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옥 감독이 이끄는 여자청소년대표팀이 8월 21일 오전 금의환향했다. 대표팀은 지난 8월 19일 끝난 제7회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최종 3위를 기록하며 동메달을 차지했다. 지난 제6회 대회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3위에 올랐고, 여자핸드볼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더욱 확실히 했다.
여자청소년대표팀은 지난 7월 25일 대회가 열리는 유럽으로 출국했다. 대회가 현지 시간으로 8월 7일 개막 예정이었지만, 2주가량 빨리 출국하며 현지 적응을 목표로 했다.
현지에 도착한 대표팀은 스웨덴에 1차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2018 스칸디나비아 오픈에 참가해 현지 적응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맞대결이 예상되는 팀들과 맞붙었다. 이 대회에는 주최국 스웨덴을 비롯해 덴마크, 노르웨이 등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북유럽의 강호들이 총출동했다.
대표팀은 이 대회에서 유럽 강호들을 연달아 격파하며 3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오예닮(인천비즈니스고)과 윤예진(경남체고)은 대회 베스트7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오성옥 감독이 목표했던 1차 목표를 이룬 셈이었다. 이후 대회가 열리는 폴란드로 이동한 대표팀은 현지 성인클럽팀과 연습 게임을 통해 실전 감각을 유지하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대표팀은 제7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D조에 편성되어 조별예선을 치렀다. D조에는 프랑스, 스웨덴, 몬테네그로 등 유럽의 강호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튀니지를 상대로 45-27로 승리하며 조별예선 첫 승을 올린 대표팀은 카자흐스탄(39-24), 몬테네그로(37-24), 스페인(32-31)을 연파하며 4전 전승을 기록했고, 프랑스와 승점이 동률인 상태로 조1위를 두고 맞붙었다. 결과는 45-39의 승리. 이전 경기였던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고전하며 프랑스전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조별예선을 5전 전승을 기록하며 조1위로 마무리한 대표팀은 16강에서 일본과 맞붙었고, 36-30으로 승리하며 8강에 진출했다. 현지 날짜가 광복절이어서 승리의 의미는 두 배가 됐다. 하지만 선수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 못했다. 전반 중반 아홉 점 차까지 앞서며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지만, 전반 막판 연속 실책으로 추격을 허용하며 후반전 내내 고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독일과의 경기에 마음가짐을 새로이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대표팀은 8강에서 독일과 맞붙었다. 독일은 유럽여자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유럽 최강이었다. 그런 독일을 맞아 대표팀은 우빛나(황지정보산업고)의 골로 선취득점을 올린 후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며 30-29의 승리를 거뒀다. 경기 종료 10여 초를 남겨두고 래티나 퀴스트(Laetitia Quist)에게 동점을 허용했지만, 퀵스타트에 이은 윤예진의 골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대표팀의 4강 상대는 헝가리였다. 헝가리는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과 러시아와 함께 전승을 기록 중이었다. 며칠 전 끝난 제22회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주니어대표팀이 4강에서 헝가리에 패했기 때문에 대표팀은 언니들의 패배까지 설욕하기 위해 반드시 이기겠노라 다짐했다. 하지만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위축되게 했다. 잦은 실수를 연발하며 좀처럼 흐름을 가져오지 못했고 결국 29-34로 패하고 말았다.
비록 준결승에서 패했지만 선수들에게는 마지막 목표가 남아 있었다. 3위까지 주어지는 동메달. 대회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오성옥 감독은 반드시 메달을 획득하겠다고 했고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선수들과 하나가 됐다. 대표팀의 3,4위전 상대는 스웨덴이었다. 스웨덴은 대회 직전 치른 2018 스칸디나비아 오픈에서 한 차례 맞붙은 바 있었다. 당시 대표팀은 스웨덴에 한 점 차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조4위로 16강에 오른 스웨덴은 A조 1위 루마니아를 16강에서 꺾는 이변을 연출했고, 8강에서는 네덜란드를 27-17의 큰 점수 차로 이기며 4강에 진출하는 등 그 기세가 놀라웠다. 하지만 대표팀의 간절함에는 미치지 못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스웨덴을 압박해 나간 대표팀은 시종일관 앞서나갔고 34-27의 승리를 거뒀다.
승리가 확정되자, 선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기뻐하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비록 최종 목표였던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목표를 이룬 기쁨에 서로를 격려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여자청소년대표팀은 2개 대회 연속 세계 4강과 함께 연속해서 동메달을 수확하는 성과를 올렸다.
윤예진(LW)과 박소연(삼척여고, RB)은 베스트7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베스트7에는 우승팀인 러시아와 우리나라가 각각 두 명씩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표팀의 3위라는 성과는 2년 전과는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2년 전 대표팀도 지도했던 오성옥 감독은 “2년 전에는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여자청소년대표팀은 특출한 선수가 없다. 지난해 겨울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는 기본 기술마저 부족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승리 하나만 보고 달렸고, 16명 전원이 똘똘 뭉쳐 이른 결과라 더욱 값진 것 같다”고 전했다.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욕은 어느 대표팀보다 강했다. 대표팀 훈련을 소화하며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스스로를 발견했고,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1분 1초를 아꼈다. 대회 기간 중에는 전력분석원의 비디오 영상까지 꼼꼼히 챙기며 경기를 준비했다. 영상을 보던 선수는 하나에서 둘이 됐고 둘이 셋이 됐고, 어느덧 전 선수가 함께 영상을 보며 상대를 분석했다.
‘윤예진’이란 보석의 발견은 이번 청소년대표팀의 또 다른 소득이다.
윤예진은 오성옥 감독이 발견한 신데렐라다. 처음 대표팀에 뽑혔을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오성옥 감독의 지도 아래 크게 성장했다. 비록 신장은 작지만 스피드와 개인기가 뛰어나고 전술 소화 능력도 탁월하다. 흡사 이은비(은퇴)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번 대회에서는 베스트7과 함께 총 54골을 기록하며 개인 득점 5위에 올랐다. 개인득점 상위 5걸 중 7미터 던지기에 의한 득점이 없는 선수는 4위를 기록한 이사벨 앤더슨(Isabelle Andersson, 스웨덴)과 함께 윤예진이 유일했다.
윤예진 외에도 고등학교 2학년 신분으로 한 살 어린 나이로 대표팀의 주포 역할을 하며 개인득점 3위에 오른 우빛나와 오른손 라이트백이라는 특이한 장점을 지닌 박소연, 전문수비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김지현(삼척여고), 윤예진과 함께 윙 공격을 이끈 김수민(황지정보산업고), 올해 고등학교 1학년 신분으로 장래가 더욱 촉망받고 있는 정유희 등 거친 원석에 지나지 않던 이들은 오성옥 감독의 혹독한 지도 아래 비로소 보석이 되어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