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출한 두 스타가 오랜만에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정의경(두산)은 두산의 3년 연속 통합우승을, 김온아(SK슈가글라이더즈)는 SK슈가글라이더즈를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어 내면서 나란히 챔피언결정전 MVP에 선정됐다. 센터백이라는 같은 포지션에서 대표팀의 재도약까지 이끌어야 하는 두 사람. 과연 두 사람이 그리는 같은 듯 다른 두 가지의 꿈, 동상이몽(同床二夢)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최고의 해를 보낸 정의경과 김온아
정의경과 김온아는 그야말로 2017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정규리그에서는 두산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남자부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2015년에 이어 개인으로서는 두 번째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것이다. 정의경의 존재감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더욱 빛났다. 정의경과 함께 두산을 이끌고 있는 윤시열이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되면서 정의경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하지만 그는 젊은 선수들을 다독이며 최소 실점이라는 안정적인 운영으로 1차전을 이끌었고, 이것이 역전 우승의 발판이 되어 2차전에 승리, 결국 3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정의경은 2013년에 이어 4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MVP에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김온아는 시즌 초반 큰 활약을 이어가지는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리우올림픽에서 당한 부상에서 미처 완쾌되지 못한 채 시즌에 임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는 위기의 순간 더욱 빛난다고 했던가? 김온아는 팀이 위기에 처한 결정적 순간에 대활약하며 SK슈가글라이더즈의 창단 첫 정규리그 1위와 함께 통합우승까지 이끌었다.
김온아이 활약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1차전에서는 경기종료와 함께 결승득점을 기록하며 팀이 기선제압을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3차전에서는 연장 후반전 팀의 득점 모두를 홀로 올리기도 했다. 챔피언결정전 MVP는 당연한 몫이었다.
같은 듯 다른 꿈, 두 사람이 꿈꾸는 세계무대
그렇게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끈 두 사람은 이제 같은 듯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김온아는 올해 12월 독일에서 열리는 제23회 세계여자선수권대회에서 다시 그 이름 석 자를 세계무대에 아로새기고자 한다. 이를 위해 김온아는 한일정기전이 끝난 후 그동안 좋지 않았던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에 돌입한 상태다. 큰 수술은 아니어서 세계선수권 출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정의경은 내년 초 국내에서 열릴 제18회 아시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다시 한 번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어느덧 아시아에서조차 우승컵을 들어 올린 지 5년이 넘어가고 있는 남자핸드볼이다. 주장을 맡고 있는 지금 우승을 차지하고 그의 두 손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면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결과일 것이다.
다음은 2018년 8월 제18회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동반 금메달이다. 2014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대표팀은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빼앗긴 금메달을 되찾아오는데 성공한 반면, 남자대표팀은 카타르에 패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만약 남녀대표팀이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동반 우승을 차지한다면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바라는 가장 큰 꿈은 아시아를 대표해 다시 한 번 올림픽에 나서는 것이다. 정의경은 윤경신, 백원철, 조치효, 강일구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바 있다. 그의 첫 올림픽이었다. 당시 정의경은 고경수(인천도시공사), 정수영(SK호크스) 등과 함께 팀의 막내였다. 이후 주전으로 발돋움하며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런던올림픽에서는 발목 부상으로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고, 리우올림픽은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탈락하며 일찌감치 꿈을 포기해야 했다. 정의경은 대표팀의 중심에서 동생들을 이끌어야 하는 지금, 그가 우러른 선배들이 그랬듯 후배들을 이끌고 올림픽에 진출해 마음껏 코트를 누비고 싶은 것이 간절한 바람이다.
김온아에게 올림픽이란 세 글자는 아픔 그 자체다. 막내로 첫 출전한 베이징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김온아는 대표팀의 에이스로 성장하며 우생순 시대의 안녕을 고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출전한 두 번의 올림픽에서 그녀의 기억은 우리가 잘 아는 바그대로다. 그 사이 어느덧 그녀를 수식하는 단어 앞에는 ‘비운’이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게 되었다. 김온아의 나이 어느덧서른. 어쩌면 진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올림픽이다. 올림픽에 관한 마지막 기억은 해피엔딩이었으면 하는 것이 지금 그녀의 간절한 바람이다.
소속팀에서 그리고 대표팀에서 팀을 이끌고 있는 두 베테랑 정의경과 김온아. 그들이 그리는 꿈이 이번에는 꼭 이루어지기를 핸드볼 팬이자 두 핸드볼스타의 팬으로서 간절히 바라본다.
(본 콘텐츠는 핸드볼코리아 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