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코트 위를 구르는 두 남자, \'이재우-박중규\'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9.01.22
조회수
701
첨부
제21회 남자핸드볼 세계선수권대회 B그룹, 한국 31-26 쿠바
  심재철 (soccer)

모처럼 얻은 하루(21일, 수) 휴식 뒤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워낙 빠른 공격을 시도하다보니 잔 실수도 많이 나와 공격권을 상대에게 넘겨주는 일도 자주 눈에 띄었다. 결코 쉽지 않았던 일, 그 중심을 라이트백 이재우가 잘 잡아준 덕분에 귀중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최태섭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핸드볼대표팀은 우리 시각으로 22일 이른 새벽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에서 벌어진 제21회 남자핸드볼 세계선수권대회 B그룹 네 번째 경기에서 쿠바를 31-26(전반 17-13)으로 물리치고 두 번째 승리를 기록했다.

 

\"외롭지만, 나는 몸을 내던진다.\" - 노련한 라이트백 이재우

 

이번 대회에 아쉽게도 단짝 백원철(레프트백, 부상)이 같이 오지 못했다. 일본 다이도스틸에서 함께 활약하고 있는 라이트백 이재우(30살)에게는 이 부분이 너무나 아쉬웠다. 지난 17일 열린 개최국 크로아티아와의 개막전에서 1점차(26-27)로 분루를 삼키는 순간부터 뼈저리게 느낀 것이었다.

 

그래도 그는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묵묵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맏형이자 팀의 문지기로 든든하게 뒤를 맡아주고 있는 강일구(33살)를 빼면 가장 믿을만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플레이메이커로서 실질적으로 경기 조율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도 그는 코트에 몸을 사정없이 굴린다.

 

아시아핸드볼의 앙숙 쿠웨이트를 시원하게 물리친 다음 날, 꿀맛같은 휴식의 기회를 얻었던 것이 마음에 걸릴 정도로 쿠바와의 네 번째 경기에서 초반 주도권을 제대로 쥐지 못했다. 찔러주기도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좌우로 주고받는 빠른 연결은 오히려 쿠바 선수들이 더 잘 해낼 정도였다. 

 

정의경을 센터백에 세우고 오른쪽에서 패스 속도와 방향을 조율한 이재우는 팀이 어려울 때마다 큰 빛을 냈다. 경기 시작 5분만에 3점차(1-4)로 벌어질 뻔한 위기에서 빠른 가로채기와 재치있는 로빙슛으로 점수를 2-3으로 만든 것부터 그의 이름은 경기 내내 빛났다.

 

17분, 연속골을 기록한 이재우 덕분에 한국 팀은 9-8을 만들었고 이후부터는 좀처럼 쿠바 선수들에게 따라잡히지 않았다. 53분에는 왼쪽 날개로 뛴 심재복의 측면 연결을 받아 정면에서 솟구쳐오르며 멋진 스카이 골을 만들어 이 경기 개인 득점 10번째 골을 이룩했다.

 

이재우의 슛 기술은 상대 수비수들이나 문지기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훌륭하다. 182cm의 그리 크지 않은 체격 조건으로도 상대 장신 수비벽 사이로 9M 중거리슛을 꽂아넣을 줄 아는 몇 안 되는 선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멋진 장면은 상대 문지기를 속이며 던지는 스핀 슛 기술이다. 이것을 골문 안으로 던져넣기 위해서는 몸 중심을 최대한 낮추고 상대 문지기가 어디로 각도를 잡는가 하는 것을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손끝에서 공이 떠나고 난 뒤에도 몸은 끝줄 밖으로 내던져진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이 그 아픔을 대신 느낄 정도로 떼굴떼굴 구르는 이재우의 당찬 몸놀림은 언제나 동료들에게 활력소가 된다.

 

결코 빠르지 않지만 문지기의 다리 사이나 겨드랑이와 허벅지 사이를 노리며 손가락 힘과 손목 힘을 절묘하게 섞어서 던지는 그 기술은 핸드볼 경기장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될 \'꽃\'이라 하겠다. 결국, 이재우는 이 기술적인 우위를 앞세워 양팀 통틀어 개인 최다 득점(10골)의 영광을 차지했다.

