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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재필, 이요셉 인터뷰 “2년 뒤, 반드시 더 높은 곳에서 웃을 것”

작성자
Handballkorea
등록일
2017.09.14
조회수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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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익 감독이 이끄는 남자청소년대표팀이 최종 성적 12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결과보다 얻은 게 많은 대회였다. 특히 안재필 골키퍼와 이요셉은 공수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예선성적 기준으로 안재필 골키퍼는 세이브 부문에서 9위에 올랐고, 이요셉은 어시스트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그 어느 대회보다 환호와 아쉬움이 교차했던 제7회 세계남자청소년선수권대회. 두 유망주를 만나 대회 뒷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무명에서 일약 주전으로

 

“제가 그렇게 잘했나요?” 예선성적을 알려 주자 안재필은 오히려 놀라워했다. 정말 몰랐던 눈치였다. 경기가 끝나고도 자신이 몇 골을 막았는지 전혀 모르다니. 그만큼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집중하고 노력했다는 증거다.

안재필은 요즘 흔히 말하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의 준말)’다. 필자뿐만 아니라 핸드볼인들에게도 생소한 이름이다. “사실 작년에 청소년대표팀에 뽑혔을 때도 의아했다.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 감독님께 왜 자신을 뽑았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물어볼 엄두가 안 났다. 하지만 국내대회에서도 평균 이상은 막았던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안재필은 광주에 있는 동림초에서 핸드볼을 시작해 조대부중과 조대부고를 졸업했다. 광주는 상대적으로 핸드볼이 취약한 지역이어서 팀 성적이 좋지 못하다 보니 주목을 덜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인물을 찾아내고 주전 골키퍼로 기용한 장인익 감독의 결단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실 장인익 감독이 안재필을 지목했을 당시 주위에서 의아해하는 시선도 있었다. 안재필은 체육특기생제도가 변경되면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채 무적(無籍) 신분이었고, 모교에서 후배들과 운동하며 개인훈련에 치중하고 있는 상태였다. 지난해는 아시아대회였다지만, 올해는 세계대회에 신장도 179cm밖에 되지 않는, 그것도 소속이 없는 선수를 뽑다니.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갸우뚱 했지만 장인익 감독은 확신 있게 밀어붙였고, 안재필 또한 자신을 믿어 준 감독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 몸을 사리지 않고 더 열심히 노력했다.

 

 

 

안재필이 가장 빛난 경기는 크로아티아전이었다. 크로아티아는 이번 대회 4강에 진출한 강팀으로, 우리나라는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맞붙어 열두 번의 동점을 기록하는 치열한 접전 끝에 33-31로 승리했다. 이 경기에서 안재필은 37.8%의 방어율과 17세이브를 기록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고 MVP에 뽑혔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수비수들과 작년부터 호흡을 맞춰왔는데, 그 경기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 전체적으로 수비수들과 호흡이 잘 맞았다. 수비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었고, 그래서 더 잘 막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인터뷰 도중 안재필은 기쁜 소식 하나를 전했다. 바로 대학 입학소식. 이번 대회 성적으로 인해 대학을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뭐든 잘하고 볼 일이라며 멋쩍게 입학 소식을 전하는 표정 뒤에는 내심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도 엿보였다. 또 한 명의 자랑스런 선수가 그렇게 성장해 가고 있었다.

 

 

세계무대에 이름 알린 꾀돌이

 

이요셉(경희대)은 부천남중 시절부터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유망주다. 2012년 부천남중과 2014년 부천공고의 전성기 때 멤버로, 부천공고에서는 1학년 때 이미 주전 센터백으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나설 곳은 국제무대였다. 국내에서는 나이답지 않은 넓은 시야와 창의적인 플레이로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국제무대에서 통할지는 의문이었던 것. 문제는 다름 아닌 너무도 작은 신장 때문이었다. 이요셉의 신장은 175cm에 불과하다. 본인도 최근 들어 이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너무 좋아해서 꼭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다. 핸드볼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다. 운동을 하게 된 것이나 핸드볼을 선택한 것에 대해 한 번도 후회를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후회가 많이 된다. 키 때문에 생각대로 안 되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조별예선에서 어시스트 1위에 오르는 등 자신의 플레이가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요셉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예선 첫 경기의 승리를 꼽았다. “사실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다들 무척 긴장했다. 우리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우리도 몰랐다. 그런데 시소게임 끝에 브라질을 이기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마 그 경기를 놓쳤다면 다음 경기가 크로아티아였기 때문에 엄청 부담이 됐을 것이다. 잘해야 조 4위정도 했을 것 같다.” 

 

 

 

가장 아쉬운 경기로는 역시나 러시아전을 꼽았다. “예선 때 러시아 경기를 봤는데, 키만 크고 경기력은 별로여서 붙으면 이길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러시아랑 붙게 되면서 8강은 무난하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요셉은 후반 시작과 함께 얻은 7미터 던지기를 실수로 놓치며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한 골만 들어갔다면 후반경기운영을 좀 더 수월하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16강이 끝난 날은 침울함 그 자체였다. 대부분 뜬 눈으로 밤을 보냈다. “예선을 치르며 목표를 8강으로 잡았다. 할 수 있었고 자신감도 있었다. 러시아에게 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실력 차로 졌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아쉽기도 하고 서럽기까지 했다.”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안 왔다. 눈은 졸린데 잠에 빠질 수가 없었다. 그렇게 뒤척이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아침 기상 시간에 보니 다른 선수들도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모두 똑같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늦잠을 자며 이불 밖으로 나오지 않은 선수도 있었다. 그날은 장인익 감독님도 특별히 선수들을 질책하지 않았다.

 

남자청소년대표팀의 2017년 8월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짧고 강렬했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다. 안재필과 이요셉 또한 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벌써부터 2년 뒤 주니어 대표팀 일원으로 반드시 더 높은 곳에 웃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그들의 도전은 끝이 아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본 콘텐츠는 핸드볼코리아 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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