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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 “은퇴후 삶 주님이 알려 주겠죠”… ‘우생순’ 주역 오성옥 핸드볼 선수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8.09.12
조회수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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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핸드볼 오성옥(36) 선수는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빈에 있는 소속팀 히포방크로 복귀해 운동을 하면서 집에서는 가족들을 돌보며 살림을 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애가 몸이 약한 편이어서 신경을 많이 써요. 수줍음이 많은데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 와서 기죽지 않고 잘 적응하고 있는 게 대견하긴 한데…. 애 아빠도 건강 체질은 아니어서 기도하고 있고요. 얼마 전 응급실에 다녀오신 시어머니가 건강하셔야 할 텐데….\"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남편(39·무직)과 아들(12), 한국에 있는 시부모에 대해 주부로서 할 수 있는 걱정은 다 했다. 베이징을 출발해 빈에 도착하자마자 올림픽 피로를 풀 겨를도 없이 클럽팀 경기를 치르고 첫 휴일을 맞아 밀린 집안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전 히포방크와 2년 계약 기간이 끝났지만 구단주가 1년 연장을 요청해 내년까지 머무를 계획이라고 한다.

\"처음 이곳에 올 때만 해도 나이도 많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두려움이 많았지요. 계약 조건도 좋고 아들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오게 됐어요. 계약 기간이 끝나면 운동을 그만두려 했는데, 선수 생활이 1년 연장돼 올림픽까지 뛰게 된 것 같아요.\"

그는 올림픽만 5회 연속 출전했다. 대전 동방여고 2학년때 국가대표로 선발된 뒤 한국체대 2학년이던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국가대표팀 막내로 출전해 금메달을 땄고, 1996년 애틀랜타 은메달, 2000년 시드니 4위, 2004년 아테네 은메달에 이어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그는 베이징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뒤 흘렸던 눈물에 대해 \"예선전에서 질 수밖에 없는 여러 상황들을 극복했던 것, 헝가리와의 3∼4위전 때 내가 \'안 그러셔도 된다\'고 했는데도 감독님이 나이 많은 선수들을 배려해 마지막 1분을 뛰게 한 것, 너무 힘들어 울면서 했던 체력훈련 과정,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는 생각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잠깐 끊겼다. 목소리와 숨을 고른 후 그는 \"엄마가 열심히 하는 모습 자체가 애한테 좋은 교육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5세 때 결혼하면서 한때 은퇴한 적이 있다. 당시는 국내에 마땅한 실업팀도 없던 때였다. 아들을 낳고 살림을 하던 그는 일본 실업팀의 제의를 받고 일본으로 건너가 선수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1m71, 64㎏의 평범한 체격이지만 센터백으로서 경기 템포와 흐름을 조절하면서 상대 수비를 억척스럽게 뚫고 들어가는 돌파력과 슈팅력이 탁월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국제핸드볼연맹(IHF)이 선정한 센터백 포지션 베스트 선수로 뽑혔다.

그래도 나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았다. 태릉선수촌에 들어갈 때 나이가 많아 창피했다는 그는 불암산을 오르는 \'지옥의 크로스컨트리\'나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자꾸 뒤처졌다. 노르웨이와의 준결승전 때 무리한 나머지 두통과 근육통에 시달리며 잠을 1시간30분밖에 못 잤다고 한다. 그는 다음날 주사와 링거를 맞고 헝가리전에 출전했다.

1년 뒤 히포방크와 계약이 끝나면 그의 선수 생활도 마감된다. 하지만 1년 뒤부터 뭐를 할지에 대해서는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했다.

\"10여년 외국생활을 하다 보니 지겨워요. 한국에 가고 싶어요. 그런데 한국은 실업팀이 적어 지도자를 할 여건이 안 되잖아요. 다른 새로운 일을 찾아봐야 하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들어가야지, 여기서 뭐하겠어요. 그런데 자고 일어나면 생각이 또 바뀌곤 해요.\"

그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몰라 고민하고 있다. 히포방크 감독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코치 자리라도 하나 마련해 주겠다며 그를 붙잡는 모양이다. 그는 \"귀국하고 싶지만 나를 필요로 하고 존중해주는 데서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핸드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핸드볼을 떠나서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인교회인 비엔나장로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 선수들끼리 모여서 파이팅을 외칠 때 속으로 기도를 한다는 그는 \"내 힘이 아닌데 나도 놀랄 정도로 플레이가 잘 될 때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과거 국가대표팀 막내 시절에는 신앙이 깊은 선배들과 함께 경기장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곤 했지만 이제 혼자서는 쑥스러워서 못하겠다는 것이다. 베이징올림픽 때 노르웨이전에서 이기면 어떤 식으로든 신앙을 표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판정 논란 속에 지는 바람에 못했다고 한다.

\"은퇴하면 뭘 할 것인지를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내 생각과 판단으로는 결정하기 힘들어요. 기도하면 하나님이 길을 알려주실까요?\"

신종수 기자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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