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으로 뭉친 한국 여자 핸드볼의 ''영웅''
류은희가 22일 열린 프리미어4 국제핸드볼대회 첫날 세르비아와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대한핸드볼협회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 여자핸드볼 에이스 류은희(부산시설관리공단)가 자신의 3번째 올림픽이자 마지막 올림픽이 될 공산이 큰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다부진 각오를 내비쳤다. 류은희에게 이번 대회는 개인과 팀의 영광을 위해서 뿐 아니라, 한국 핸드볼의 미래를 위해서 꼭 결과를 내야 하는 중요한 무대다.
류은희는 한국 여자 핸드볼을 대표하는 스타다. 지난 시즌까지 프랑스 파리92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한국 핸드볼을 알렸고, 다음 시즌 헝가리 큐리 아우디로 이적을 확정, 올림픽이 끝나면 다시 유럽 무대에 진출한다.
남부러울 것 없는 프로 커리어와 성과를 이뤘지만,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여자 핸드볼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은메달을 시작으로 1988 서울 올림픽 금메달,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2004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2008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을 수확하며 감동을 안겼다.
하지만 2012 런던 올림픽부터 메달이 끊겼다. 류은희가 대표팀 핵심으로 자리한 이후다. 류은희는 매 대회마다 부상을 안고도 고군분투했지만, 공교롭게도 류은희의 시대가 온 이후론 올림픽에서 환호 대신 좌절의 순간이 많았다. 한국 핸드볼 최고의 스타로 자리한 류은희로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류은희는 이번 올림픽이 단순히 자신의 마지막 무대라는 특별함에 더해, 한국 여자 핸드볼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꼭 성과를 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은희는 뉴스1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야, 국민들이 핸드볼에 다시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지금 핸드볼이 다시 관심을 받지 못하면) 한국 여자 핸드볼은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은희는 "핸드볼이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점점 더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핸드볼을 하려는 아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초등학교 엘리트 핸드볼 대회에선 정식 선수가 없어서 일반 학생을 껴서 뛰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밑에서 올라오는 선수들의 기량도 예전에 비해 떨어진 게 느껴진다. 세계무대와의 차이가 점점 커지는 게 피부로 와 닿는다"고 고백했다.
류은희가 9일 일본 구라모토에서 열린 제17회 아시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 News1
류은희는 이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게 올림픽에서의 성과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는 "(과거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던) 언니들처럼 우리도 올림픽에서 해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사람들이 핸드볼에 관심을 갖고, 그래야 핸드볼을 하려는 어린이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은희는 한국 여자 핸드볼의 미래를 어깨에 지고 있다. 한 명의 선수가 책임지기에는 너무도 크고 어려운 과제다. 그럼에도 류은희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 있다.
류은희는 "예전부터 이런 생각이 있던 건 아니다. 어릴 땐 내 플레이에 집중하기에도 벅찼다. 하지만 대중으로부터 점점 관심이 멀어지는 현실과 전력이 약해지는 상황을 보니, ''우리 세대''가 꼭 돌려놓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 책임감이 올림픽을 앞둔 류은희를 더 강한 동기부여로 무장하게 만들었다.
다만 상황이 쉽지는 않다. 박새영(경남개발공사), 이효진(삼척시청), 김수연, 김선화(이상 SK) 등 팀 핵심이자 베테랑인 선수들이 부상으로 스쿼드에서 낙마했다. 류은희가 언급했듯 과거처럼 한국과 유럽 강호들과의 격차도 크게 벌어진 게 사실이다.
한국은 냉정한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중 최소 한 팀을 상대로 1승 거두고 8강 진출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팬들은 ''한국 여자핸드볼''이 당연히 메달을 따야한다며 ''기대''라는 이름의 ''부담''을 주기도 한다.
류은희는 "부담이지만 내가 이겨내야 할 과제"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우선 25일 열릴 노르웨이와의 경기를 잘 치르고 싶다. 그러다보면 분위기를 타서 메달도 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 핸드볼을 위해 후회 없이 절실하게 하다보면 메달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목표를 밝혔다.
한편 한국여자핸드볼은 일본, 앙골라, 네덜란드, 노르웨이, 몬테네그로와 함께 한 조에 속했으며, 22일 오후 4시 15분 노르웨이를 상대로 대망의 첫 경기를 치른다.
기사제공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