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전해드리는 2018년의 마지막 소식입니다.
남과 북이 함께 훈련한 지도 1주일여가 지나면서 훈련 과정도 점차 실전을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두 팀으로 나눠 처음으로 60분 실전 연습 경기를 가졌습니다. 이제부터는 경기를 통한 실전 감각과 조직력 다지기에 들어갔습니다.
선수들은 풀타임 경기이고 부상을 우려해서인지 거친 몸싸움은 자제하는 모습입니다. 조영신 감독은 전반전이 끝나고 “연습이 아닌 실전이다. 느슨하게 하지 말고 수비를 더 타이트하게 하라”고 질타했고, 이 때문인지 이어진 후반전에서는 여러 선수가 밀려 나가떨어질 정도로 치열하고 거친 몸싸움이 이어졌습니다.
코트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지는 선수가 속출할 정도로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체력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영 체력코치가 대신 나서서 연신 걸레로 닦아보지만 감당이 안 될 정도입니다.
오늘 연습게임에서는 그 동안 잘 알지 못했던 북측 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습니다. 리경송 선수는 빠른 발과 돌파로 4득점이나 올렸습니다. 북측 선수들은 훈련 초기에는 공을 놓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는데, 이제는 톱니바퀴처럼 착착 맞아 돌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영신 감독은 “북측 선수들 습득력이 아주 빠르다. 기본기를 가르쳐 보니 발전 가능성이 높다”며 매우 만족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대신 조영신 감독은 말이 적은 리영명, 리경송 선수에게 크게 얘기하면서 연습하라고 경기 외적인 충고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남북 선수들이 확실히 편해진 모습입니다. 주장 정수영 선수는 리경송 선수, 리영명 선수 등과 족구부터 골 많이 넣기 꿀밤 내기를 하는 등 편하게 대해주고 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걱정이 많았던 리영명 선수도 이제는 환한 웃음을 수시로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일요일에도 훈련은 이어졌습니다. 1분 1초가 아쉬운 단일팀이기에 휴일에도 훈련을 이어갔습니다. 오늘 훈련은 박광순, 박동광 선수를 선두로 경기장을 도는 구보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으나 점차 빨라지며 선수들의 얼굴은 금방 빨개지고 유니폼도 땀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오전, 트레이닝 센터에서 피지컬 훈련 위주로 조를 나눠 정해진 체력훈련을 이어간 단일팀은 곧바로 경기장으로 향해 전술 훈련을 이어갔습니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며 전술을 몸에 베이게 하는 듯 보였습니다.
쉬는 시간 선수들을 불러 모은 뒤 조영신 감독은 “이제 시합에 대비한 패턴 훈련에 집중할 계획임. 약속된 플레이 훈련을 얼마나 잘 소화하는지 보고 각자의 역할 줄 것”이라며,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오후에는 수비 패턴을 맞추는 것으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공격과 수비 2개 조로 나눠 공격 패턴과 수비 패턴에 대해 반복하고 또 반복을 이어갔습니다. 대표팀의 훈련 모습은 이제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진지해졌습니다.
훈련의 강도가 세지며 훈련이 끝나고 선수들이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은 트레이너들이 되었습니다.
12월 31일. 2018년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습니다. 조영신 감독은 2018년의 마지막 훈련을 앞두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독일과의 개막전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기간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만들자고 다짐하고 파이팅을 주문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오후에 이어진 본격적인 전술 훈련에서는 모든 선수들의 눈빛이 더욱 달라져 있었습니다. 주전 조에 들어가서 뛰고 싶다는 열망이 느껴졌습니다. 자연스러운 경쟁 속에, 남과 북이 하나 되며 또 다른 동기부여가 생겼고, 이는 자연스럽게 팀을 하나로 만들고 경쟁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2018년의 마지막 훈련이 끝나고, 대표팀은 인근 한식당으로 이동해 삼겹살 파티로 한 해를 마무리했습니다. 이곳은 어느새 선수들 및 선수단에 없어서는 안 될 아지트가 되었습니다. 호텔에서 걸어서 5분도 안되고, 한국음식이 그리울 때면 바로 달려가는 최애 장소가 되었습니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미리 구워진 돌판에 삼겹살을 올리고 먹기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이날 선수들이 먹어 해치운 삼겹살만 무려 120인분. 잘 싸워 준다면야 300인분도 직접 내 손으로 구워서 일일이 먹이고 싶은 심정입니다.
제야의 시간답게 베를린은 온통 불꽃 축제로 한 해를 마감하고 있었습니다. 폭죽이 연신 터지며 하늘로 올라가는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역사적인 핸드볼 첫 남북 단일팀의 2018년 마지막 날은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단일팀의 관심도 점차 커져가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베를린 자유대 코리아학과 학과장인 이은정 교수 부부가 단일팀 선수들 격려 차 훈련장을 방문했고, 새해 첫날에는 정범구 독일 대사의 격려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기도 합니다. 현지 시간으로 1월 2일에는 남북 독일대사가 함께 훈련장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일이 점점 커지는 느낌인데, 선수들의 마음가짐 또한 달라지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방송사 및 언론사의 취재 요청이 쇄도하면서 현지 시간으로 1월 4일 오전 한 시간 정도 공개 훈련과 취재 일정을 잡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서서히 대회가 임박하며 남북 공동 응원단을 준비 중인 대사관의 발걸음도 점차 빨라지고 있습니다. 헌데 조직위에서 경기당 판매에서 당일권 혹은 5일권으로 티켓 판매 방식을 변경하며 비상이 걸린 상태입니다. 그래도 차질 없이 잘 준비해서 단일팀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베를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한국에 계신 핸드볼 팬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