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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찾아온 '우생순' 즐기는 자가 이긴다 [박민규의 스포츠다큐]

작성자
Handballkorea
등록일
2019.07.16
조회수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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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 중앙공격수 송지은 선수(왼쪽)와 왼쪽 측면 최수지 선수가 훈련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핸드볼은 국제대회 효자종목이다. 그러나 여전히 비인기 종목이다. 4년에 한 번 올림픽 때나 반짝 관심을 받다가 대회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잊힌다. 

 

 

2020 도쿄올림픽(2020.7.24~8.9)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핸드볼은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다. 다른 구기종목에서는 볼 수 없는 속도감과 일진일퇴 공방전, 치열한 몸싸움, 온몸을 던지는 슈팅은 묘기에 가깝다.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축구 이상의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한국에선 ‘4년마다 시즌이 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관심한 종목이다.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피봇 강은혜 선수가 남자팀인 천안 신당고등학교와의 연습경기에서 슛을 던지고 있다.​

 

도쿄올림픽이 1년 정도 남았다. 진천선수촌 여자 국가대표 핸드볼 훈련장을 가봤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지만 선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땀으로 하루를 채우고 있었다. 무엇보다 표정이 밝고 당찼다.

 

훈련 시간에 맞춰 삼삼오오 모인 선수들은 재잘거리며 마냥 즐거워했다. 젊은 선수들의 웃음소리는 오히려 낯설기까지 했다. 대표선수들의 훈련장 분위기는 딱딱하고 팽팽한 긴장감만 흐를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 왼쪽 공격수 조수연 선수(왼쪽)가 훈련에 앞서 중앙공격수 송지은 선수의 머리를 만져주고 있다.

 

선수들은 훈련장에 오자마자 헤어스타일부터 바꿨다. 왼쪽 공격을 맡은 조수연 선수가 헤어스타일 담당이다. 최수지 선수(왼쪽 측면)와 송지은 선수(중앙 공격수) 등 선후배들의 머리를 이리저리 만지니 치렁치렁하던 긴 머리가 일명 ‘똥머리’로 변했다. ‘녹두장군’ 전봉준 헤어스타일을 닮은 올림머리를 선수들은 그렇게 불렀다. 짧은 머리 선수들을 제외하고 전원이 ‘똥머리’를 했다. 

 

 

 

핸드볼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에 앞서 올림머리인 일명 ‘똥머리’를 하고 체력코치 유레(슬로베니아)의 구령에 따라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선수들은 ‘똥머리’가 핸드볼에 최적화된 헤어스타일이라고 했다. 경기 도중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머리카락을 단단히 말아 올린 것이다. 참고로 평소에 ‘똥머리’를 하고 다니는 선수는 없다. 

 

 

 

조수연 선수(오른쪽)가 남자 선수들과의 연습경기에 앞서 신은주 선수의 머리를 만져주고 있다. 

 

비록 ‘똥머리’를 한 선수들이지만 얼굴에는 선크림, 입술에는 붉은 색 틴트를 발라 나름대로 멋도 부린다. 땀이 많이 나는 운동이라 진한 메이크업은 할 수 없어도 선크림과 틴트는 허용된다고 했다. 틴트는 입술에 바르면 지속력이 좋아 경기하는 동안 지워지지 않아 애용하는 화장품이다.  

 

 

천안 동중에서 열린 남자팀 천안 신당고등학교와의 연습경기에 앞서 기념 촬영하는 핸드볼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과 강재원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

 

선수들의 훈련은 스트레칭으로 시작됐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체력코치 유레의 구령에 따라 자세를 바꿔가며 몸을 꼬거나 비틀었다. 부상을 방지하고 기초체력을 기르기 위한 몸풀기다. 이어 허들을 설치하고 다양한 자세로 통과하는 훈련을 했다. ​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송지은 선수(왼쪽)와 함지선 선수가 허리를 숙인채 허들을 통과하고 있다.​ 

 

 

핸드볼 여자 대표팀 왼쪽 측면을 맡은 조하랑 선수(왼쪽)와 신은주 선수가 유레 코치의 지시에 따라 균형잡기 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의 강도가 높아졌다. 커다란 공을 벌 서듯이 들고 허들 위로 넘기도 하고 맨몸으로 허들 위와 아래로 통과하는 훈련이 반복됐다. 체력훈련의 절정은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실시하는 무거운 공 내려치기이다. 선수들에게 가장 힘든 훈련이다. 체격에 따라 6㎏과 3㎏으로 나눠 총 5세트로 런닝과 함께진행된다. 첫 세트는 2분, 2세트는 1분, 3세트는 40초, 4세트는 30초, 마지막 5세트는 15초 동안 멈춤 없이 내려치기를 계속해야 한다. ​ 

 

 


핸드볼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체격에 따라 6㎏과 3㎏ 짜리 공으로 나눠 바닥에 내려치기를 하고 있다.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훈련이다.

