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60년마다 돌아온다는 황금개띠의 해다. 무술년(戊戌年)의 戊가 흙을 상징하며 노란색인 황금을 의미하는 까닭이다. 그리고 황금개띠의 해를 누구보다도 기다려온 이들이 있다. 1994년생 동기들인 이효진(삼척시청), 박새영(경남개발공사), 조수연(SK슈가 글라이더즈), 원선필, 김진실(이상 인천시청), 우하림(부산시설공단)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2014년 제19회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 우승 주역으로, 이제는 소속팀에서 주축선수로 성장하며 여자핸드볼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그들
이효진, 조수연, 우하림은 휘경여고 동기다. 2012년 당시 휘경여고는 여고부에서 천하무적으로 군림했다. 2012 협회장배 전국중고등선 수권대회, 제67회 전국종별선수권대회, 제93회 전국체육대회 등 참가한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에는 휘경여고 외에도 의정부여고와 인천비즈니스고의 활약도 좋았다. 당시 의정부여고에는 박새영과 김수정, 김정은(이상 은퇴)이 소속되어 있었고, 인천비즈니스고에는 김진실 외에 김수정(부산시설공단, 1995년생)이 소속되어 있었다. 이들 학교가 이른바 빅3를 형성했던 2012년은 근래 여고부 경기력이 가장 좋았던 한 해로 평가되고 있다.
2012년 말 핸드볼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대 사건이 있었다. 향후 여자부 실업팀의 신인선수를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하기로 한 것. 그리고 11월 2일 남녀부 통틀어 첫 신인드래프트가 열렸고, 그 결과 이효진이 전체 1순위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이효진은 역사적인 첫 신인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호명되는 영광을 누렸고, 핸드볼 역사에 영원히 이름 석 자를 남기게 되었다.
이효진 외에 김진실(전체 2순위), 김수정(전체 3순위), 원선필(전체 8순위) 등이 1라운드에 호명됐다. 당시 대학 진학을 선택했던 박새영, 조수연, 김정은 등은 2016년에 2017 신인드래프트에서 박새영이 1순위, 조수연이 4순위, 김정은이 6순위에 뽑히며 모두 1라운드에서 실업의 부름을 받았다. 두 번의 신인드래프트에서 일곱 명의 선수가 1라운드에 호명 됐다. 이들이 만약 2012년 드래프트에 모두 나왔다면 역대 신인드래프트 중 가장 성공한 해로 평가되고 있는 2014년에 못지않았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그리고 그들은 2014년 세계무대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2014년 6월 28일부터 7월 13일까지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제19회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내로라하는 유럽의 강팀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것. 당시 감독을 맡았던 이계청 감독은 1차 목표가 8강이었다고 전했고, 핸드볼 관계자들 또한 8강 이상은 힘들지 않을까 했지만 동기들끼리 똘똘 뭉쳐 제대로 사고를 쳤다. 이는 비유럽권팀의 대회 최초 우승이자,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등 숱 한 역사를 써내려간 기라성 같은 선배들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었다. 당시 주니어대표팀의 주전멤버는 이효진(CB), 조수연(LB), 원선필(PV), 김수정(LW, 現부산시설공단), 김진실(RW)이었고, 박새영과 우하림이 골문을 나누어 지켰다. (당시 주전 RB은 여자주니어대표팀 중 유일한 고등학생이었던 유소정) 이효진은 2012년 제18회 대회에 이어 2년 연속 MVP에 뽑혔고, 이효진과 함께 원선필은 대회 베스트7에 이름을 올렸다.
황금개띠의 해, 그들의 질주는 계속 된다
1994년생 동기들 중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는 이효진이다. 앞서 언급한 바대로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MVP를 2연패 한 이효진은 2017 핸드볼코리아리그 여자부 최우수선수에 선정되는 등 만개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이효진은 얼마 전 SK슈가글라이 더즈에서 삼척시청으로 이적하며 핸드볼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핸드볼 팬들까지 깜짝 놀라게 했다. 세계무대 정상을 함께 한 이계청 감독의 품에 다시 안긴 것. 이효진은 “당시 많은 도움을 주셨고 이번에도 많이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적하게 되었다. 삼척시청에 잘 하는 언니들이 많고 배울 점도 많아 개인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기도 했다”고 이적 상황을 전했다.
주전들의 노쇠화로 체질 개선이 필요했던 삼척시청은 이효진을 영입하며 단숨에 대권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전력을 갖추게 됐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효진은 “아직 부상에서 완쾌되지 않아 팀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팀에서 필요해서 불러주신 만큼 잘 복귀해서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2018년을 출발하는 각오를 밝혔다.
이효진과 함께 박새영도 2018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제23회 세계여자선수권대회에서 주희(서울시청)와 함께 대표팀의 골문을 나눠 지킨 박새영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활약으로 주희 골키퍼 이후 여자대표팀의 수문장 자리를 사실상 예약했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박새영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뛰며 많은 것을 느꼈다. 내가 부족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동계훈련 부터 차근차근 다시 준비하고 있다. 특히 올해가 개띠해인데 더욱 열심히 해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2018년을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그 외에도 원선필, 조수연, 김진실, 우하림 등도 2018년을 자신 의 해로 만들기 위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핸드볼코리아리그 여자부 신인상을 수상한 조수연은 이효진이 팀을 옮기며 공수에서 더욱 어깨가 무거워졌고,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활약이 예상됐지만 부상으로 중도 하차한 원선필은 김진실과 함께 명문 인천시청의 부활을 이끌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신인 시절부터 부산시설공단의 골문을 지키고 있는 우하림은 베테랑 송미영 골키퍼가 가세하며 피할 수 없는 주전 경쟁의 상황에 놓였다.
강재원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과감한 세대교체를 통해 현 재 여자대표팀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도쿄올림픽 전후로 다시 한 번 여자대표팀의 큰 틀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되는 가운데 1994년생 동기들의 활약은 어쩌면 여자핸드볼의 세대교체 시기가 좀 더 앞당겨지지 않을까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2018년 그들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본 컨텐츠는 핸드볼코리아 32호에 실린 인터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