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남자핸드볼 정기전, 짜릿한 한 골 차 재역전승
경기 종료 30초 정도를 남겨놓고 김태훈 감독은 작전 시간을 요청했다. 그리고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선수들을 앉혀놓고 의미 있는 한 마디를 외쳤다.
\"완벽한 기회 아니면 슛 던지지 말아!\"
한 골을 이기고 있는 상황이기에 너무나도 당연한 주문이었지만 누가 가르쳐주기 전에 후반전 내내 우리 선수들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어야 할 전술적인 부분이었다. 후반전, 앞서고 있던 다섯 골을 야금야금 까먹었기 때문이었다.
김태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핸드볼대표팀은 3일 낮 광주 빛고을 체육관에서 벌어진 한일 남자핸드볼 정기전 첫 경기에서 접전 끝에 30-29로 신승을 거뒀다.
준비된 팀과 준비중인 팀의 차이
두 팀은 지난 1월 30일 2008 베이징올림픽 핸드볼 아시아지역 예선 재경기를 위해 도쿄에서 만나 한국이 세 골 차(28-25)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그 길로 한국 남자팀은 베이징행 직항로가 열렸지만 일본은 먼 길을 돌아가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다.
이들은 2월 19일 이란의 이스파한에서 열린 아시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 B그룹에서 또 한 번 만났다. 거기서는 더 큰 차이(33-25)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일본은 국제핸드볼연맹(IHF)가 주관하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일 사이에 크로아티아 자다르에서 벌어지는 최종 예선에서 홈팀 크로아티아를 비롯하여 강호 러시아와 3그룹으로 묶인 일본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이들에 비해 한 수 아래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베이징이 너무나 멀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빛고을에서 잘 보여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한일 정기전은 \'준비된 팀- 일본\'과 \'준비중인 팀- 한국\'의 맞대결로 표현하는 것이 옳았다. 물론, 본선을 준비하는 우리 대표 선수들도 최근 유럽 전지훈련을 다녀왔지만 \'윤경신, 조치효\' 등 유럽에서 잔뼈가 굵은 간판 골잡이들이 들어오지 못했고 항상 힘이 넘치는 몸놀림으로 팀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백원철, 이재우\'(다이도스틸)이 부상중이어서 \'준비중인 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에 김태훈 감독은 이번 한일 정기전에서 순수 국내파들로만 팀을 꾸려야 했다. 왼쪽(백원철)과 오른쪽(이재우)에서 균형을 잡아주던 단짝의 빈자리는 후반전에 확연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언제나 그들에게만 기댈 수 없는 노릇이었다. 만족스럽지 않지만 김태훈 감독은 대표팀 막내 격인 스물 셋 동갑내기들에게 희망을 걸었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경기 종료 4분을 남기고 27-28로 뒤집혔던 경기를 다시 뒤집기까지 마지막 뒷심을 모았다. 더블 센터백 정의경(두산)과 고경수(하나은행)가 나란히 공-수 조율 역할을 맡았고 점프력이 좋고 움직임의 범위가 꽤 넓은 정수영(HC경남코로사)이 효율적인 측면 공격을 이끌었다.
일본의 간판 센터백 미야자키에게 다시 역전골(28-29)을 내준 우리 선수들은 정수영의 오른쪽 대각선 공격으로 동점(29-29)을 이루었고 마지막 1분을 남기고 끈질긴 수비 끝에 고경수의 빠른 역습이 결승골로 이어졌다.
양팀 감독은 마지막 순간까지 작전 시간을 부르며 머리 싸움을 펼쳤지만 공격권을 쥐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낸 한국 선수들이 끝내 웃었다.
그렇지만 미소 뒤에 밀려오는 걱정은 김태훈 감독의 얼굴을 어둡게 만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오는 9일 도요타 스카이홀에서 벌어지는 방문 경기에서 망신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또 한 명의 85년생인 오른쪽 날개 유동근(인천도개공)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측면 공격을 더 짜임새있게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오마이뉴스 심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