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핸드볼 대표팀은 현재 태릉선수촌에 모여 베이징 올림픽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일단 지난 5월 중순에서 6월 초순까지 이어진 유럽 장기 전지훈련의 성과는 만족스럽다. IHF(국제 핸드볼 연맹) 최종 예선 경기도 직접 관전하며 전력 탐색을 미리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이집트에서 프랑스로 옮겨 다니며 친선 경기와 평가전을 치르며 본선 진출국과의 기 싸움도 경험했다. 특히 이집트에서 열린 초청 대회에서 러시아, 브라질, 이집트를 차례로 격파하며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대표팀 막내 정수영(23. 코로사)은 유럽 강대국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는데 정작 생각보다는 해볼
만 했다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평가전 결과는 만족해요. 비록 세계 5위권인 프랑스에만 졌지만 나머지 팀들은 해 볼만 하던걸요. 아마 저희가 상대를 너무 높게 생각했나 봐요(웃음).”
김태훈 감독은 정수영을 팀의 식스맨으로 효용가치가 높은 선수로 손꼽았다.
“전 감독님이 서라는 곳으로 가죠. 포지션은 라이트 윙이지만 센터도 보고 세 군데를 맡고 있어요. 후반에 해외파 형들을 대신하는 역할이죠. 아직 젊어서인지 힘든 건 잘 모르겠어요(웃음).”
해외파에게 의존하는 우리 남자 핸드볼의 약점은 경기 종반에 드러난다. 4, 5골 차로 앞서다가도 후반 15분 전후가 되면 어김없이 위기가 찾아오는데 가장 큰 이유가 주전 멤버의 체력 고갈이다. 우리의 2% 부족함을 채워줄 선수로 올라운드 플레이어이자 궂은 일을 전담할 팀의 막내 정수영의 활약이 기대된다.
1988서울 올림픽 은메달 이후 줄곧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던 남자 핸드볼은 4년 전 아테네 대회에서는 8위에 그쳤다. 여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내세울 성적은 변변치 못하지만 이번만큼은 신구 조화가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인 대표팀 주장 백원철(31. 일본 다이도 스틸)은 유럽 전지훈련의 성과 가운데 하나로 젊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손꼽았다. “한국 남자 핸드볼의 미래를 생각하면 기쁘기도 하지만 긴장도 된다”며 후배들의 성장을 경계하는 시각도 동시에 내비쳤다.
해외파의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한 노련미와 젊은 선수들의 힘과 패기가 합쳐진다면 한국 특유의 빠르고 강한 공격이 그 위력을 더할 것이다.
“이번 전지훈련 중에 유럽 팀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선수가 몇몇 된다”며 흡족한 표정을 짓던 김태훈 감독은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이유는 2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의 악몽에서 비롯된다.
한국 남자 핸드볼은 1986년 제10회 서울 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내리 5회 연속 우승을 거뒀고 2006년 도하에서도 그 기록을 이어갈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오일 달러의 산물인 중동국가의 편파 판정이 북거지면서 결국 금메달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4위를 기록한 대표팀의 선수들은 군 면제의 혜택을 놓쳐버렸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컵을 놓친 선수들의 실망감은 컸다.
김태훈 감독은 “2년 전 노메달의 여파가 결국 선수들에게 돌아갔다”며 아쉬워했다. 김 감독은 국내 핸드볼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해외로 진출하는 선수가 늘면 늘수록 한국 핸드볼은 성장과 맞물릴 수 있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일단 국내보다 몇 배 이상의 연봉을 받으니까 좋죠. 또 넓은 세상을 경험 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일단 이번 베이징에서 메달을 목에 걸어야죠.”
다부지게 포부를 밝힌 정수영은 해외 진출의 꿈을 이루기 위한 필수 조건인 메달획득 목표가 더없이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마음 한뜻으로 말이다.
한국 핸드볼은 여전히 비인기 종목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텅 빈 경기장에서 쓸쓸히 대회를 치러야 하고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선수의 이름 석자를 조차 아는 이가 드물다. 그러나 유럽은 아니다. 인기 스포츠로 대중의 스타가 되고 그 대가와 대우도 만족스럽다.
한국 남자 핸드볼의 메달에 대한 열망은 그래서 선수 자신들이 더 절실하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