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빨리 돌아왔어야 했는데 왜 이제 왔을까 후회가 되네요\"
여자핸드볼대표팀의 아테네올림픽 투혼의 은메달 감동을 그린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주인공 임오경(37) 감독이 3일 서울시청 실업여자핸드볼팀 공식 창단식을 갖고 국내에서 제2의 핸드볼 인생을 시작했다.
임 감독은 이날 오후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창단식에서 \"좀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 왜 이제 왔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제라도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을 후배나 꿈나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과 1995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등 한국 여자핸드볼이 세계 정상에 올랐을 때 주역으로 뛰었던 임오경 감독은 1994년 한국체대 졸업과 동시에 일본으로 건너가 히로시마 메이플레즈에서 선수 겸 감독으로 뛰다 14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임 감독은 \"일본에서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처음에는 너무 겁없이 달려들었다가 놀랐다. 선수를 섭외하는 부분이나 팀 숙소를 마련하는 작업 등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길을 잘못 선택했구나 생각했는데 석 달째 접어들면서 내가 서야 할 곳은 일본이 아니라 여기였다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임오경 감독은 작년 12월 서울시청 사령탑에 내정돼 지난 2월 정식 계약을 한 뒤 5개월 간의 준비 작업을 거쳐 이날 창단식을 가졌다. 송파구 방이동의 한 빌라에 숙소를 마련하고 지난 5월12일 선수를 소집해 다음날부터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는 창단 소감을 묻자 \"드디어 해냈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창단식은 일부터 늦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선수단 분위기도 안정적으로 접어들었고 핸드볼 열기가 뜨거운 베이징올림픽 개막 전에 하게 돼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청은 내년 초 핸드볼큰잔치에서 공식 데뷔전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임 감독은 \'어떤 색깔의 팀을 만들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승을 하는 것보다는 내 색깔에 맞는 팀을 만드는 게 첫번째 목표다. 우승은 그만큼 열심히 뛰어 선수들이 간절히 바랄 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 우승을 위해 달려가는 팀이 아니라 감독과 선수가 하나가 되고 내가 하나를 가르칠 때 선수들은 두 개를 이해하는 그런 팀이 됐으면 한다. 또 어느 팀이든 서울시청과 경기를 하면 긴장하도록 만들고 싶다. 그런 팀이 늘어나야 국내 핸드볼에 발전이 있다\"고 강조했다.
임오경 감독은 창단 직전 대한핸드볼협회에 선수 등록을 할 때 자신의 이름도 함께 집어넣었다. 즉 국내 코트에서 직접 뛸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임 감독은 \"지도자로 활동하려 한국에 돌아온 것이다. 지금도 훈련할 때는 함께 뛰고 있는데 지도자보다 선수로 뛰는 것이 더 편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면 안 되는 만큼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 아주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선수로 뛸 것\"이라고 밝혔다.
임 감독은 국내로 돌아오면서 남편인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 박성우와는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살아야 한다. 박성우는 일본 나가노 배드민턴 클럽에서 코치 생활을 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7살배기 딸 세민이와 함께 살 수 있다는 점. 임 감독은 \"일주일 전에 세민이가 일본에서 아주 돌아왔다. 아직 한국 말이 서툴기 때문에 외국인학교에 다니기로 했다\"고 전했다.
임오경 감독은 마지막으로 \"창단 과정에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부딪치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특히 술자리가 힘들었다\"며 \"창단하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 서울시청이나 서울시체육회 관계자 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어려울 때 힘이 돼 주신 한국체대 은사인 정형균 핸드볼협회 상임부회장께 특별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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