 

몰라보게 날렵해진 피벗 플레이어 - \'0.1t 귀염둥이 박중규\'

 

남자핸드볼의 세계 정상급 실력은 두말할 것 없이 체격 조건이 매우 뛰어난 유럽 여러 나라가 자랑한다. 핸드볼 경기만의 독특한 포지션인 피벗 플레이어를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이 진정으로 세계 정상권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이 자리에 유망주가 계속 나와주어야 한다.

 

우리 팀 선수 명단을 보면 매우 인상적인 숫자가 눈에 띈다. 세 자릿수 체중(kg)의 보유자가 단 한 명 뿐인데, 주인공은 바로 0.1t의 스물 여섯 살 귀염둥이 박중규(두산)다.

 

이번 대회에 나간 우리 대표팀 선수단에서 가장 달라진 것이라면 감독(김태훈→최태섭)이 오래간만에 바뀌었다는 점이고 오윤석(레프트백), 심재복(레프트윙), 이은호(라이트윙) 등 새 얼굴들이 대거 등장하여 세대 교체의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경기를 네 번이나 지켜보면 정말 달라진 것은 따로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름 아닌 박중규의 말쑥해진 얼굴과 유연한 몸놀림이다. 지난 해까지 \'박중규\' 하면, 육중한 체중과 포지션(피벗)에 어울리는 까칠한 수염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 얼굴을 내민 그는 사뭇 달라보였다.

 

수염을 깨끗하게 깎은 귀여운 얼굴에 몸 자체도 호리호리해진 것. 아마도 선수 명단에 딸려간 체중 숫자는 지난 해까지 쓰던 것을 그냥 적어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경기 내용도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할 만했다.

 

한 마디로 정적이고 소심했던 피벗 플레이어에서 유연하고 창조적인 피벗 플레이어로 거듭난 것이다. 경기 시작 18분만에 박중규는 왼쪽 날개 자리로 멀찌감치 옮겨서 부드러운 피벗 플레이로 7M 던지기를 얻어냈다. 예전 같았으면 골문 정면에서 지루한 몸싸움을 하다가 밀려나기를 반복했을텐데 말이다.

 

그는 또 공격 기회가 갑자기 우리 팀으로 넘어온 순간 가장 먼저 앞으로 달려나가며 빠른 공격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경기에서 그가 성공시킨 네 골 중에서 속공으로 골을 넣은 것이 세 개나 되었다. 정작 피벗 본연의 자리에서 성공시킨 골은 한 개에 지나지 않았다. 27분, 왼쪽 날개 심재복으로부터 빠른 연결을 받은 그가 골을 성공시키며 점수를 16-13으로 만들었다. 이 순간, 박중규는 물론 동료들 모두 완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던 것이다.

 

또한, 박중규는 슛 기술면에서도 다양함을 겸비하게 되었다. 좋은 위치 선정과 힘을 자랑하며 던지는 단순한 슛이 아니라 몸을 내던지며 상대 문지기를 완벽하게 따돌리는 스핀 슛, 바운드 슛 기술은 정말로 지난 해까지의 박중규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남자핸드볼도 세계 정상권의 유럽 팀 못지않게 실력있는 피벗 플레이어를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23일 새벽 2시 30분, 강팀 스페인을 상대로 운명의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여기서 이길 경우 대망의 본선 라운드를 위해 자그레브로 달려갈 수 있게 된다.

덧붙이는 글 | ※ 제21회 남자핸드볼 세계선수권대회 B그룹 22일 경기 결과,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 한국 31-26 (전반전 17-13) 쿠바

◎ 한국 선수들 득점/선방 기록
문지기 박찬영 선방 11/29개(방어율 38%), 강일구 선방 7/15개(방어율 47%)
정의경 6골, 심재복 4골, 박중규 4골, 유동근 3골, 윤시열 3골, 이은호 1골, 이재우 10골

◇ B그룹 현재 순위(3위까지 메인 라운드 진출)
1. 크로아티아 3승 6점108득점 67실점 +41
2. 스웨덴 3승 6점 106득점 69실점 +37
3. 스페인 2승 1패 4점 122득점 71실점 +51
4. 한국 2승 2패 4점 116득점 103실점 +13
5. 쿠웨이트 3패 0점 57득점 121실점 -64
6. 쿠바 4패 0점 80득점 158실점 -78

목록