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마지막 아침이 밝았습니다. 우리는 아침 일찍 공항으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습니다. 선수들도 대부분 잠이 부족해 보이는 얼굴이었습니다. 일부 선수들은 언제 다시 모일지 모를 멤버들과의 마지막 베를린 밤을 그냥 보내기 아쉬웠던 듯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늦게 잠이 든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자리를 만들어줘도 말을 못하더니 이제는 가는 시간이 아쉬운 모양입니다. 다들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취재가 된다면 번외 편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전날 대부분의 짐을 보낸 탓에 우리는 한결 가벼운 몸으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그런지 아직 게이트는 열려있지 않았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말을 이어가는 선수들. 그 중 김동명과 리영명의 대화가 들려왔습니다. “이제 모레면 헤어지는데, 너 형 보고 싶을 텐데 어떻게 해?” “(서운한 표정으로) 사진 보면 되지 뭐~~” 그 말을 듣는데 제 마음이 다 아련해졌습니다. 그세 정이 많이 든 모양입니다.
이제는 제법 사진 포즈도 취하며 자연스러워진 북측 선수들
덴마크의 코펜하겐은 베를린에서 1시간도 채 안 걸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비행기가 뜨자마자 바로 내린 기분입니다.
코펜하겐에 도착 후 점심을 해결한 선수들은 곧바로 숙명의 한일전이 열릴 로열 아레나 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코펜하겐 외곽에 위치한 로열 아레나는 스칸디나비아식 외관을 가진 멋진 경기장이었습니다.
내부 조명은 경기장 위주로 비춰주는데, 공연장 같은 분위기를 내면서도 한 편으로는 눈이 부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숙명의 한일전 아침이 밝았습니다. 비록 순위결정전으로 밀려 났지만, 일본은 반드시 이겨야할 숙명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선수들 모두가 “일본과는 가위바위보도 이겨야 한다고 배웠다. 뼈가 부러 지더라도 이기겠다”고 전의를 불태웠습니다.
조별 리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독일, 프랑스, 러시아, 세르비아, 브라질 등을 상대로 선전했지만 그들의 벽을 넘지 못했던 팀 코리아. 하지만 한일전은 달랐습니다. 드디어 핸드볼 단일팀 역사상 첫 승을 올렸습니다.
김동명이 포문을 연 코리아는 전반 중반 이후 잇따른 돌파를 허용하며 4점 차로 리드를 내줬습니다. 하지만 강전구와 강탄이 활약하며 전반을 12-14, 2점 차로 마치며 분위기를 우리 것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코리아는 후반 들어서도 기세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엎치락뒤치락 시소게임을 이어가던 후반 28분, 조태훈이 연속해서 7미터던지기를 성공하며 27-25의 승리를 거뒀습니다.
승리가 결정되자 선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코트로 뛰쳐나와 승리의 기쁨을 맘껏 누렸습니다. 단일팀 구성 후 첫 승리의 기쁨. 그것도 일본에 거둔 승리이기에 기쁨은 더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경기MVP에 선정된 강전구
오늘도 코펜하겐 시민들은 열열히 코리아를 응원해주었습니다.
최재철 주 덴마크 대사와 교민들도 직접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주었습니다.
첫 승의 기쁨을 싣고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 안. 선수들은 승리의 기쁨을 맘껏 누리며 한껏 업된 모습이었습니다. 일부 선수들은 모종의 첫 승 파티를 준비하고 있는 듯 보이고, 몇몇은 코펜하겐 시내 구경을 잠시 다녀오려는 듯 보입니다. 이 분위기 그대로 내일까지 이어져서 최종전에서도 승리를 거둘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 코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승리도 승리지만 단일팀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그 중심에 있는 선수들이 소중한 인연을 잘 가꾸고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상 코펜하겐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