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피플] '불사조 소대' 돌격대장 임재서가 말하는 '상황의 역설'
작성자
Handballkorea
등록일
2019.01.03
조회수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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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안희수]
상무피닉스는 8명으로 시즌을 치른다. 극심한 체력 저하 속에서도 공격의 중심 임재서는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임재서가 수비수 2명을 뚫고 슛을 하고 있는 모습.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불사조'' 소대의 야전 사령관 임재서(25)는 군 복무를 통해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옅은 미소를 짓는다.
상무피닉스의 등록 선수는 8명이 전부다. 최다 인원(17명)을 보유하고 있는 SK호크스와 하남시청보다 9명이 적다. 핸드볼이 겨울리그로 펼쳐지면서 모집 시기를 맞출 수 없었다. 일병 2호봉, 동기들로만 구성된 상태다.
임시방편으로 손병진 코치를 플레잉 코치로 등록했다. 심지어 필드 선수는 7명뿐이다. 핸드볼은 출전 선수가 7명이다. 골키퍼 유현기와 편의범은 필드 선수 유니폼을 갖고 경기장으로 향한다. 실제로 지난달 9일 두산전에서는 라이트백 이정화가 부상당하며 생긴 공백을 편의범이 메우기도 했다.
당연히 조영신 상무 감독의 전술 활용은 한계가 있다. 후반전이 되면 급격한 체력 저하에 시달린다. 올 시즌 치른 여섯 경기 모두 패전. 전반전에는 대등한 경기를 하다가 발이 무뎌지는 후반에 부침을 겪는 양상이 이어진다.
임재서는 상무의 공격을 조율하는 센터백이다. 다른 포지션보다 더 많이 뛰는 포지션이다. 올 시즌 네 번은 60분 풀타임, 세 경기는 57.59초를 뛰었다. 경기가 끝나면 녹초가 된다.
그러나 눈빛이 살아 있다. 지난달 2일 마산 두산전이 끝난 뒤 만난 그는 풀타임으로 뛰고도 보강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힘들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이 상황을 비관하지는 않는다. 값진 경험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임재서는 "조영신 감독님께서 항상 하시는 말이 있다. ''남들이 모두 우려할 때 너희는 기회라고 여겨라''고 말이다. 각자 소속팀에서 뛰면 과연 57~60분을 뛸 수 있을까. 나도 기회라고 생각한다. ''상무에서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조언에 동감한다"고 전했다.
상무피닉스 센터백 임재서가 두산과 경기에서 우측으로 돌파한 뒤 슛을 시도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그 자신의 선택이었다. 2017시즌을 앞두고 SK호크스에 입단한 그는 데뷔 시즌만 뛰고 바로 입대했다. "같은 포지션에 좋은 선수가 많다. 복무를 마치고 경쟁에 매진하고 싶어서 내린 결론이다"고 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까지 겹치며 출전 걱정 없이 핸드볼을 하고 있다. 어느새 체력 저하로 느끼는 고통보다 한 가지라도 더 배울 수 있는 상황에 만족하기 시작했다.
대학 4학년이던 2016년, 전국대학핸드볼리그 챔프전에서 한국체육대학교의 우승을 이끌며 MVP로 선정되었다. 대학 최고의 별이었다. 2018년처럼 자주, 많이 패하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 상황도 극복했다. "감독, 코치님도 패배 의식을 느끼지 않도록 독려해 주신다. 다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지는 게 아니다. 패전조차 값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복무를 마치고 소속팀으로 돌아가면 체력만큼은 자신감이 생길 전망이다. "이전에는 일반적인 경기를 뛰면 그저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교체가 될 수 없는 상황 아닌가. 그만큼 체력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 애써 들이는 노력인데 반드시 해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웃었다.
그는 참담한 상황 속에서 긍정적 사고를 유지하며, 이를 자양분으로 여긴다. 여기에 진짜 전우까지 얻었다. 바로 동갑내기 김기민이다.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에서 처음 만났고, 2015년에는 21세 이하 한국 남자 주니어 핸드볼 대표팀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다. 원광대학교와 한국체육대학교의 대표 선수였고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경쟁자였다. 그리고 2016년 두 선수 모두 SK호크스에 입단했다. 입대 시기도 함께 상의하고 정했다.
임재서는 "서로 의지가 된다. 복무 생활을 하며 더 크게 느꼈다. 힘든 얘기를 터놓을 수 있다. 이제는 전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때 경쟁자였지만 성인 무대, 군 복무까지 호흡을 맞추게 됐다. 임재서가 기회를 열어 주면 김기민이 해결한다. 두 선수의 호흡은 더 좋아질 전망이다. 임재서도 "(김)기민이가 내 어시스트 개수를 늘려줄 것이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임재서는 신체 조건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다. 신장 176cm·몸무게 85kg이다. 그의 무기는 투지다. 임재서는 "(나는)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안 되는 선수다. 더 빠르고 더 강하게, 머리라도 들이밀어야 한다. 그게 살아남는 법이다"고 했다. 리그 대표 ''근성맨'' 심재복(인천도시공사)이 꼽는 자신의 닮은꼴이기도 하다.
근성만 있는 게 아니다. 올 시즌도 여덟 경기에 출전해 38득점과 16도움을 기록하며 공격포인트 6위(54개)에 올랐다. 정의경, 심재복, 정수영 등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과 함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분명 한국 핸드볼의 미래가 될 선수다.
그는 "''핸드볼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무엇을 하면서 살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핸드볼은 내 운명이다"고 말한다. 농구, 배구처럼 겨울 스포츠 안착을 노리고, 고정 중계가 이뤄지며, 그 어느 때보다 발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 임재서는 "비인기 종목이지만 직접 관전하면 정말 빠르고 역동적인 경기를 확인할 수 있다. 스피드와 파워도 있다. 핸드볼은 재미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며 진심 어린 당부를 했다.
안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