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세계선수권으로 본 세계남자핸드볼의 흐름
한국시간으로 지난 1월 29일, 제25회 프랑스남자세계선수권대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결과는 세계 최강이자 개최국 프랑스의 우승으로 끝났지만 그 외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2016년 리우올림픽 챔피언 덴마크와 3위 독일이 조1위로 16강에 진출했으나 덴마크는 헝가리에게, 독일은 카타르에게 덜미를 잡히면 이변 아닌 이변이 연출됐고 슬로베니아가 3위, 노르웨이는 사상 최초로 결승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Final Match 프랑스 vs 노르웨이
사실 의외(?)의 파이널 매치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노르웨이가 돌풍의 팀이라고 해도 4강 상대였던 크로아티아가 결승에 진출할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후반 종료 직전 크로아티아의 7m던지기가 노르웨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연장전에 돌입했고, 막판 흐름을 탄 노르웨이가 결승전까지 진출하며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노르웨이의 선전은 결승에서도 이어졌다. 두 팀은 조별예선에서 이미 한차례 만나 프랑스가 비교적 쉽게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하지만 사기가 오를 대로 오른 노르웨이는 조별예선 당시의 팀이아니었고 되레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전반 초반 대등하게 이어지던 경기는 전반 중반부터 노르웨이의 공격이 살아나며 3골 차까지 앞서나갔다. 프랑스는 선수 교체 및 전술 변화를 통해 순식간에 분위기를 역전했다. 그리고 전반 종료 1초를 남기고 기구(Guigou)-아발로(Abalo)-포르테(Porte)로 마무리되는 속공이 연결되며 18 대 17 프랑스가 한 점 앞선 채 전반이 마무리됐다.
후반전은 프랑스의 일방적 흐름 속에 경기가 전개됐다. 프랑스가 앞서며 흐름이 프랑스로 넘어간 것도 있었지만, 노르웨이가 준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혈투를 벌인 것과 전반전 끊임없이 빠른 공격을 시도한 것이 체력적인 문제로 이어졌다. 결국 후반 초반부터 프랑스의 흐름이 이어졌고, 후반전 단 9골만 내주는 완벽한 경기력 속에 33-26으로 승리했다. 프랑스는 이번 우승으로 대회 2연패에 성공하며 다시 한 번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고, 대회 6번째이자 최근 열린 5번의 대회에서 4번 정상에 오르며 전성기를 이어갔다.
크나큰 유럽-비유럽 간의 격차
이번 대회는 프랑스를 위한 잔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리우올림픽에서 프랑스 남자대표팀 코치였던 디디에 디나르(Didier Dinart)가 새롭게 지휘봉을 넘겨받은 뒤 자신만의 색채를 뚜렷하게 펼쳐 보일 시간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이력의 선수들을 장악하고 하나로 모으는데 성공하며 우승을 일궈내 새로운 명장의 탄생을 알렸다.
이번 대회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유럽의 강세 속에 비유럽 국가가 도전하는 형국이었지만, 유럽 국가와 비유럽 국가 간 격차만재차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유럽 14개국에 대항해 비유럽 10개국(아시아 4, 아프리카 3, 아메리카 3)이 당찬 도전장을 내밀고 치열하게 싸웠지만 결국 16강에 진출한 국가는 브라질, 이집트, 카타르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브라질과 이집트는 16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고, 아시아 챔피언인 카타르만이 독일을 상대로 21-20으로 승리하는 깜짝 이변을 연출하며 8강에 진출했다. 결국 4강은 프랑스,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노르웨이 등 유럽 4개국이 차지했다.
유럽남자핸드볼을 알면 세계남자핸드볼의 흐름이 보인다
독일과 프랑스는 최고의 국내리그를 바탕으로 핸드볼 강국으로 우뚝 섰다. 그 외에 스페인, 덴마크 등이 핸드볼 강국으로 꼽히지만 전체적으로 평준화되어 있는 것이 유럽핸드볼이다. 이는 프랑스세계남자선수권대회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러시아는 전통의 강호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며 16강에서 탈락했고 덴마크 또한 헝가리에 발목을 잡히며 16강에 만족해야 했다. 또, 독일이 카타르에 발목을 잡히는가 하면 유럽팀 간 맞붙는 8강전은 4경기 모두 3골 차 이하로 승부가 결정되는 박빙의 대결이 펼쳐졌다.
그 외에 이번 대회 결과를 통해 몇 가지 남자핸드볼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랑스는 이미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된 만큼 그들의 우승에 이견을 가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면 프랑스의 결승상대였던 노르웨이는 대회 내내 이슈와 화제를 몰고 다녔다. 대회 전 우승예상 국가, 심지어 4강 설문조사에서도 노르웨이를 언급한 이는 없었다. 2011년 세계선수권에서 8강진출에 실패하며 하향세를 탄 노르웨이는 2012년과 2014년 유럽선수권에서 13위와 14위를 기록하며 세계무대에서 점차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2014년 유럽선수권 실패 후 대표팀 감독을 맡은 크리스티안 버지(Christian Berge)가 단숨에 팀을 바꿔 놓았다. 2016년 유럽선수권에서 4위를 차지하며 이번 대회 티켓을 거머쥔 노르웨이는 노르웨이 남자팀 사상 첫 세계선수권 결승 진출이라는 반전의 드라마를 쓰며 화려하게 세계무대에 재등장했다.
반면 지난 대회 3위이자 리우올림픽 4강에 진출한 폴란드의 몰락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 속에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전통적인 동유럽의 강호로 굵직굵직한 핸드볼 이벤트마다 상위권을 유지했던 폴란드이기에 그 파장은 더 컸다. 그런데 폴란드의 몰락은 공교롭게도 노르웨이의 등장과 묘한 쌍생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같은 A조에 속했던 두 팀은 첫 대결에서 노르웨이가 22-20으로 승리했다. 이후 노르웨이는 승승장구한 반면 폴란드는 브라질, 러시아, 프랑스에 연달아 패하며 예선 탈락, 프레지던트컵으로 향한 유일한 유럽국가의 수모를 당해야 했다.
또, 마케도니아는 무모할 정도의 과감한 전술로 대회 내내 논란의대상이 됐다. 최근 핸드볼 하나의 흐름은 7인의 공격수다. 공격 시골키퍼를 필드플레이어로 교체해 7명의 선수가 공격하는 전술인데, 이전까지는 승부의 추를 되돌리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사용되곤 했지만 최근에는 제3의 전술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대회 기간 중 마케도니아는 팀이 치른 6경기 대부분을 골키퍼 없이 7명의 공격수를 투입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공격 시에는 이득을 취할 수 있지만, 실책 또는 공격 실패로 인한 공수 교대 시 손쉬운 실점을 당할 수도 있어 양날의 검과도 같다. 덕분에 키릴 라자로프(KirilLazarov)는 3경기를 덜 치렀음에도 50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올랐지만, 마케도니아는 16강에 진출한 같은 조 4개국 중 가장 많은 실점(137실점)을 기록하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