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노련한 노장팀 “문제는 체력”
ㆍ맏언니 오성옥 “날마다 눈물”박태환에게 물었다. ‘혹시 훈련 도중 너무 힘들어서 울어본 적 있냐’고. 씨익 웃더니 “저는 원래 눈물을 잘 안흘려요”란다. ‘핸드볼 누나들은 매일 운다’고 했더니 “정말?”이라며 눈이 동그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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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핸드볼 국가대표선수들이 9일 태릉선수촌 오륜관에서 훈련을 마친 뒤 코트에 그대로 드러누워 가뿐 숨을 고르고 있다. |김기남기자·연합뉴스 |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은 감동이지만, 현실의 ‘우생순’은 감동이 아니라 눈물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최고참 오성옥(36)은 “나도 훈련이 끝날 때마다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벌써 5번째 올림픽 출전. 16년간 해 온 일이면서도 그때마다 눈물을 쌓아가며 준비했다. 오성옥은 “남들은 땀흘려 메달을 따는지 몰라도 우리는, 여자핸드볼은 눈물로 메달을 딴다”고 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훈련은 한층 더 혹독해졌다. 쉴새없이 체력훈련이 이어진다. 대표팀 임영철 감독은 “이번 대표팀은 역대 올림픽에 출전한 어느 나라 팀보다도 최고령팀일 것”이라고 했다. “노장들이 경험이 많기 때문에 전술 등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체력이고, 이를 위해서 체력훈련 위주로 프로그램이 짜였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요즘 훈련은 ‘지옥훈련’이라는 말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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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핸드볼 국가대표선수들이 9일 ‘가자 베이징! 금메달을 향하여’라는 플래카드가 걸린 태릉선수촌 오륜관에서 강훈을 소화하고 있다. |김기남기자·연합뉴스 |
9일은 그나마 올림픽 D-30 행사 때문에 훈련이 적은 날이었다. 7일과 8일, 10일은 새벽부터 훈련이 시작됐다. 태릉선수촌 훈련지원부에 보고된 훈련 스케줄에 따르면 오전 6시에 첫 훈련이 시작된다. 톱밥이 쌓여 푹푹 들어가는 톱밥길을 달리는 훈련이다. 비오듯 땀을 흘린 새벽 훈련이 끝나면 오전 10시30분부터 또다시 체력훈련이다. 이번에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서키트 트레이닝이 계속된다. 낮 12시30분에 훈련이 끝나면 점심식사 뒤 오후 3시30분부터 또다시 훈련이다. 이번에는 실전훈련과 인터벌 트레이닝. 팔팔한 남자 고등학교 선수들과 쉴새없이 ‘스파링’을 하고 나면, 체육과학연구원과 합동으로 만든 인터벌 트레이닝이 기다리고 있다. 음악에 맞춰서 코트를 왕복하는 훈련인데, 이게 점차 속도가 빨라지며 선수들을 녹초로 만든다. 지친다 싶으면 임 감독의 호루라기 소리와 무시무시한 불호령이 떨어진다. 골키퍼 오영란은 “골키퍼라 좀 양이 적은 데도 아주 죽을 지경”이라며 “4년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면서 바싹 말라붙은 입술을 애써 움직였다.
여기에 1주일에 한두 번씩 산악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주는 12일 오전에 불암산을 오른다. 아니, 뛰어 오른다. ‘우생순’의 주인공이었던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은 “그래서 여자핸드볼 대표팀을 ‘산악부’라고 부른다”고 했다.
눈물을 뿌리는 지독한 훈련은 결과를 낳는다. 임 감독은 “얼마 전 대표팀 선수들을 처음 보고 깜짝 놀랐다. 허벅지 굵기가 엄청나더라. 훈련의 강도를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라는 어리석은 질문에 임 감독은 정색을 했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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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핸드볼 국가대표선수들이 8일 오전 태릉선수촌 월계관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김기남기자·연합뉴스 |
대표팀 이상은은 스페인의 이트삭스에서 시즌을 마친 뒤 대표팀에 합류했다. 올림픽이 끝나면 임 감독의 서울시청에서 뛸 계획이다. 그런데 무릎이 좋지 않다. 하지만 훈련을 피할 수는 없다. 소속팀 감독이기도 한 임 감독은 “상은이가 밤마다 울면서 전화를 한다”며 안타까워 하면서도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견뎌내야 한다”고 했다. 연방 호루라기를 불어대며 목소리를 높이는 임영철 감독도 독하지만, 얼마 전까지 대표팀 맏언니였던 임 감독도 독하기로 따지면 만만치 않다. 등골이 서늘해진다.
그 독기와 눈물이 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여자 핸드볼이 메달에 도전하는 힘을 만들어냈다. 오성옥은 “참고, 이겨내서 이 눈물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여러분이 핸드볼에 좀더 관심을 가져준다면 힘들어도 다 견뎌낼 수 있다”고 했다.
오늘도 핸드볼 코트와 그들의 소매와 지친 몸을 뉘는 침대, 그 머리맡 베갯잇에 눈물이 쌓이고 있다. 그리고 그 눈물은 베이징에서 틀림없이 영광의 메달로 피어날 것이다.
<경향신문 이용균기자 nod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