 3월, 리우올림픽 여자부 최종예선이 열린 러시아에서 함께 대회에 참여했던 감독관 및 심판들과 간단히 술잔을 기울인 적이 있습니다. 현지에서 리우올림픽 심판 초청 소식을 전달받았던 터라 서로를 축하하는 중간에 폴란드 출신 감독관이 저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올림픽은 모든 국제심판이 꿈꾸는 최종 목표다. 너는 31살의 어린 나이에 그 꿈을 이뤘는데, 그 후의 목표는 무엇이냐?’고. 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국제심판으로서 나의 목표는 단순히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 아니다. 올림픽 결승전, 특히 남자부 결승전 경기에서 휘슬을 부는 것이 나의 목표이자 꿈이다.’
사실 핸드볼 국제심판이 되고자 결심했을 때, 막연한 최종목표는 역시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4년여 간, 크고 작은 대회를 경험하면서 여러 가지를 보고 듣고 배우면서 목표가 세부적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유럽 출신 심판에 대한 보이지 않는 편견이 가득한 핸드볼 국제무대에서, 그러한 장벽을 허무는 방법은 역시 배정된 경기에서 최고의 판정과 경기운영을 보여주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여자부 경기보다 남자부 경기를 상위 단계로 취급하는 상황에서 그 정점에는 결국, 올림픽 남자부 결승전 무대가 있을 뿐입니다.
2017년, 또 다른 4년을 위한 출발, 목표를 향한 첫 발걸음이 이제 곧 시작됩니다. 작은 결실을 맺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겠습니다.
[글 : 이석 국제심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