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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인생서도 `우생순` 신화 만들고 싶어요"

작성자
Handballkorea
등록일
2017.12.05
조회수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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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결혼 14년·엄마 2년 차…이제야 온전한 한 가족 됐죠

세계적인 선수됐던 비결은 매 순간 성실함 놓지 않은 것…여성스러운 모습도 가꾸고파


■ 핸드볼 국가대표 16년 마치고 은퇴한 우선희 씨

 


우선희 씨가 2004 아테네올림픽 당시 입었던 유니폼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시원섭섭하네요. 사실 30대 초반부터 은퇴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땐 마음에 걸리는 게 많았어요. 밤에 자려고 할 때마다 눈물도 많이 흘렸네요. 팀과 국가를 생각하면 모른 척할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하지만 역할을 충분히 하고 떠난 것 같아 후회는 없습니다." 


소속팀 삼척시청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우씨는 이렇게 은퇴 소감을 밝혔다. 우씨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우생순''의 영광스러운 시간을 직접 경험한 선수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우 씨의 활약상이 실제 등장하기도 한다. 바로 우씨가 상대 골문을 여는 강렬한 슛 장면이다. 당시 나이로 보면 팀의 막내급이었지만 슛을 완성하는 ''윙'' 포지션을 담당했던 우씨는 득점의 70%를 만들어냈다.아테네올림픽은 우씨에게 지금도 아름다운 추억이다. 그는 "우생순이라는 말처럼 내 인생에서도 가장 멋진 순간이었다"고 회상하며 "그 시간과 영화 덕분에 은퇴를 해도 이렇게 주목받을 수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더 이상 고된 훈련은 없기에 몸이 편할 것 같지만 우씨는 "그동안 떨어져 지냈던 모녀가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안아달라는 말을 끊임없이 한다"며 "그동안 엄마로서 충분히 해주지 못한 것들을 하느라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간다"고 보통 엄마들과 다르지 않은 행복한 하소연을 쏟아냈다. 


우씨에게 딸은 참 특별하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미루다가 10여 년 만에 힘들게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산 두 달 만에 다시 브라질올림픽 대표팀 훈련에 합류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엄마도, 핏덩이 아이도 만나자마자 생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애를 낳고 나니 전력이 떨어진다''는 냉혹한 평가를 받을까봐 몸조리는 뒷전이었다. 결국 탈이 났다. 한겨울에 몸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근육을 키우겠다며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가 종아리 근육이 파열된 것이다. 올림픽을 앞둔 선수에게 치명타였다. 우씨는 이 부상으로 훈련 중단이라는 악재를 맞기도 했지만 위기를 딛고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참가했다. 우씨의 이런 악바리 근성은 지금도 수많은 선수에게 회자되고 있다. 우씨는 ''월드베스트7''에 오를 만큼 세계 정상급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였지만 "돌이켜보면 나를 키운 건 성실함이었다"며 스스로를 겸손히 평가했다. 그는 "체구도 작고 체력도 강하지 않았지만 늘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며 "선수 생활 내내 이런 자세를 유지하다 보니 주변에서 도와주려는 사람이 많았고 은퇴할 때도 좋은 모습으로 떠날 수 있었다"며 자신을 낮췄다.


16년간 국가대표로 한국 핸드볼을 이끌어온 선수의 손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가느다란 손가락을 갖고 있는 우씨. 그는 "작은 손이 핸디캡이었지만 손가락 부상이 적었던 덕에 울퉁불퉁한 모습은 없다"며 "이제는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경기장 안에서는 그 어떤 표정이 나와도 부끄럽지 않지만 코트 밖에서는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천생 여자다운 솔직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남편이 생업의 터전을 잡은 시흥에서 내조와 육아에 전념 중인 우씨는 "늘 선수로 긴장하며 살았던 탓에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가정에 집중하면서 때가 되면 공부를 더 해볼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채울지는 나의 또 다른 과제"라며 "욕심일지 모르지만 그 어떤 선택을 하든지 간에 다 잘해내고 싶다"며 새로운 꿈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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