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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옥핸드볼은나의인생] <2> 임영철 감독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8.07.31
조회수
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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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 여자 … 훈련 땐 열외 없는 호랑이
수학 방정식 풀 듯 작전 설명 귀에 쏙쏙

 최근 여자 핸드볼팀에 연이어 비보가 날아들었다. 백상서 코치님과 임영철 감독님의 부친상이었다. 우리는 지난주 토요일 외박을 모두 취소하고 감독님 상가를 찾았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기간 중 부친상을 당했던 나에게 감독님의 슬픔이 전해지는 듯했다.

임영철 감독님과 나는 참 질긴 인연이다. 94년도 대학생 대표팀에서 코치와 선수로 처음 만난 우리는 내가 종근당에 입단하면서 감독과 선수로 인연이 이어졌다. 십수 년 세월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하는 사이가 됐다. ‘아 오늘은 기분이 나쁘시구나’ ‘이 상황은 도저히 얼렁뚱땅 넘길 수 없겠구나’ 하는 감이 온다.

■ 임영철 감독은 … ▶생년월일 : 1960년 6월 15일(만 48세) ▶출신지 : 서울 ▶출신학교 : 고려고-원광대 ▶소속 : 벽산건설(감독) ▶별명 : 호랑이 ▶주요 경력 :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대표팀 코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대표팀 코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대표팀 감독,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대표팀 감독
나이를 먹어서까지 내가 대표팀에 들어오자 항간에는 “뭐하러 고생을 사서 하려느냐”고 말하는 분도 계시다. “은퇴를 했다가도 임 감독이 부르면 왜 꾸역꾸역 대표팀에 들어가느냐”는 것이다. 사실 어떨 때는 감독님이 정나미가 뚝 떨어질 때도 있다.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불호령이 떨어질 때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다. 나나 (오)영란이는 대표팀 최고참이고 나이도 많지만(우리는 72년생 동갑내기다) 훈련 때는 나이고, 여자고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예외라든지, 열외라는 단어는 감독님과는 거리가 멀다. 몰아치고 또 몰아친다. 벽산건설에서도 감독님과 한솥밥을 먹는 영란이는 베이징 올림픽 본선 진출이 확정되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이젠 죽었구나’였다고 한다. 쉬지않고 고된 훈련을 시킬 때는 감독님을 쳐다보기도 싫다. 하지만 감독님을 따르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나는 한국-일본-오스트리아 리그를 다 경험했지만 임 감독님 설명이 가장 귀에 쏙 들어온다.

성격만큼이나 논리적이고 구체적이다. 마치 수학 문제를 푸는 것 같다. “네가 이쪽으로 나가서 뚫린 얘한테 주면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되지”하며 시범을 보여준다. 그때 그때 팀에 필요한 것이 무언지 정확히 짚어내 팀 분위기를 잡아 나간다.

한때는 “우리 선수들 나이가 많아 체력훈련을 강하게 해야겠다”며 무식하리 만큼 훈련 강도를 높였다. 우리가 “도저히 못 견디겠다”며 울상을 짓자 새벽훈련을 아예 없앴다. 고된 훈련 때문에 웃음이 사라진 우리에게 “그렇게 억지로 훈련해서 효과가 나겠니”라며 슬며시 후퇴하는 유연성도 보여줬다. 침체됐던 팀 분위기도 다시 살아났다.

훈련장에서는 호랑이 선생님이지만 평소에는 좀처럼 큰소리를 내지 않는다. 남자팀의 경우 오후 9시가 되면 선수들이 있는지 없는지 김태훈 감독님이 꼬박꼬박 숙소를 확인한다는데, 여자팀은 그냥 나와 영란이한테 맡겨두셨다.

핸드볼은 과거에 남녀 대표팀이 함께 훈련한 적도 많다. 그래서 얼마 전 우리가 남자팀 코치님에게 슬쩍 “우리는 왜 안하느냐”고 물었더니 “아무래도 남녀가 섞여 훈련하다 보면 스캔들이 일어날 수도 있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 생각엔 임 감독님이 사전에 차단하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참, 감독님도 별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하신다.

내가 생각할 때 이번 여자 핸드볼팀은 분명 4년 전 아테네 때만 못하다. 선수들이 나이를 먹는데도 선수층이 얇아 보강할 선수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있다. “금메달을 따 다시 한번 우생순을 만들자”고 격려하는 감독님 말처럼 지금처럼 콘크리트 팀워크만 유지된다면 러시아든 노르웨이든 어떤 상대도 무섭지 않다.

오성옥

<중앙일보  정리=온누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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