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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변방에서 아시아의 중심으로, 중동남자핸드볼

작성자
Handballkorea
등록일
2017.08.11
조회수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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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적으로 중동은 아시아 남서부와 아프리카 북동부를 총칭한다. 정치, 종교, 경제,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동은 그 의미가 달리 해석되지만 스포츠에서만큼은 그 색채가 뚜렷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관계에 있어서는 더 그렇다. 그것도 부정적으로 말이다. 핸드볼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게 중동은 오일머니편파판정으로 점철되며 우리에게 공공의 적과도 같았다. 그랬던 중동이 변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연중기획 5부작 세 번째 시간으로 변방에서 아시아의 중심으로 성장한 중동남자핸드볼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유럽 지도자 영입으로 급성장한 중동핸드볼​

 

사실 2000년대 후반까지도 중동국가들은 우리나라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여자는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남자의 경우도 이란, 쿠웨이트만이 가끔 위협적이었을 뿐, 정상적인 심판의 경기 운영하에선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아시아남자선수권대회 기록만 참고하더라도 3(1983)부터 15(2012)까지 쿠웨이트(8, 10, 12)3회 우승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렇게 중동핸드볼은 우리의 한 수 아래였고, 승리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랬던 중동의 많은 국가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 유럽의 우수지도자 영입에 열을 올렸고, 그러한 투자의 결실은 2010년 이후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거둔 성적에서도 잘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2012년 제15회 아시아남자선수권대회에서 우리나라는 결승전(카타르), 준결승전(사우디아라비아) 모두 1골 차로 박빙의 승부 끝에 우승을 차지했고, 16(2014), 17(2016) 아시아남자선수권대회에서는 각각 5위와 6위를 기록하며 결국 아시아 왕좌의 자리를 중동에 내주게 되었다. 그 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16년 리우올림픽 아시아대표까지 모두 카타르에 내주게 되었고 세계선수권대회도 중동세에 밀려 2회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현재 대부분의 중동국가는 유럽의 지도자에게 대표팀을 맡기고 있다. 카타르는 스페인 출신 감독을, 바레인은 덴마크 출신의 감독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쿠웨이트는 크로아티아 출신의 감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카타르는 2013년부터 세계 최고의 명장으로 손꼽히는 발레로 리베라(Valero Rivera, 64, 스페인)감독을 영입하여 2015년 세계남자선수권대회 준우승과 2016년 리우올림픽 8강 진출, 2017년 세계남자선수권대회 8강 진출 등의 굵직한 성과를 냈다. 최근 바레인은 리우올림픽에서 덴마크 남자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끈 또 한 명의 명장 구드문드 구드문센(Gudmundur Gudmundsson, 56, 아이슬란드)에게 감독 자리를 맡기며 카타르에 이어 중동의 모래바람으로 핸드볼 세계무대를 뒤흔들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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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리그 투자 통한 인프라 구축​

 

중동의 대부분 국가는 입헌군주제의 정치형태를 유지하고 있고 흔히 왕족이라 말하는 기득권층이 요직을 차지하며 정치, 경제, 산업을 이끌고 있다. 핸드볼도 예외는 아니다. 왕족들이 권위의 상징으로 스포츠를 내세워 클럽팀을 운영하는 한편, 자연스럽게 발생한 경쟁적 투자들이 자국리그의 활성화는 물론 전체적인 핸드볼의 발전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국가 주도의 스포츠 투자로 이어지면서 발전의 속도도 상당히 빠른 편이다.

대부분 중동국가의 국내리그는 9월에 시작해 이듬해 5월에 끝나는 유럽과 동일한 일정을 따르고 있다.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의 나라는 국가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각 클럽팀을 운영하며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유럽의 우수선수와 지도자 영입에도 적극적이어서 리그 자체의 질도 상당히 높아졌다. 각 대륙별 우승을 차지한 클럽팀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 최고 클럽팀의 타이틀을 놓고 싸우는 IHF 슈퍼글로브(IHF Super Globe) 대회에서 아시아의 대표격으로 한 엘자이시(El-Jaish SC, 카타르) 등의 팀이 유럽의 바르셀로나(FCBarcelona Lassa, 스페인), 파리 생제르망(Paris Saint-Germain Handball, 프랑스) 등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정도이다.

 

현재, 중동핸드볼을 넘어 아시아핸드볼을 이끌고 있는 나라는 카타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오일머니로 대표되는 즉, 석유를 바탕으로 한 막대한 자금력으로 국가차원에서 핸드볼에 투자하며 단기간에 엄청난 발전을 거두고 있다. 물론 이러한 막강한 자금력을 통해 외국인 선수에 대한 무리한 귀화정책을 추진하면서 카타르를 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지만, 대표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핸드볼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이런 비난을 잠재우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결과로 이어져 앞서 언급한 2015년 세계남자선수권대회 준우승과 2016년 리우올림픽 8강 진출, 2017년 세계남자선수권대회 8강 등의 성과를 만들어내며 유럽핸드볼의 강세 속에 아시아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또한 카타르는 각종 국제대회의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아시아선수권대회는 물론, IHF 슈퍼글로브(IHF Super Globe) 대회도 2010년 첫 대회부터 8년째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대회 유치 및 진행에 대한 노하우를 극도로 녹여낸 대회가 2015년 세계남자선수권대회다. 또한 국제대회 유치를 통해 중동국가에 대한 이미지 제고뿐만 아니라 아시아 핸드볼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한편, 여자핸드볼은 중동국가에서 철저히 소외된 종목 중 하나였다. 종교적인 문제로 여성의 활동에 제약이 많은 국가적 특성상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동여자핸드볼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오만, 이라크, 요르단, 이란, 시리아, 레바논, 예멘, 팔레스타인 등 중동지역의 국가에서 크고 작게 여자핸드볼이 행해지고 있다. 가장 발전적인 나라는 이란으로 자국 내 슈퍼리그에 8팀이 참가하고 있고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에도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 그 외 국가들은 아시아대회에는 출전하고 있지 않지만 중동여자선수권대회, 아랍선수권대회 등에서 기량을 겨루고 있다.

 

분명 중동은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는 물론 발전적이며 성공적이다. 과거 성적에 집착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부정적인 모습에서 탈피하여, 확실한 투자를 바탕으로 질적인 성장과 결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신선한 변화들이 중동국가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지역에도 큰 자극제가 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중동국가들의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는 아시아 핸드볼이 유럽과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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