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무대에서의 활약만으로 국가대표가 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자대표팀 공개 테스트에서 기초체력부터 경기력을 측정 받는 선수들의 눈빛에도 긴장감이 맴돌았다. 새롭게 도입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대표팀 선발 시스템을 밑거름으로 삼아 오는 3월 제16회 아시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다시 한 번 대한민국 핸드볼의 전성기를 꿈꾸는 여자대표팀의 선발 현장을 소개한다.

지난 1월 22일 태릉선수촌에는 34명의 예비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인 가운데 1박 2일 동안 국가대표 선발 테스트가 진행됐다. 국내대회 자료에 기초해 1차로 후보 선수들이 추려졌고,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최종 명단이 확정됐다. 이번에 소집된 예비 선수들은 평균 연령 23.9세로 고등학생 1명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연령대가 낮아졌다. 또, 전체적인 전력 유지를 위해 포지션별 균형도 맞춰 선발됐다.
첫날 태릉선수촌 내 오륜관에 모인 선수들은 간단한 기초 운동으로 몸을 푼 뒤 각각 A, B 2개조로 팀을 나눠 연습경기를 진행했고, 경기장 내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모든 시합 내용은 녹화됐다.
둘째 날에는 태릉선수촌 내 위치한 한국스포츠개발원 스포츠과학센터에서 체격 측정 및 기초체력테스트가 진행됐다. 선수들은 키와 체중, 체지방률 등 기초 체격 측정을 했고, 이어 근력 및 근지구력, 민첩성, 심폐지구력, 유연성 등의 기초체력 테스트와 전문체력 테스트를 진행했다.
먼저 선수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개인이 뛸 수 있는 최대 시간 동안 런닝머신 위를 달리는 운동부하검사를 진행했다. 뛰는 동안 호흡가스분석을 통해 최대산소섭취능력과 지친 상황에서 얼마나 빠르게 원래 호흡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심폐능력이 측정됐다. 다음으로는 ‘사이벡스’ 머신을 활용해 종아리부터 허벅지, 햄스트링의 근기능을 측정하는 테스트가 이어졌다. 자리에 앉아서 신체를 고정한 채 한 쪽 다리를 힘껏 끌어올렸다 내리는 방법의 측정이었는데, 하체에 무리가 많이 가는 핸드볼 특성 탓인지 몇몇 선수들은 측정 도중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제자리에서 수직으로 뛰어오르는 서전트 점프를 통해 개인별 점프력과 민첩성의 테스트가 진행됐고, ‘1RM’ 측정기를 활용한 벤치 프레스와 스쿼트로 견딜 수 있는 최대 중량을 측정하는 테스트도 진행됐다. ‘윈게이트’라는 사이클 머신을 이용해 무산소 상태에서 얼마나 큰 힘을 낼 수 있는가를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테스트도 이어졌다.
처음 도입된 측정시스템 탓에 선수들 사이에서도 초반에는 낯설고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지만, 수많은 실전 경기를 치러낸 전문가들답게 이내 긴장을 풀고 진지한 자세로 측정에 임했다. 특히 즉각적으로 결과가 나오는 서전트 점프 및 ‘1RM’ 측정기를 활용한 벤치 프레스에서는 선수들 간의 경쟁 심리가 작용해서인지 한 명 한 명 결과 발표 때마다 곳곳에서 함성과 웃음이 터져 나왔다.
첫날 경기력 평가와 및 둘째 날 진행된 신체능력 테스트를 토대로 경기력향상위원회와 강재원 감독은 2월 12일 회의를 거쳐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18명을 최종 선발했다.
대표팀 선발에 이처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선발시스템이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체력테스트를 실시한 적은 있었지만 해당 자료가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되지는 못했다. 이와 같은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지난해 리우올림픽 때문이었다.
리우올림픽이 끝나고 난 뒤 국내 핸드볼계에서는 단순히 조별리그 예선 탈락을 만회하는 수준을 벗어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한민국 핸드볼의 발전을 고민하는 자리가 지속됐다.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토론에서 제기된 여러 방안에 대해 ‘미래발전전략기획위윈회’를 중심으로 검토가 이어졌고, 최우선 과제로 국가대표팀 선발시스템의 변화를 제안하여 추진되기에 이르렀다.
고병훈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장은 “선수 개인별 체력 및 경기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 데이터화하여 전체 선수들을 지속적, 체계적으로 통합 관리하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시스템을 기반으로 보다 많은 선수들에게 국제대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선수들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핸드볼의 전력이 상향평준화 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병훈 위원장은 이번 여자대표팀을 시작으로 향후 남자대표팀과 남녀 연령대별 대표팀 선발에도 동일한 기준과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종 선발된 18명의 여자대표팀은 지난 2월 26일 공식 소집돼 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소집 후 간단한 건강검진과 팀 미팅을 마치고 2월 28일부터 본격적인 전술훈련에 들어간 여자대표팀은 오는 3월 7일까지 전술훈련을 마친 후, 8일부터는 장소를 태릉선수촌으로 옮겨 13일 시작되는 제16회 아시아여자핸드볼선수권 대회를 위한 마지막 강화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