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득 메운 수많은 트로피에선, 한국 핸드볼이 각종 국제 대회에서 일군 결실을 쉽게 엿볼 수 있다. 최규섭 기자그야말로 눈부신 발자취다. 비록 첫걸음은 뒤늦게 내디뎠을지언정, 무척 빠르고 아주 세찬 걸음걸음이다.
변방에서 중앙으로 들어서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세계 핸드볼계에 일으킨 지각 변동은 놀랍기만 하다. 진앙에 자리매김한 한국 핸드볼이다.
우리나라 단체 구기 종목 가운데, 그 누가 핸드볼이 일으킨 기세를 능가할 수 있으랴. 올림픽 첫 금, 세계 선수권 대회 첫 우승…, 상상할 수 없었던 보속(步速)과 보폭(步幅)이다.
이 땅에 핸드볼이 받아들여진 시기는 1936년이다. 11인제 송구(送球)가 시초다. 1945년, 제도화하며 출범한 조직체의 첫 명칭도 ''대한송구협회''다.
1957년, 비로소 핸드볼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단체명이 대한핸드볼협회(KHF)로 바뀌면서다.
1960년, 국제 무대 진출의 물꼬를 텄다. 국제핸드볼연맹(IHF)에 가입하면서, 세계를 향한 꿈틀거림이 비롯됐다. 20여 년 뒤 세계를 경악게 할 변동 에너지가 쌓이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1984년, 세계 핸드볼계에 지진이 일어났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 핸드볼에서, 한국이 강진(은)을 일으켰다. 올림픽 사상 핸드볼 발상지 유럽 이외 국가가 획득한 첫 메달(중국 동메달)이었다.

사진 2. 최규섭 기자4년 뒤, 지진 규모는 더 커졌다. 1988 서울 올림픽에서, 격진을 일으켰다. 여자는 금메달(
사진 1)을, 남자는 은메달(
사진 2)의 지동(地動)을 각각 일으켰다.

사진 3. 최규섭 기자용솟음치는 기세는 꺾일 줄 몰랐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 핸드볼에서, 한국은 다시금 정상에서 포효했다(
사진 3). 상상하기 힘들었던 2연패였다.

사진 4. 최규섭 기자3년 뒤, 또다시 극진이 일어났다. 1995 세계 여자 선수권 대회(오스트리아·헝가리)를 강타한 지명(地鳴)이었다. 대회 사상 최초의 8연승의 기세를 뽐내며 뭇 강호들을 휩쓸고 잠재웠다(
사진 4).

사진 5. 최규섭 기자9년 뒤, 이번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감동을 자아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에서, ''태극 낭자''들은 금 고지를 눈앞에 두고 눈물을 삼켰다(
사진 5). 두 차례 연장전에도 승패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 던지기 끝에 아쉽게 물러섰다[36:38(25:25, 4:4, 5:5, 2:4)].
역대 올림픽 핸드볼 통산 메달 순위에서, 한국은 으뜸의 자리에 앉아 있다. 6개(금 2·은 3·동 1개)를 수확해 노르웨이(금·은·동 각 2개)와 함께 나란히 선두다. 순도 면에선, 한국이 앞선다. 은메달이 하나 더 많다.

사진 6. 최규섭 기자
사진 7. 최규섭 기자이토록 정상을 구가한 한국 핸드볼의 영광스러웠던 ''그때 그 순간''(
사진 6·7)을 길이 간직하고자 했다. KHF(회장 최태원)가 핸드볼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사진 8)을 건립한 까닭이다.

사진 8. 최규섭 기자핸드볼 명예의 전당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SK 핸드볼경기장에 자리하고 있다. 두 곳은 공간을 떠나 한결 더 뜻깊은 맥으로 서로 이어진다. 역사적 의미에서다.
SK 핸드볼경기장은 한국 핸드볼의 요람이다. 2011년 10월, 한국 핸드볼계의 오랜 염원이었던 핸드볼 전용 경기장으로 탄생했다.
같은 날 태어난 핸드볼 명예의 전당엔, 한국 핸드볼의 숨결이 담겨 있다. 어제와 오늘이 숨 쉬는 역사의 공간이다. 내일까지 길이 이어지며 숨 쉬어야 함은 물론이다.
단편적으로나마 한국 핸드볼의 찬란한 발자취를 엿보고 싶었다. 기억을 더듬어 그때 그 감동의 순간에 다시 젖어 볼 수 없을까? 핸드볼 명예의 전당으로 들어가 함께 한국 핸드볼의 숨결을 느껴 보자.
사진 최규섭 기자
사진 1. 최규섭 기자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핸드볼은 3연패 문턱에서 물러나는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전반전 4골 차 우세(17:13)의 우세를 지키지 못한 안타까운 역전패였다. 재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33:37로 석패했다. 최규섭 기자
2003년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세계 여자 핸드볼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은 우크라이나를 31:29로 꺾고 3위에 올랐다. 1995 대회 우승 이후 8년 만에 수확한 메달이었다. 최규섭 기자
2008 베이징(北京)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핸드볼은 헝가리를 33:28로 물리치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때를 마지막으로, 올림픽에서 한국 핸드볼의 메달 맥은 끊어진 상태다. 최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