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치만 지키다가 우승을 한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죠.\"
이민희(28, 용인시청)는 이전보다 수척해진 얼굴이었지만 밝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제12회 아시아핸드볼 연맹(AHF)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중국을 대파하고 통산 10번째 우승컵을 안고 돌아온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주장을 맡기도 한 그녀는 전 경기에 출장해 6전 전승을 이끌었다.
\"제 손으로 이뤄낸 우승이라 더 기쁘고 남달랐어요. 가끔 (오영란)언니를 대신해 뛰다가 전 경기에 뛰고 보니 정말 힘들었어요. 언니가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꼈죠.\"
대표팀 생활 10년째로 태릉선수촌 생활엔 이골이 나 있지만 정작 국제대회에 출전해서는 벤치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또 막상 경기를 뛸 기회를 잡아도 마음처럼 실력이 발휘되지 못했다. 갑자기 벌어지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마음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핸드볼협회는 늦어진 세대교체를 단행하기로 결정했고 드디어 그녀에게 주장이라는 막중한 임무와 함께 골문을 맡겼다. 아시아선수권 대회 출전 선수 가운데 명복희(29, 히포방크)가 최고 연장자일 만큼 대표팀도 젊어졌다. 20대 전후 어린 후배들이 합류하면서 이들을 이끌어야 하는 선배의 역할도 그녀의 몫이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참가했던 대회. 후배들은 가능성을 보였고 그녀도 세대교체의 결과를 아직 이른감이 있지만 \'희망적\'이라고 했다.
\"아직 이전 언니들보다 노련미라든가 기술면에서는 부족하지만 워낙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요.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젊어져서 팀 분위기도 밝아졌고 체력도 휠씬 좋아졌죠. 앞으로 한국 여자핸드볼이 밝아 보여요.\"
오랜 기다림 속에서 얻은 소중한 기회를 혼신의 힘을 다해 뛴 탓인지 귀국 후 그녀는 컨디션을 되찾기가 쉽지 않다며 피곤을 호소했다. 특히 선수촌의 새벽 훈련은 여전히 그녀에게 가장 큰 숙제라고 했다.
\"오늘도 새벽 훈련을 하는데 정말 미칠 정도로 괴로웠어요(웃음). 하루를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는 거죠. 요즘엔 날씨가 추워져서 더 힘드네요.\" 그러나 그녀는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기약 없는 훈련일정의 지루함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 탓이리라.
\"내년엔 서울컵 동아시아 클럽선수권대회도 있고, 12월엔 세계선수권대회도 열려요. 좋은 모습 보이기 위해서 땀 흘려야죠(웃음).\"
사진 한 장을 찍자고 이민희는 골문 앞이 어떠냐고 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냐고 묻자 대부분의 취재진들이 요구하는 배경이라고 소개했다. 자신도 골대 앞이 가장 편하고 자연스럽단다. 타고난 수문장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