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여자 핸드볼 서울시청팀의 지휘봉을 잡은 영화 \'우생순\'의 실제 주인공 임오경(37) 감독. 그는 \"나를 너무나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며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만 24세에 일본으로 건너가 선수 겸 감독으로 소속팀을 8차례 리그 정상에 올려 놓았던 그는 올림픽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고, 세계 선수권 MVP를 차지하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월드 스타\'다.
하지만 임 감독은 2일 본보 인터뷰에서 \"도대체 뭘 이뤘다는 말이냐\"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몸을 낮췄다.
올림픽 때만 반짝 관심을 끄는 \'효자 종목\'인 핸드볼은 국내에선 인기가 없어 \'한데볼\'로 조롱 당하기 일쑤다. 게다가 기반이 갖춰진 팀에서 오라는 것도 아니어서 바닥부터 틀을 잡아야 하는 신생팀의 감독을 맡았다. 여성 지도자에게 관대하지 않은 국내 스포츠계의 현실을 모를 그가 아니다.
그는 \"일본에서 자리를 잡은 상태였기 때문에 편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도 컸다\"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핸드볼과 후배들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사랑이 그를 불러들였다. 핸드볼 경기는 7명이 나서야 하지만 창단 선수구성은 8명뿐이었다. 부상 선수가 생긴다면 교체 멤버 없이 경기를 치러야하는 형편. 임 감독은 선수 겸 감독으로 등록했다. 팀 막내인 전초롱, 김미영과는 무려 17세 차이다.
임 감독은 이들과 함께 코트에 서면 웃음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선수들에게 바라는 건 결혼하고 애 낳을 때까지 할 수 있는 만큼 선수생활을 하면서 이것 저것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친구도 사귀고 연애도 하면서 스무 살 때 꼭 해야할 경험을 쌓으라는 이야기다.
그 너머엔 일본으로 건너가 감독을 맡아 치열하게 승부에 매달린 채 보냈던 임 감독의 \'지워진 스무 살 언저리\'의 기억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아직도 스스로 덜 성숙한 느낌을 받는다\"며 \"선수들이 운동 뿐만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 살 수 있는 부분도 가르쳐 주고 싶다\"고 말했다.
큰언니의 자상한 면모를 보이던 임 감독은 성적에 대한 질문 앞에선 \"다른 8개 팀들이 쉽게 보지 못할 팀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그게 이뤄지면 우승을 노릴 것\"이라고 매서운 모습을 보였다.
<국민일보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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