 

체력이 아무리 강한 선수들도 이 훈련을 하고나면 녹초가 된다. 선수들의 목덜미에 굵은 땀이 흘러내리고 얼굴마다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5세트를 끝낸 선수들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국가대표답다. 

 

 

무거운 공 내려치기 훈련은 선수들에게 악명 높다. 총 다섯 세트의 훈련을 마치고 나면 모두 녹초가 된다. 

 

 

 

핸드볼 여자 국가대표팀 왼쪽 공격수 조수연 선수가 무거운 공 내려치기 훈련을 마치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피봇 원선필 선수가 땀이 얼굴에 송글송글 맺힌 채 웃으며 트레이너와 얘기하고 있다. 

 

체력훈련을 마치자 강재원 감독의 지휘로 전술 훈련이 이어졌다. 핸드볼 공은 이때부터 만진다. 공과 함께 하는 훈련이라 체력훈련 때보다 확실히 활기차다. 진지하게 훈련을 하면서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볼 다툼을 하다 파안대소하고, 서로 몸을 툭툭 치고,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다양한 전술훈련을 놀이처럼 즐겼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 막내인 오른쪽 측면 정지인 선수(왼쪽)와 오른쪽 측면 문수현 선수가 공격과 수비훈련을 하는 도중에 몸싸움을 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 막내인 오른쪽 측면 정지인 선수(왼쪽)와 오른쪽 측면 문수현 선수가 공격과 수비훈련을 하는 도중에 몸싸움을 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습경기는 남자 선수들과 한다. 어지간한 여자팀과는 실력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실전 연습경기를 한다고 해서 따라나섰다. 상대는 천안신당고등학교였다. 시작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박빙의 게임이 펼쳐졌다. 점수차를 더 벌리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전반 중반 이후부터는 여자대표팀이 리드를 놓치지 않았다. 

 

 

 

핸드볼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남자 고교팀과의 연습경기를 위해 천안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주전과 비주전 구분 없이 모든 선수가 로테이션으로 뛰면서도 29-26으로 승리했다. 최수지 선수(왼쪽 측면)가 옆에 있는 신은주 선수(왼쪽 측면)에게 “남학생들이 누나들을 봐준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핸드볼 여자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남자팀인 천안 신당고등학교 선수들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고 있다. 

 

2박3일간 지켜본 여자핸드볼대표팀은 훈련이든 경기든 ‘즐기는 핸드볼’을 했다. 선수들은 ‘즐기면서 하는 운동이 맹목적으로 열심히만 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핸드볼 여자 대표팀 박준희, 김희진, 원선필, 박새영 선수(오른쪽부터)가 진지한 표정으로 강재원 감독의 전술강의를 듣고 있다.

 

 

핸드볼 여자 국가대표팀 중앙 공격수 송지은 선수가 연습경기에 앞서 네일아트로 꾸민 발에 테이핑을 하고 있다. 

 

 

 

 

핸드볼 여자 국가대표팀 오른쪽 측면 함지선 선수가 훈련도중 땀나는 얼굴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대자 쑥스럽게 웃고 있다. 

 

핸드볼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우생순’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뜻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덴마크와의 결승전에서 19차례의 동점을 거듭하며 올림픽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펼쳤다. 승부 던지기에서 패해 금메달은 놓쳤지만 그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핸드볼 여자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은 어김없이 ‘우생순’의 감동을 소환할 것이다. 선수들도 국민들도 성적과 메달에 대한 강박을 벗고 경기를 즐겼으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새로운 감동이 올 것이다. 진천 선수촌 체력훈련장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노력하는 자,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진천선수촌 웨이트트레이닝장에 걸려 있는 ‘노력하는 자,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라고 적힌 현수막.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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